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프로이트 선배님께.

연구는 잘 진행중이신가요?
드디어 저도 오늘부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치료대상은 그 대단한 음악가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
첫날부터 성과가 있었습니다. 저한테 말을 놓았거든요. "나가"

또 편지하겠습니다^^








하아.. 오늘도 저 혼자서만 떠들다 방으로 뛰어들어왔습니다.
대화가 안돼요. 그의 마음에 접근하고 싶은데..

뭐 기다려보면 알겠죠.








뭘 어떻게 해야 그의 마음에 접근할 수 있을까요?

걱정마세요. 이건 제 일이니까요.








요 며칠.. 저도 모르게 기록하는걸 잊고 있었습니다.
계속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어요.
이제 알았습니다. 그에게 교향곡1번이 왜 실패했는지가 아니라 교향곡1번을 왜 쓰고 싶어했는지 물어봤어야 했어요.

그는 다시 새로운 곡을 쓸 수 있을까요?








오늘 그가 나한테 자기를 왜 치료하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거든요.

내일은 대답할 수 있을까요? 내일이 오는게 두려워요..










달박사가 프로이트에게 열등감을 느낀단걸 안다는 전제하에 봤을때.
첫번째 편지는 자기도 연구를 시작했다고 어필 또는 자랑 성향이 강해보였음. 달그로답게 프로이트한테도 어그로 끈다고 비웃기도 했었고..ㅋ
관심도 없고 답장도 없는데 혼자 계속 어린애처럼 난 이런것도 할 줄 알아요 이런것도 하고요..수두룩빽빽 지 연구 자랑하는 달그로인 줄.ㅋ

사실 한동안 그렇게만 치부해서 니콜라이가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인 프로이트에게 치료 연구과정을 일일이 보고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얼마전부터 달박사가 보내는 편지들 기억나는거 적어와서 짜맞춰 정리해보니.. 프로이트는 니콜라이가 엄청 의지하고 또 따르는 선배라는걸 느낄 수 있었음.

편지를 살펴보면.
니콜라이가 라흐와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편지를 보내니 프로이트는 진척없는 연구과정에 달무룩 하고 있는 니콜라이를 걱정했던 모양이고.
그런 그에게 달은 치료과정에 놓쳤던 부분들과 느꼈던 점들을 말하며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본인의 치부를 들켜 힘들때도 내일이 두려워요..라는 심정을 토로할만큼 두사람 관계가 돈독했던걸로 느껴짐.

작엄 인텁때문에 내가 너무 두 사람을 열등감이란 단어에만 꽂혀서 봤던 듯.
마냥 시기질투의 대상이 아니었어.. 너무 좋아하고 선망하며 따르는 선배였던 것.
나도 저렇게 되고싶다.. 나도 저렇게 훌륭해지고 싶어.. 나도 저 이론에 버금가는 연구로 인정받고 싶어.. 해내고싶어.. 나도 유명해지고 싶어..

왜 난 달박사가 프로이트를 미워할거라고만 생각했던걸까 ㅠ
샤르코 박사의 이론에 회의감을 느낀자와 반대로 그의 이론을 입증하려는 달의 모습에서 당연히 대립관계라고만 생각했던 듯 ㅠ
그래서 뭣모르고 잘난 프로이트를 마냥 달맘으로 미워만 했었는데.. 너무 따뜻한 선배였을 것 같다 ㅠㅠ
우스개 소리로 달먹금 했을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일일이 답장해주며 들어주고 격려해주고 또 부족한 부분들 채워주고 도와줬을 것 같은 마음 착한 선배님 ㅠㅠ
뭔가 전교1등이 성격까지 좋아서 괜히 재수없는 그럼 마음 빼고는.ㅋ극중에 출연하지도 않는 프로이트 선배님마저 힐링 포인트가 되버렸음 ㅠ

여기 나오는 사람들 넘나 따뜻해.. 프로이트 선배님이 그렇고 라흐 끔찍히 챙기는 실론티 형도 그렇고.. 한없이 온화한 차이코프스키 교수님도 그렇고..
집안 가득 첼로 연주로 채워주던 할아버지도 그렇고.. 옐레나 누나는 말할 것도 없고 ㅠㅠ

또 알고보면 짠내 가득한 따뜻한 사람들도 많음.. 대표적으로 즈베레프 교수님이 그렇고.. 집판 돈뭉치 들고 아픈 딸 앞에서 미안하다고 울부짖는 아버지도 그렇고..
라흐가 달에게 마음의 문을 열때까지 비올라소음 참아준 옆집사람까지.. 참다참다 항의했을텐데 타이밍 좋았어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