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취주의/스포다량)



요즘 스위니에 빠져서 소소하게 돌고 있는 밥알이야. 그 중에서도 옥러빗은 최근에 접한 연뮤 캐릭터 중에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서 한번 집중적으로 탐구를 해보고 싶어서 느꼈던 부분들을 정리해 봤어.

옥러빗은 6,7월에 봤을때 너무 취향이었고 0805 때 다시 봤는데 사실 그날 공연은 좀 갸우뚱했어. 유독 전 캐스트가 다 up된 느낌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옥러빗이 제일 tension up 된 느낌이라 음 이건 좀 아닌데 싶더라. 그래서 노선이 진짜 바뀐건가 확인하려고 0810때 다시 갔는데 다행히 다시 예전처럼 적정선을 찾은듯. 정말 좋았어. 가끔 너무 up 되거나 그러지만 않으면 딱일 것 같아.


나는 이번 스위니토드가 복수 스릴러를 가장한 유쾌한 살인축제라고 생각해. 세상에 유쾌한 살인축제라니...

생각보다 개그코드가 많고 즐겁지만 그렇다고 너무 코믹한 드라마처럼 무난해서도 안되고 반대로 무섭기만 해도 안되는데

옥러빗은 이 중간지점을 탁월하게 잡은 것 같아.

러빗부인 캐릭터를 옥, 미도, 영화 속 헬레나본햄카터 이렇게 세 명으로밖에 접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옥러빗은 이 블랙코미디를 위한 줄타기를 아주 잘하고 있는 듯 해.

제일 깨방정 떨고 제일 정상이 아닌 듯한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느껴지는 싸한 분위기가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어.

(0805때는 이 분위기가 온데간데 없고 너무 극단에 서 있는 것 같아서 읭 했는데 저번주엔 다시 돌아왔더라)


서민들이 정말 살기 힘들었던 암울한 시기의 런던, 토드와 안소니가 거지여인을 처음 대면했을때 안소니는 당황하면서도 이렇게 얘기해.

"신경쓰지 마세요, 런던에 저런 사람 많아요."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 파이가게가 나오기 전, 앙상블들이 모두 정신줄을 놓고 뛰어다니는, 아주 혼란스러운 런던의 거리가 묘사 돼.

일반적으로 '정상인'이라 생각되는 캐릭터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 뮤지컬, (사실 먹고 살기 힘들고 도덕 관념이 다 무너진 그 현실관에서 정상인과 미친놈의 구분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더 근원적인 통찰을 해 볼 수 있으나 그건 너무나 어려우니..ㅎ)

러빗부인은 그 중심에서 오히려 주인공 토드보다도 더 입체적이고 해석의 여지를 많이 주는 인물로 보여.






토드는 복수의 사연이라도 있지만 러빗에게는 그런 서사가 없어. 주어진 배경은 하나, 17년 전 남편을 잃고 누추한 파이가게를 운영하며 힘들게 살아왔다는 것 뿐이야.

아비규환 같은 런던의 거리에서 러빗부인은 사실 딱히 비정하고 악한 인물은 아니야. 토드가 끌려간게 15년전이었으니 아마 남편이 죽은 후 토드가 끌려가기 전 그 사이에 옥러빗은 토드를 좋아하게 되었을거야. (그 이름은 벤자민 바커! 할때 옥러빗의 황홀한 표정..!)

그리고 분명 처음에는 만신창이가 된 루시를 어느 정도는 도왔을거라 생각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거지여인이 그 근처에서 배회하고 둘이 말을 섞는걸 보면 처음부터 아예 남남처럼 지내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 그런데 본인도 살기 힘든 상황이니 이미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미쳐버린 루시를 포기한 거지. 또한 토비를 향한 모성애, 측은지심도 분명 존재하긴 하는 캐릭터야.

그래서 1막 후반부터의 신나는 인육파이 만들기가 상당히 이중적이고 더 무서운데, 그런데 그 행동이 어떤 동정의 여지가 있다던가, 그 시대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잖아? 심지어 토드의 복수와는 상관없는 개이득 사업 아이템에 토드를 끌어들인게 러빗부인이니까ㅎ

즉, 러빗에게는 은연 중에 보여지던 어느 악한 부분이 존재했고 그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발현된 것으로 보는게 맞을 것 같아.


그리고 그 흐름에 개연성을 더해주는게 '욕망'의 측면이야.

텍스트 자체에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 가능한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ex.파이송 - 나는 고양이 넣는 짓 같은 건 못해! 라고 착한 척을 하지만 동시에 '아주 난년이죠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라면서 사실 러빗은 무니부인을 질투하고 부러워한다고 등장에서부터 가사가 말해주지ㅋ)

옥러빗이 보여주는 디테일들은 특히 그런 욕망의 측면을 제대로 파악하고 살리는 것 같아서 좋아. 러빗이 다양하고 또 다소 이중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인데 그 모든 행동을 설명 가능하게 하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 성격으로 잘 잡고 가는 것 같아. 


