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어떻게 그 힘들다는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냐고 묻곤 한다.


젊은 사람들 가운데는 좀더 구체적으로 '공부를 어떤 식으로 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내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 했을 당시는 물론이고,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내게 묻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칭찬도 반인 것 같고 호기심도 반인 것 같다. 


그런데 그 때 마다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나 조차도 워낙 현실감이 없던 일이고 또한 조금은 쑥스럽기도 해서였다.


그러나 혼자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고 흐뭇해진다.


남들보다 많이 힘든 상황에서 공부를 했고 시험에 합격해서 그런지, 내 인생을 되돌아볼 때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던 그 순간만큼 행복했고 성취감을 느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공무원 갤러리에 '과정도 하나의 직업이었다'라는 제목으로 공시 합격기를 쓴 적이 있다.


그 때 공무원 갤러리에 썼던 글을 어렵게 찾아 오랜 만에 내 합격기를 읽어보았다.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 참으로 절망도 깊었고 일도 많았던 공시 공부 시절..... 


어릴 때 쓴 것이라 여기저기 어색한 데도 많고 유치하게 느껴지는데도 있지만, 그 당시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하고 싶어 손보지 않고 그대로 싣는다.


그 동안 나의 공시 공부 시절에 대해 물어 보았던 분들께 만족스런 대답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1. 머리에 

지나간 일은 언제나 아름답게만 보인다지요? 산꼭대기에서는 힘겹게 올라온 가파른 산길마저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듯이 말입니다.


또 승자의 과거는 그것이 자서전이든 타인의 작품이든 가끔 신화적으로 수식되어 있음을 봅니다. 

9급 공무원 시험의 합격, 이것이 긴 여정에서 하나의 중간 목적지에 불과하지만 하나의 성취와 조그마한 승리로 평가될 수도 있기에, 막상 합격기라는 것을 쓰려 하니 자칫 어떤 승리감에 도취되거나 과거를 돌아보는 낭만적인 기분에 도취되어 힘겹고 괴로웠던 긴 수험 과정의 체험을 스스로 미화시켜 얘기하는 잘못을 범하게 될까 여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졸 합격자라는 다소 특이한 제 입장이 독학도들에게 어떤 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둔한 솜씨나마 될 수 있는 한 사실대로 기억을 더듬고 그때의 생생한 감정들을 살려서 몇 자 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