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무당마검, 화산질풍검, 천잠비룡포를 모두 보름에 독파했는데 천잠비룡포는 관습이 붙어서 억지로 읽은 느낌이지 몰입된 느낌은 아니었음

오원 파트까지 읽고나니 도저히 더 읽을 생각이 안들어서 접었는데, 후회도 잘 안든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음. 무당마검이나 화산질풍검이 무슨 갓작까진 아니어도 분명히 몰두하면서 봤는데, 왜 비룡포엔 그와같은 매력이 없을까?

내가 보기에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음


1. 어린시절이 노잼임

초반부분에 상당한 분량이 어린 영웅 단운룡이 오원에서 살아남으며 동료를 잃고 복수를 다짐하는 비극적인 서사임.

근데 이 부분에서, 소마군에게 소속감, 매력, 동지애를 충분히 느낄만한 사건이 전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소마군이 전멸하고, 단운룡이 비탄에 잠김

소마군은 극소수의 몇명을 제외하면 단운룡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음. 후에 어떻게 그 안에 녹아들었다고 해도 조직 2인자는 끝까지 단운룡을 적대함. 애당초 단운룡은 오원출신으로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음.

소설이 시작했을때, 우린 불패신룡이 진짜 강자가 아니란걸 알고있음. 사패 팔왕은 물론이고 구파일방 강캐급에도 끼지 못했단걸 예상 가능한 상황. 그런데 오원을 둘로 갈라먹고 있는 허유, 마건위가 몸상태 온전한 불패신룡 오기륭한테 이기지 못함.

이런 상황에서, 허유, 마건위의 견제 사이에서 나오는 긴장감이 나타날수가 없음. 국기원 어린이 태권도 심사 1품 대련에서 긴장감이 안나오는것처럼.

더 심각한건 맹획과 타가라는 거대 세력 속에서 쳐발리는 비극속의 오원 상황임

타가쪽 묘사에서 보면, 타가는 챠이는커녕 이시르끕도 못되는 무인임. 이미 무당마검에서 중간보스끕 정도밖에 안된단걸 알고 온 팬은 답답할 따름.

몽고 본진 장군도 아니고, 중국을 기준으로 몽고의 정반대에 고립된 땅끝 패잔병, 그것도 장군끕도 못되는 좆밥이 원왕을 참칭하면서 지랄하는게 카리스마 있을리가.

그런 타가랑 세력싸움을 비비고있는 맹획,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쥐어터지는 오원. 이 싸움속에서 긴장감을 얻기란 어려울 따름.

굳이 여기서 몰입감, 긴장감을 넣겠다면, 단운룡이 그보다 더한 노답좆밥이어서 살아남기 위해 머리도 쓰고 해야되는데 전투씬마다 단운룡은 무슨 초인적인 감각, 싸움 실력, 무공 활용 이딴걸로 매번 \'초딩끕 몸놀림이 아니다!\' 이러며 승승장구

당시 단운룡 나이가 초딩인데, 이딴 소년병한테 쥐어터지니 적들의 위압감도 자연스럽게 소멸.

명경은 시작부터 구파 장로급 무력을 가졌고, 청풍은 백호검 하나 달랑 든 시점에서 육극신한테 쥐어터지며, 심지어 극초반에 등판한 성혈교도 화산 다 털고 다닐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음

그에비해 단운룡과 소마군을 쥐어털어버린 나이만.

갑툭튀해서 진심 만부부당의 기세로 모두를 털어버림

그렇다고 얘가 이시르급 무인은 되나, 그건 아님
그럼 일대일로 잡았냐. 그것도 아님
한번에 잡았냐. 그것도 아님. 1차전에 소마군 전멸하고 2차전에 외부용병까지 투입해서 간신히 죽임




2. 단운룡이 주인공이 맞나 싶음

무릇 주인공이라 함은, 작품의 갈등을 해소하고 주제를 증명하며 사건을 주도해가는 캐릭터를 말함.

