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이가 죽어서도
준영이가 그 죽음을 너무 당연한듯 의연하게 받아드려서도 아니라
준영이가 그 의연한 받아드림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놈이라는 거야
준영이는 지금까지 놓치는 삶만 살아왔어
진실에 아버지를 놓치고
잘못에 대한 책임으로  엄마를 놓치고
꿈을 놓치고
을이를 놓치고
목숨을 놓치고
근데 그것들을 놓치면서 사실 준영이는 왜 내가 이걸 놔야하냐고 비명을 지르거나 항변을 하지 않아
마치 병의 고통에 소리 한번 안 지르고 끙끙 몸부림만 치듯이 준영이는 자신이 갖고 싶었던 모든 걸 놓치면서도 그렇게 속으로만 문드러져
그러다가 을이를 구해야한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엄마 앞에서 비명이라는 걸 질러보지.
준영이 삶이 그래. 그냥 받아드리는 삶
내가 잘못 했으니까 죄를 지었으니까
엄마도 을이도 목숨도 꿈도 포기하는게 당연하다.
그런 의연함이 당연한 준영이라 정작 그걸 보는 난 서럽고 억울해
게다가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준영이 곁에는 아무도 없거든
철저한 외톨이 그게 준영이거든
아무도 준영이의 진심에는 관심 없이 다 장난이라고 여기고
준영이가 장난으로 위장해서 내뱉는 본심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인물 중 누구도 준영이 본심같은건 상관없다는 듯이 굴지
그나마 중반에 와서야 겨우 을이가 널 믿어보겠다.라고 표현해줘. 니 진심이라는 걸 한번 믿어보겠다
근데 그 믿음도 유치장에 나타나지 않는 준영이 때문에 '끝'이라는 선고를 받지(물론 을이가 앞으로 다시 준영이를 안 믿을 거라는 건 아니야.)
또 준영이 옆에는 아무도 없이 외톨이가 되서 복수를 시작하는데 얘는 또 당연해. 자기 남은 시간을 을이를 위해 복수하고 가는게. 자신의 남은 삶을 정리하는게 아니라 을이의 삶을 정리해주고 가는게...
그래서 나는 자꾸 심적으로 준영이 대신 서럽고 억울한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