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 그리고 지태에게는 을이...자신들의 인간다움을 비춰보는 거울이었을거야.

물론 죄책감이나 책임감도 당연히 있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을이를 지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자들 중에 그들도 속해 있으니.


세상 사람들이 뭐 "수준도 안되는"(정은), "주제도 모르는, 이런 거지 같은 거"(윤후), 하다 못해 (나리도...ㅋㅋㅋ) "정상은 아닌" 아이라고 말하지만

그 해맑고 이쁘고, 남들에게 없는 오지랖을 장착한 을이를 알아보고, 귀하게 여기고, 이뻐해주고...

그럼으로써 준영과 지태는 스스로 위안을 삼았던 것 같기도 해.


결국 을이를 을이답게 지킴으로써 준영과 지태는 그들 자신의 진정성을 지키려 했던거지.


근데 14회가 시작되면서 여태 을이다운 것"처럼" 보이던 을이가 자포자기하기 시작했어.

(사실 을이가 자포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절대적으로 이해된다는 것이 슬프면서도 또 그렇게 자포자기하는게 안타깝기도 하지. 일단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지지대였던 준영을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진심이 어린 눈과는 다르게 자꾸 행동해. 그 이유도 모르겠고. 엄마의 마음으로 지켜왔던 직이가 또 모든 꿈을 접은 채 세상에 뛰어들려하고)


지태가 충격을 받기 시작하지.

사과받아야지 돈은 아니라고...사과 안할거라고 소리치는 을이를 마치 처음본 얼굴인양 쳐다보더라.

그리고 고나리의 전화가 결정타를 날리고.. 아마도 나리도 저렇게 위악을 떨며 말하는 을이를 처음 봤을거야. 사실 을이는 자신에게 화가 나서 한말이었겠지만...나리도 많이 놀란 거 같더라...몰래 듣고 있던 준영이는 물론이고..

이제 을이다움을 보고 기뻐하고 기특해하고 좀 도와주고...이런 식으로는 안되겠다 생각햇겠지. 14회 중반을 시작으로 지태의 각성과 그에 따른 행동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것.


물론 이런 적극적 생각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준영이 먼저 시작했지.

14회에서 준영이는 복수를 포기할까 하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고...

준영이도 처음 봤거든...을이의 위악을 떠는 모습 그리고 그 이후 자책하는 을이의 모습을...한번도 준영에게 아버지의 사고 얘기도 한 적이 없던 것으로 기억해.

아빠를 부르는 단어에...준영이 가슴이 쿵하는 표정도...그래서 더 절절하게 와 닿더라...


그리고 준영이 목숨을 걸고, 지태는 사회적으로 그를 구성했던 모든 가치를 걸고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것이 을의 을이다움이라는 메세지는...

이경희 작가가 이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려는 궁극적인 메세지인 것 같은데...현실 속 모든 을에게...현실속에서는 불가능하지만...드라마 속에서라도 너희들을 지켜주려는 그들을 통해 위로받기를 바래본다..는 뜻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