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두산 베어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식어가 바로 '화수분 야구'다. 타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정도의 기량을 갖춘 선수가 두산에서는 2군 밥을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1군과 2군의 기량차가 없어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이 주어졌다.

그런 두산에는 '화수분 야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송재박 2군 타격 코치가 있다. 1992년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 때부터 햇수로 25년간 한 팀의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그야말로 두산 베어스의 역사라 할 수 있다.

▲ 송재박 코치가 생각하는 '화수분 야구'

송 코치는 올시즌도 이천에서 선수들 곁을 지키며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16일 기준 33승 8무 45패 승률 0.423로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2군의 궁극적인 목표는 1군에서 필요한 선수들을 양성하는 곳이기에 그쪽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화수분 야구'라는 건 그만한 자원이 있어서 나오는 이야기인 것 같다. 가장 큰 건 스카우트 팀에서 신인 선수들을 잘 뽑아준다. 또 강팀으로서 플레이오프, 국제대회 등 큰 대회를 경험하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기량이 발전하고, 팀이 단단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박건우·김재환, 기술적인 면에서 부족함 없는 선수"

'화수분 야구'답게 두산은 올 시즌 미국으로 건너간 간판타자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공백을 박건우, 김재환이란 재목이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 박건우는 16일 기준 100경기에 출장해 367타수 127안타(16홈런) 64타점 71득점 13도루 타율 0.346를 기록 중이다. 두산 최초의 20-20 클럽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송 코치는 "박건우는 원래 장점이 많은 선수다. 2군에 있을 때 다른 선수들하고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멘털적인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올 시즌 김태형 감독이 많은 기회를 주면서 빛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환 역시 팀의 중심 타선을 지키며 지난해 김현수가 세운 팀 내 좌타자 최다 홈런 타이기록(28개)을 지난 13일 경기에서 달성했다. 두산 최초 좌타자 30홈런도 가능해 보인다. 김재환은 시즌 초반 슬럼프를 겪으며 2군에서 재정비 뒤 다시 1군으로 올라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송 코치는 "김재환도 박건우와 마찬가지다. 기술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선수다. 그래서 '오버 스윙 하지 말라', '콘택트 위주로 하라'고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다"며 1군에서의 활약을 분석했다.

▲ 송재박 코치가 바라본 애제자 김현수와 홍성흔

수많은 선수들을 가르치며 A급 스타로 키워낸 송 코치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선수는 지난해 KBO리그 최초로 자유계약(FA) 선수 자격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가 아닐 수 없다. 김현수는 지난해 볼티모어 입단 기자회견 당시 여러 코치와 감독의 이름을 거론했는데, 송 코치도 그 중 한명이었다.

사실 김현수는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으며 팬들의 야유까지 들을 만큼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매일 밤 스윙을 하고 노력한 끝에 자신의 자리를 기어코 찾아냈다. 15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경기에서도 5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연일 타격 머신 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출루율은 15일 기준 0.400로, 팀에서 6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들 중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볼티모어 간판타자 매니 마차도의 출루율은 0.363이다.

송 코치는 "시즌 초반에 봤더니 몸이 조금 불어있었다. 그래서 준비가 조금 덜 됐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기사를 읽어보니 매일 같이 연습을 한 것 같더라. 정신적으로 이겨냈다는 걸 높이 사고 싶다"고 칭찬했다.

최근 부상과 슬럼프로 극심한 침체기에 빠진 홍성흔 선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그도 흐르는 세월을 막지 못하고 올시즌 햄스트링과 종아리 부상으로 2군에서 재활에 매달렸다. "정말 안타깝다"고 입을 연 송 코치는 "홍성흔이 2군에서 숙소 생활을 하면서 재활에 구슬땀을 흘렸다. 팀에서 베테랑 선수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더그아웃에서 파이팅도 외치고 후배들에게 많은 조언도 해주고 있다. 병살 플레이가 많아 팬들에게 욕도 많이 먹고 하는데,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라며 진심으로 안타까워 했다.

송 코치는 25년 동안 한 팀의 코치로서 생활한 것에 대해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구단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눈시울을 붉히며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한 송 코치는 "직장이긴 하지만, 구단주님이나, 관계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운이 좋았다 생각한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며 좋은 선수들 만나서 코치 생활을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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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서울 DB, 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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