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후기, 자리후기 없음, 스포대량남발 주의)

 

 난 플뷰부터 차곡차곡 좀 많이 봐 왔던 스터디러야- 삼연보고 생각이 많아지길래..


 내가 지금까지 봤던 트유는 창작진이 정교한 동선의 규칙을 짜고 인위적인 불협화음을 얹어 조명과 영상이라는 토핑을 더해 무대에 올리면 실제 공연 속에서 배우와 관객들이 제각각의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혹은 그 질문 자체였는데 이번 트유는 보고 나오면 그냥 '아- 잘봤다-' 가 끝인 느낌이야. 연출을 처음 보는 연출이라 어떤 부분에 소질이 있는 연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 이 극에 다른 연출이 뭔짓을 했던지간에 영향받거나 신경쓰지 않고 영상이건 조명이건 동선이건 음악이건 이야기이건 그 어디에서든지간에 자신만의 확고한 색을 입혀주길 바랬어. 몇몇 분명하게 정해진 것들을 제외하고는 정해져 있는 것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느 연출이 극을 만드느냐에 따라 자신의 색을 분명하게 낼 수 있는 비정형 공연, 그게 내가 아는 트유이고 그게 트유의 매력이었거든. 그러다보니 배우 개개인의 해석이 틀어지거나 함께하는 배우의 호흡이 조금만 틀어져도 다른 느낌의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다른 트유가 가능했던 것일 것 같아.


 그런데 정말 난 보는 내내 했던 생각이.. 이번 연출의 색을 잘 모르겠어; 영상이 비록 임산부나 '나가자'와 같은 단어가 정확하게 제시되어 있으면서 보기 편하게 명확해진것은 사실이나 진짜는 영상이 거의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어. 심지어 거의 변하지 않는 영상이고 그저 '이야기를 설명하는 영상'일 뿐이야. 그것이 공간의 확장을 의미하거나 기억의 파편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관객들에게 이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를 보여주고.. 그리고 정말 문제는 '영상'으로 이야기한다는 그 자체같아. 영상을 쓰는게 나쁜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만의 트유를 만들려고 작심했다면 이전 트레이스 유 공연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영상에 좀 더 신경써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좌-우가 아닌 정면을 분할해서 사용한다는 구상은 상당히 좋았으나 이전과 너무 비슷한 색감, 그림, 소위 '비슷한 느낌'이었어..;


 조명과 조명을 어쩔 수 없이 반사하게 되는 거울같은 플로어. 조명이 이야기의 구성요소로써 가지고 있는 힘을 잃을거라는 건 이미 뭐.. 그런데 환등기 수준의 조명은 진짜 너무하잖아... 느낌이 거의 90년대 초반 수준의 조명을 쓰는데 조명 달 데가 무궁무진한 아트원에 대체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하고..


 물. 이번 테마는 (아마도 나르시스의, 혹은 그 여자가 왔던 날의)물로 잡았나본데... 느낌은 알겠어. 마치 영화 '쏘우'의 한장면처럼, 혹은 우리가 그 공간에 들어와있는 것처럼 공연 중에 물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를 인위적으로 넣고 공연하는 곳은 마치 목욕탕(.....)처럼 만들고 실제로 2층 무대 위에 물을 올려서 그것을 써먹고 마지막엔 비처럼 알약도 쏟아져 내려오고.. 좋아. 오.. 좋아. 그런 이미지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계속 심는 건 좋아.