한백림 무협 주인공들이 천명이라는 설정탓에 비교적 수동적이긴해도 각자 나름의 목적과 심리갈등, 가치관이 서있는 놈들이었음. 즉 가치판단의 주체가 자신이었단뜻

무당을 위해 군복무를 마쳐야하며, 자신의 사질들을 생환시켜야 하는,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살기를 억제해야 하는 명경.

화산의 네 신검을 수복시켜야 하고, 사부의 복수를 완수해야 하며, 화산이 잃어버린 협의 가치를 되돌려야 하는 청풍.

그에비해 단운룡은 굶어죽기 싫고, 마음에 들었으니 오기륭을 따라가고, 왠지 안내켜서 오원에 남고, 어쩌다보니 소연신의 제자가 되었지만 하산직전까지 목적이 없었음. 그런데 기껏 잡은 목적, 문파 세우기가 고작 자기 무공의 단점을 보완할 화살막이가 필요해서임. 문도들 영입하고나서도 목적 없긴 마찬가지. 그냥 협제 제자니까 협의지도를 따른다는데, 하는짓거리는 협객이 아님. 그냥 악당 조지는 싸가지 없는놈 수준.

이건 가치판단의 근거가 육감과 지 기분이라 그런거.

문호를 열고, 문도를 받았는데도 발생하는 문제. 루피가 밀짚모자 해적단을 만든것마냥 파티원들이 입체적으로 각자의 욕망과 이상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길 바랬을텐데, 사실 그렇게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음.

막야흔까진 그렇다치고, 야흔 낚다 얻어걸린 엽단평. 사부 말 잘 따느니 얻어걸린 양무의, 천잠보의 얻겠다고 돌아댕기다가 낚인 도요화.

사실 문도 중에 가장 입체적이고 주관이 뚜렷하며, 욕망, 이상을 쫓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막야흔과 궁무예 뿐이라고 할수 있음.

더 큰 문제는 이런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부여하기 위해 단운룡의 분량과 매력을 잡아먹었다는것.




3. 적대자가 애매함

신마맹이 압도적인 강력함으로 어필한건 좋음. 신마맹 자체는 이미 전작들에서 팔황으로, 친숙한 이름으로 다가왔으니. 그런데 정작 신마맹은 양무의 쟁탈때 잠깐 등장하고, 명백한 적대자로 주인공과 부딛치는건 다시 운남.

타가와 맹획은 단운룡이 어릴적에도 좆밥처럼 보였음. 그런데 이제와 단운룡이 어지간한 놈들은 1대1, 다대일로 모두 정리 가능한 수준이 되고보니, 이시르, 바룬쯤 되어주어야 비벼볼 적대자인데, 오원 도착하고 상대하는 놈들은 바룬의 수신호위의 졸개의 백부장쯤 될것같은 약자임.

오원편 보는 내내 한빛 태권도장에서 물총싸움하는데 타이슨이 지 친구들 데려와서 다굴놓는 느낌을 받았음. 근데 그 느낌을 작중에서 맹획도 받은 모양 (짤의 장면 묘사)

사태가 이러하니 이야기가 지루해지기 시작함. 한백림도 그부분을 의식했는지, 오원은 개박살나있고 휘하병력은 삼사백 수준에, 그나마 잔존세력 수장도 적대적임. 거기에 적대 세력은 물경 만명에 달하는 대병력.

사실 개개인의 무력이 아무리 뛰어난들, 챠이끕이 아닐바에야 전쟁은 수싸움이라고 생각했음. 이제 단운룡의 하드캐리와 지략전, 게릴라를 기대하는 부분.

그런데 막상 판 까고보니 먼치킨 양판소 전쟁묘사와 동일. 수가 적어도 힘싸움.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중립세력의 참전. 최후 결전도 힘싸움. 전략전술의 귀재라는 양무의는 언제쯤 묘수를 보여주련가.



