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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



이래저래 바쁜 나날 속에 문득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8월에 진입해버렸다.

지난 7개월 동안 내가 뭘 하면서 살았나 생각해보니 반은 노답이고 반은 그럭저럭 잘 살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ㅡㅡ;;


그러던 중 회사에서 여름휴가를 받아 뭘 할까 생각하던 중 바람이나 쐴 겸 열차 타고 동네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새 장비도 들여왔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지인의 권유로 같이 청량리역 밤기차에 오르며 생각에 잠겼다.


...너무 깊게 생각해서 그런지 첫번째 목적지인 묵호를 지나쳐서 정동진까지 와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열차에서 내려 맞은편에 서있던 5시 출발하는 첫차에 올라 승무원에게 다가가 묵호에서 못 내렸다하니 타고 가란다.

스타트부터 원활하지 못한 여행.. 과연 무사히 마치긴 할 것인가!?







[ ▲ 묵호역 5시 20분 하차. 정동진역을 출발할 때 해는 이미 올라왔다. ]


갖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첫번째 목적지인 묵호역에 도착.

남들처럼 똑같이 흔해빠진 정동진에서 일출을 보느니 사람도 없고 한적한 묵호에서 보기로 한 나름 야심찬 계획은 아쉽게도 실패.

하지만 구름이 잔뜩 껴서 일부러 정동진까지 열차 타고 온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울 거라는 생각을 하니 괜히 기분이 좋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이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








[ ▲ 바다가 보이는 철도 풍경 ]


한 순간의 실수로 놓쳐버린 일출...

허나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열차 지나가는 모습이라도 남겨보자는 생각에 국민 포인트로 이동한다.

가는 길은 길었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 ▲ 동대구역을 향해 달리는 무궁화호 ]


국민포인트에 도착해 잠시 숨을 고르니 동대구까지 가는 열차가 지나간다. 사실 이거 찍으려고 온거지만.

구름은 조금씩 걷히고, 아침햇살은 점점 강렬해지고, 바닷물은 더 푸르게 변하고 있다.

내 마음도, 성격도, 저 동해바다 처럼 맑고 푸르게 바뀌었으면 좋겠건만, 한 번 모난 성격이 어디 쉽게 고쳐지던가?

원래 일정은 묵호에서 일출을 보고 저 열차를 타고 분천역으로 가는 것이었지만,

태생이 열차 지나가는 사진 찍는 놈이라 운행하는 열차가 매우 소수라는 사실에 경악하며 일정을 변경하기로 결정.

여기서 갈만한데가 또 어디있겠나 생각하다가, 문득 스위치백이 스쳐지나갔다.

지인이나 필자나 이설한 이후 스위치백 구간에서 제대로 사진 한 번 남겨본 적 없으니 가보기로 결정.








[ ▲ 7시 30분 열차를 타고 도계역에 하차 ]


열차 시각을 착각해 부랴부랴 달려와 열차 도착 2분을 남겨놓고 간신히 묵호역에 돌아와 열차에 오르는데 성공.

열차는 50여분을 달려 도계역에 우리를 내려주고 제 갈 길 갔다.

어느덧 아침식사를 할 시간이 됐다...만 역전에 많지도 않은 식당이 여름휴가라고 대부분이 문을 닫아버렸다.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나한정역으로 이동한다.

거리가 상당히 멀어서 걸어가긴 무리고, 택시를 타니 나한정역 입구에 5분만에 도착하였다.






[ ▲ 추추파크와 나한정역을 운행하는 스위치백트레인 ]


역에 도착하니 스위치백트레인이 승강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편도 5000원이라 한 번 타고 올라갔다올 생각이었는데...

마침 직원이 선로전환기 장치를 조작하려고 차에서 내려와있어서 지금 타도 되겠냐고 물어봤으나, 나한정역에서는 승차권을 팔지 않아 승차할 수 없다고 한다.여기가 종점이라 당연히 되겠거니 생각했던 내 자신이 한심했다...

역시 뭐든지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고 가야 손해를 안 보는데 말이다.

그래도 이 차를 놓친 덕분에 이후 일정에 더 도움이 되었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 하던가?







[ ▲ 리모델링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나한정역 ]


어찌됐건 다음 목적지까지 시간이 남게되어 근처 벤치에 잠시 짐을 풀어놓고 나한정역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4년 전 온갖 열차가 지나다니던 그 때와는 많이 바뀌었다.

역사는 리모델링을 거치며 역무실을 갤러리고 쓰고 있었고, 정원이 있던 자리엔 카페가 들어와있었다.


날씨가 많이 더워 카페에서 레몬에이드를 주문하였다.

젊은 여행객들이 방문해서 그런지 카페 사장님은 친절하게 맞이해주셨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1시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다음 목적지로 갈 시간이 되자 마침 도계에 나갈 일이 있으니 터미널까지 차로 태워다주겠다고 하셨다. 덕분에 도계터미널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사장님은 나한정역에 젊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면, 돌아나갈 때 종종 차로 터미널이나 역까지 태워다준다고 하셨다.

개인주의가 남발하는 이 세상에서 아직 정과 인심이라는 게 남아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 ▲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태백가는 버스에 오른다. ]


태백까지 택시를 타자니 시계(市界)를 넘어가서 요금이 껑충 뛰어오르고, 열차를 타자니 2시까지 기다려야하니, 저렴하고 편한 버스를 이용한다.

강릉에서 오는 버스인데, 중간에 길이 좀 막혔는지 10분 정도 늦게 도착.

기사님의 얼굴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나중에 알고보니 도착하고 잠깐 쉬었다가 바로 강릉으로 가야한단다). 우리 일정엔 차질이 없어서 다행.







2편에서 계속...



촬영 : 2016.08.01
작성 : 2016.08.03
Canon EOS 5D Mark Ⅱ + EF 16-35mm f/4.0 L IS U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