옥러빗은 초반에 My Friends가 참 재밌는데 토드가 칼을 잡고 각성하는 순간 옥러빗도 서서히...같이 각성을 해. 그 전까지 토드를 측은하게 바라보다 '둘이서 함께 할일이 많아'의 가사에서 뭔가 큰걸 깨달은 듯 표정이 변한 뒤 흥분에 찬 눈빛으로 노래를 이어가는게 인상적이었어. 그리고 천천히 뒤로 걸어 들어가다가 "칼을들어라 스위니!!!" 나올때 씩 웃고 들어가는 디테일은 토드에 대한 애정과 집착의 각성, 그리고 그걸 넘어서 이 여자는 토드가 복수를 결심한 상황 자체마저 재밌어 하는구나라는 해석이 가능한 싸한 느낌이야


토드가 피렐리를 죽였을 때도 어떻게 죄없는 사람을 죽일 수가 있어!!! 하다가도 수입의 반을 내놓으로 협박했다고 하니까 그럼 그럴 수 있지! 난 또 당신이 미친줄ㅎㅎ하는 부분을 보면

<수입의 반을 내놓으라는 사람 = 죄 있는 사람 = 죽여도 되는 사람> 

이라는게 러빗의 평소의 사고방식이었음이 드러나ㅋㅋㅋ 또 이건 8월에 느낀건데 '핏국물 대박' 이라는 대사가 전에는 어우 징그러워ㄷㄷ 였다면 최근에는 '와...피다...' 의 느낌이라 살인에 무감각한 블랙코미디적 측면이 조금 더 부각된 톤으로 더 맘에 들었어. (날마다 다른거 같긴 함)

루시를 어느 정도까지는 돌보았을 거고 처음 만난 토비에게 많이 먹으라며 이뻐해주는 친절한 러빗부인의 또다른 모습이지.

그리고 그 뒤의 깜찍하고 혁신적인 발상은 이제 본능적으로, 자신의 욕구에 따라 '죄 없는 사람'도 죽여도 된다는걸 알아차린 순간이야. 여기서 표정 변하는 것도 좋더라. 저거로 장사를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진심으로 신난 그 장면.


또 이러한 욕망의 맥락에서 대본이 피렐리 지갑 터는 씬을 던져 주었다면 옥러빗은 이를 조안나맆때 주도면밀하고 능숙하게 시체들의 주머니를 뒤지는 디테일로 응용해. 

바이더씨 끝나고 안소니가 뛰어들어왔을 때도 조안나를 찾았다는 소리에 응?하고 돌아보지만 오르간 위에 자기 돈이 널부러져 있는 것에 더욱 흠칫하며 조용히 가서 지갑에 담는 씬도 연기로 잘 살린 부분이라 새삼 인상적인 디테일이었어.


그리고 옥러빗은 토드를 정말 사랑하는데 이 역시도 소유욕, 집착의 성격이 두드러져.

옥러빗은 토드에게도, 토비에게도 스킨십이 꽤 많은 편인데

계속해서 토드의 옷깃을 털어주고 땀을 닦아주고 입도 닦아주고 (늘 소지하고 있는 그 하얀 천은 바닥 닦는 걸레도 되고, 의자 닦는 행주도 되고, 토드 얼굴 닦는 수건도 되는;;)

정작 토드의 반응은 전혀 개의치 않고 뭔가를 계속 해줘. Wait 넘버에서도 토드는 복수를 위해 흥분하는데 옥러빗은 그를 한 수 위에서 다룬다는 느낌이 커. 아무리 사랑하는 토드씨지만 사실 옥러빗은 남의 감정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고 본인의 행복, 방에 꽃을 놓을까 어떻게 꾸밀까가 더 중요해. 그 점에서 2막의 By the sea는 러빗의 성격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 되지ㅋㅋㅋ 그외에도 옥러빗은 토드한테 다 퍼주고 열심히 들이대지만 가끔 소리도 지르고 명령도 하고 '헌신적'인 사랑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어떻게 보면 본인 위주의 방식으로 토드를 사랑해 







그러면서도 러빗은 늘 자신이 착하고 인정이 많다는 점을 무의식 중에 어필하더라.

'모성애하면 또 나거든', '우리 가게 오븐보다 더 따뜻한게 이 아줌마 마음인걸 어쩌겠어' '세상의 모든걸 품고도 남을만큼 넓지' 등의 대사가 러빗 본인을 통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에서 다분히 욕망추구적인 옥러빗의 아이러니한 자기최면이 느껴져. 

옥러빗은 본인이 기가 막힌 미친년인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난 이렇게 좋은 사람이야' 하면서 자기만족을 얻으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


토비와의 관계도 바로 그 점에서 흥미로워. 토비에게 정말 잘해주지만 토비 자체보다도 '이렇게 마음씨 좋은 내가 그 아이를 아낀다'라는 측면이 더 중요해 옥러빗한테는. 아까도 말했듯 옥은 토비에게도 스킨십이 많은 편이야. 상당히 자주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귀여워하는데 마치 강아지 이뻐하듯이 토비를 대해. 일도 잘하고 말도 잘듣는 착한 나의 강아지. 그런데 키우던 개가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요소를 보인다면? 아마 가차없이 버리겠지..?