4. 여자주인공

작품 제목이 천잠비룡포임. 즉 천잠보의가 핵심 아이템이란 뜻임. 물론 원피스처럼, 원피스 자체를 얻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 될 수도 있음. 그러나 원피스는 루피가 스스로 소망한 목표였고, 천잠보의는 강설영의 꿈이었음. 단운룡은 그저 강설영을 돕는것일 뿐.

그런데 궁무예 영입 즈음을 기점으로, 도요화 영입때 정점을 찍으며 단운룡과 강설영은 파탄을 맞음. 이후 강설영은 이군명과 짝짜꿍하며 스킨십까지 진행.

사실 썸타다 끝나면 여자가 누굴 만나든 어쩔수 없음. 그러나 우린 강설영이 결국 단운룡과 잘될것이며, 천잠보의는 단운룡이 입게 되리란걸 알고있음(또한 그렇게 기대하고 있음) 이군명과 강설영의 사이에서 독자가 느끼는건 위기감이 아닌 아연함 뿐.

거기에 크게 흥미롭지도 않은 강설영의 천잠보의 탐색은 단운룡의 얼마없는 분량마저 거침없이 빼앗아감.



4. 주인공의 정통성


단운룡에겐 육체적, 정신적 정통성이 모두 부족함.

명경은 삼안마군의 아들이지만, 무당의 품에서 자라나며 공명정대하게 큼. 자신의 살기를 억제하기 어렵고, 색목인이라는 것에서 자신의 출생에 의문과 내적갈등을 품고있음. 그러나 그는 결국 무당을 위해 모든것을 바치며, 심지어 스스로 사문에 누가 되자 파문을 선택함.

그 끝에도 그는 무당의 정의를 뒤에서 지키는 암중영웅으로 남음.

청풍은 고아였으며, 유일한 가족이라 할수 있는 스승은 화산파에서 왕따 당하는 힘없는 장로였음. 그는 스승에게 협과 의를 배우며 자라나 스승을 존경하고, 스승이 몸담은 사문을 공경함. 이후로도 사문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능력을 행사함.

반면 단운룡은 대리국 방계 출신, 그나마 어린시절은 운남 오원 소수민족 사이에서 크며 전쟁을 겪고, 간신히 얻은 스승이 사패중 협제, 소연신임.

여기서 잠깐. 우린 청풍이 소연신의 조카인걸 알고있음. 자, 그건 그렇다치고.

단운룡은 소연신에게 협제신기를 물려받지 못함. 이에 대해선 단운룡도 내심 찝찝해하고있고, 오기륭도 분통을 터트렸으며, 청룡상회 그놈도 보자마자 깨달은바. 심지어 소연신은 협제신기를 전수하지 않은건 자신의 의발후인이 아니라 말함

그렇게 얻은 무예가 협제신기보다 좋냐. 글쎄, 작중 묘사는 귀비신단 상위호환 수준임. 약빨 떨어지면 주화입마 수준의 내상을 입게됨.

명경처럼, 스승의 모든걸 전수받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개척할 수 있음. 그러나 허공진인은 명경을, 명경은 허공진인을 진심으로 아끼고, 이해하는 관계.

반면 단운룡은 10권이 넘도록 소연신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소연신은 떡밥만 줄줄 흘림. 사제관계 오졌다.



5. 마치며

무당마검과 화산질풍검을 흥미롭게 본것은 한백림의 무림 세계관에 매료됐기 때문이었음. 단 한명이 천하제일일 수 없다는, 인재가 사방에 널린 이 세계가 굉장히 매혹적이었기 때문.

그리고 그 치열한 아귀다툼 속에서도 의와 협, 자신의 이상과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군상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음. 예전 무협갤에서 누가 그랬지, 무협지는 강자존의 무림 세계관에서 협의를 숭상하는 협객의 이야기라고. 일부 동의함. 그리고 그 관점에서 한백림 과거 두 작품은 상당히 부합했음.

물론 기타 마공서에 비하면 수작인건 사실이지만, 작가의 이름값을 놓고 전작의 흥미를 기대하며 읽은것으론 실망스러웠음.

긴글 읽어줘 감사. 이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