 근데 그 '물'이 뭘까. 트유가 참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이미지를 던지는 것은 쉬워. 정형화된 공연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만큼 그 이미지가 공연 속에서, 장면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떻게 녹아들어가냐를 조절하는 책임을 지고 창작하는 건 쉽지가 않은 것 같아. 사람들이 다 다르게 생각하는데 그 와중에 말이 될 뿐더러 의미도 있어야 한다... 그거 돌아버릴 일 아닌가. 그런데 이 연출은 그 부분은 온전히 관객에게 던지고 있어. 나는 '물'이라는 이미지를 여기저기 던져놨으니 그 다음부터는 관객 여러분이 알아서 생각하세요, 하는... 예를 들면.. 헉, 했던 알약이 우수수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서 맆. 그 장면이 여자가 죽은 날의 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머, 비다. 그래서 그 다음은? 느낌만 심고 그 느낌이 어디로 연결되는지가 없어. 수족관 물? 좋다. 여자가 죽었던 피 웅덩이나 나르시스의 연못처럼 쓰는것 다 좋다. 그래서..? 정말 이미지와 공연장면을 얽는 한 단계의 생각을 넘어가면 더이상 할 수 있는 생각이 없어. 그게 날 너갱이 나가게 만들더라고..


 여자. 왜.... 낙서 할 때부터 나와서 설치지.. 트유 삼연 첫공을 보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여자와 우빈-본하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어. 본하는 저 여자 언제부터 좋아했지? 우빈이는 쟤를 데리고 나갈 생각이 있는건가? 등의 관계에 대해서 잘 모르겠더라고.. 내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던 트유의 전제로 깔려 있던 것은 "우빈은 본하와 동행하려고 한다, 그런데 본하는 독립된 인격체이기를 원한다" 였었어. 물론 이게 모두 다 모든 페어에 동일하게 적용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우빈'은' 본하""와"" 000하려고 한다, 본하는 000 인격체이기를 ""원한다"" "라고 공연마다 정리되어 있었거든. 그런데 이 셋의 관계는 정말 모르겠..... 내가 공연을 처음 본 사람이었으면 알았을까- 본하는 대체 왜 그여자를 좋아하는거고 그게 왜 끔찍한 일이며 우빈이는 왜 본하를 죽이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는가에 대해 답이 나왔을까-


 전체적인 걸 한마디로 정리해보면 '아- 잘봤다-' 가 끝이야.  '왜'라는 것에 대해 별 연결고리 없이 이미지로 던지는 공연이다보니 남는 건 신나는 노래 뿐이고 그러면 트유는 그저 락 공연으로 소비되는 공연으로 끝나는 느낌.. 그런데.. 그게 나쁜건가? 이게 내가 잘 모르겠는 부분이야. 그게 나쁜가? 나쁠게 뭐있지- 물론 나쁜 부분은 개인적으로 있었어. 그 여잔 널 버렸어, 하는데 도망가려는 본하를 꽉 안고 버둥거리지도 않는 본하의 머리를 안고 노래를 하는데.. 처음엔 쟤가 도망가려고 해서 안고 부르는구나 했지만 딱히 버둥거리지도 않는걸보니 쟨 도망갈 생각이 없는데요- & 그 다음 솔직히 말해봐, 부터였던 것 같은 본체에 앉은 본하 손 쓰담.. 그리고 그 뒤쪽 어디쯤엔가 (약노래 근방같긴 한데..) 있는 둘 다 앞보고 손잡고 춤추는 포즈의 그것...... 그 장면에서 우빈이 본하에게 손을 대는 것 자체에 대한 건 연출의 생각과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이 다른 부분인 것 같지만 안그래도 남남극(이번에는 여자배우가 하나 나오지만..)이라고 배경이 쓰레기에게 오해받았던 극인데 진짜 오해받을만한 소지를 이렇게... 물론 전 페어에게 있는지는 뭐 더 열려봐야 알겠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소비되는 게 나쁜가? 아니. 즐겁고 신나면 그만이지ㅇㅇ 모든 공연이 정신을 후벼파는 싸이코드라마일 필요는 없지 않잖아- 그냥 소비해버리면 안되나? 그러다보니 정말 이것에 대한 답은 어려웠어- 내가 그만큼 트유를 좋아하고 있는가보다, 싶어..


 다음 공연은.... 볼까말까 심하게 고민중이야- 호다, 불호다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완전히 다른 공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