옥러빗은 (본인 나름의) 진심으로 토비를 아꼈기 때문에 세상에 오븐보다 더 따뜻한 마음으로 목도리를 떠 주고 있었는데 그가 비밀을 알아채니 돌변하여 부엌에 가둬버려.

그래서 토비와의 계단씬은 이게 러빗부인이구나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돼.


그런데 이 장면은 큰 틀은 같지만 후기들 찾아보면 감정 흐름은 그때그때 다른 것 같더라. 내가 본 날도 조금씩 달랐는데


지난번에는


토비가 의심함: 당황 --> 토비가 지켜준다고 노래함: 측은의 눈물 --> 노래가 끝난 뒤: 냉정


"왜냐하면 아줌마가... 여기 앉아 목도리를 뜨면서... 우리 토비는 참 착하고... 일도 잘하고... 말도 아주 잘듣는다고 생각했거든...."


토비를 보며 눈물까지 흘리다가도 바로 1분만에, 이 대사에서 모든 감정이 정리가 돼. 상당히 싸늘하게. 그리고...


"그래서 말인데, 우리 토비는 전부터 파이 만드는걸 해보고 싶어했잖니ㅎ 아줌마랑 한번 해볼까...?ㅎ"


약간은 사악하기까지 한 톤으로 제안을하지.

나는 진심으로 너를 아꼈으나, 이제 모든걸 알아챘으니 너를 없애야 겠구나 하는 완벽한 본인 위주 (or 본인과 사랑하는 토드 위주)의 엄청난 감정 변화를 상당히 자연스럽고도 소름돋게 전달해서 되게 좋았어.


그런데 며칠전에는 좀 다른 느낌이었는데, 측은지심이 좀 덜하고 덜 당황한 대신 '젠장 이제 다 알아버렸구나..! 이 애를 어떻게 하지?' 가 주된 감정의 흐름 같았어.

지난번에는 토비가 저거 피렐리 선생님 지갑이라고 소리칠 때 굉장히 당황하면서 허둥댔는데 0810때는 토비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불편한 부분을 찔린듯 눈빛이 매섭게 일그러졌어. 알아서는 안되는 사람이 내 범죄 사실을 알았을때...그리고 내가 상대보다 강할때... 나올 수 있는 표정. 

이제 옥러빗보다 토비가 더 불안해 해. 러빗 품에 안겨서도 계속 의심을 멈추지 않고 혼란스러워 하는 토비를 더 꽉 안아주면서 굳은 표정으로 아이를 달래지. 

쉬이잇! 두려울 것 없다 아가...  파이 만드는거 해보자고 할때도 갑자기 토비 머리 쓰다듬으면서 그런 말 하니까 더 냉정하게 느껴지더라. 

그 뒤로 부엌에서 비밀을 알려주면서도 아가...천천히 해야지...부드럽게... 라고 하는 옥러빗 연기가 이미 최후의 수단까지 다 생각해 놨으면서 이상하게 그 아이를 향한 약간의 모성애를 담고 있어서 좀 싸하고 묘하게 느껴졌어.

이렇게 토비를 대하는 장면은 날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서 그 디테일을 보는 것도 큰 재미인 것 같아.


하지만 누구도 해칠 수 없을 것 같은 러빗부인 그녀의 유일한 치부는 바로 '루시'

러빗이 아무리 인육파이를 몇십개를 만들어도 본인은 죄책감을 못느낄 뿐더러 뭐라고 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 하지만 루시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 

물론 착하고 마음이 넓은 옥러빗은 자기최면의 달인이기에 그녀의 행동은 다 합리적이었고 본인이 잘못한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토드가 루시를 잊지 못하는걸 러빗은 잘 알아. 모든게 밝혀진다면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도 하기 싫겠지. 거지여인이 계속 주변에 있는 한 러빗은 그녀를 완전히 떨쳐낼 수 없어.

그래서 옥러빗은 피렐리와 대결하기 전, 혹시나 토드가 보게 되지는 않을까 틈틈히 거지여인을 경계하고 마지막까지 머리카락으로 시체 얼굴을 가리며 '악마같은 년'을 필사적으로 숨기려 해. 그리고 모든게 들통난 순간, 죽기 직전 정신나간 사람처럼 뱉어내는 변명과 자기합리화에 '사랑해 내가 더 잘할게요'라고 절규하는 옥러빗의 짙은 호소력이 더해져서 그 최후가 정말 강렬하게 남더라.

그 후 엔딩때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것' 에서 토드를 향해 웃는 부분은 지금까지의 흐름에 맞는, 딱 옥러빗 다운 마지막 모습이라고 느껴져서 더 좋았어.



이렇듯 러빗부인은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모습을 가진 상당히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 돼. 그런데 그녀의 모든 행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옥러빗이 캐릭터 분석을 나름대로 철저히 한 것 같아서 리뷰하는 재미가 있었어.

좋은 캐릭터를 배우의 좋은 해석을 통해 만나는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야.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조토드도 상당히 흥미롭고 생각해볼만한 디테일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7월말에 보고 못봤네...^_ㅠ 나는 왜 티켓팅도 망해가지고...ㅠ

기회되면 다른 캐릭터 리뷰도 써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