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이 구겨 던진 최현준의 돈을 줍는 노을


- 한 조각의 수치심도 고개를 들어선 안되기에, 수치심을 갖는 순간 산산조각 날 자신을 알기에 아무 일도 아닌 척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도 이미 견고하게 만들어진 벽에 부딪히면 피 흘리는 쪽은 벽이 아니라는 것

찬란했다고 믿고 싶은 시절의 허상에 빠져 그 망상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영옥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자식을 생 지옥에 내몰더라도 신이 되어버린 허상은 영옥이 지켜야 할 성배


그런데 말입니다, 주변에 저런 사람 많습디다



텅 빈 눈, 모든 것을 체념한 투명한 얼굴


너무나 투명해서 그 어떤 것도 반사시키지 못하고 심연 속으로 가라앉힐 것 같은 을의 얼굴



모든 걸 내려 놓고 살았으면서 무슨 미련이 있다고 빈 손 꽉 쥐고 있는 거냐


얼마나 사는 게 무서웠으면 공허함이라도 거머쥐고 싶은 거냐



숨을 멎게 만들었던 노을의 처연한 얼굴



움켜 쥔 저 손을 잡고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골백번도 넘게 말해 주고 싶었다



'아빠, 그 아저씨 어떻게 됐어? 예전에 내가 차로 치었던 아저씨...'


'죽었어'


'잘됐네.사고 나서 식물 인간 상태였다며. 가난한 사람 같던데 지금까지 식물 인간 상태로 있어봐야 가족들한테 짐덩어리만 됐을 거 아니야'


'그랬겠지. 그렇게 살 바엔 그렇게 가는 게 차라리 낫지'


- 개 돼지 취급 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생선 눈을 보니까 못 죽이겠어'


- 그래서 남의 손 빌려 숨통 끊어 놓고 뼈와 살은 직접 발라 내시겠다....


 어쩔 수 없이 연상됐던 아이들, 생명들

그 아이들의 눈은 얼마나 간절했을까

그러데 전망 좋은 곳에 앉아있던 인간들은 은수만큼의 동정심과 자비를 갖고 있어 보고서 예쁘게 작성하는 게 더 중요했구나



' 왜요?'


- 자신의 편에 서 줄거라 믿었던 권력이란 애초에 먹이사슬만 존재할 뿐 인지상정은 없다는 것


준영의 저 한 마디가 너무나, 너무나 아팠다



'잘헌다. 예수님 나셨네, 부처님 나셨어

니가 119여,슈퍼맨이여,배트맨이여.

아 너도 추워 죽겄는디 넘한테 옷을 벗어줘 이눔의 지지배야.

너 이래가지고 어떻게 험한 세상 다리가 돼서 살거여'


-이경희 작가의 인간에 대한 고찰의 깊이가 느껴졌던 을이 아빠의 잔소리

염치를 알면서 살면 독해져 봐야 험한 세상 다리가 되는 거구나




어제 방송 보면서 이경희 작가가 이 작품을 위해 칼을 갈았구나 새삼 깨닫게 됐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소리 안들은 귀 사고 싶을 만큼 아픔을 인내할 것을 강요하며 반성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꼰대들의 막장 활극이 눈 앞에서 펼쳐지니 분노보다는 슬픔 뿐이더라

왜냐하면 그들은 절대 변하지 않을 테니까

반 씩 허물어진 채 사랑을 시작한 준영과 을이 제 아무리 발버둥 쳐도 긴 겨울의 터널을 벗어날 수 없는 걸 보고 있자니 너무나 현실세계라 무섭기 까지 하다

헤매고 헤매다 서로 죽을 자리 찾아 다시 만난 거라 해도 말리고 싶지 않을 만큼 둘이 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너무 버겁다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지만 그들의 찬란한 봄은 둘의 사랑 뿐 온 세상이 그들을 매서운 겨울로 내 몰 테니까


처절하게 마음을 후벼파는 함틋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