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3(일) 14:00 @드림아트센터

백석 : 강필석
자야 : 최연우(최주리)
사내 : 유승현



리딩후기가 너무 좋아서 그만큼 기대했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보고 왔어
일단은 굉장히 서정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작품이었다는게 일차적인 감상.

등장인물은 단 세명, 그리고 피아니스트 한명
늘 생각하는 거지만 많지 않은 배우들이, 무대를 꽉 차보이게 만드는 작품의 힘은 늘 대단한 것 같음

최근 한국문학 또는 한국 그 자체의 성장 가운데 희생된 많은 여자들, 혹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남자시인 혹은 남자소설가의 이름,
그 어느 한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여자의 이름에 약간 억울한 감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뭐 실존인물을 꼽기보다는 글쓴답시고 놈팽이짓(ㅋㅋ)하며 집에 돈한푼 안갖다주면서
부인이 삯바느질이나 머리채 팔아 희생한 피눈물을 딛고 꽃핀 근대문학 블라블라 이런거지만 ㅋㅋ

오히려 나나흰에서는 시인 백석보다는 자야라는 인물이 주는 여운 같은게 좀 더 깊었던듯해

난 아마 재관람을 하게된다면 백석때문이 아니라 자야 때문일 듯

이 작품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금 쓸데없이 늘어진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고,
무대에 대나무들과 무대 우측에 설치된 피아노 때문에 활용할만한 공간이 적어져서
조금 동선이 번잡한 느낌을 받았고, 극장은 신축건물임에도 굉장히 구렸으며,
아무래도 시를 가사에 사용하다보니 특유의 시적표현들이나 옛날 국어들을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난청이 가끔 유발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작품자체가 주는 애틋함, 처연함, 그리고 서정만큼은 정말 대단했던 것 같아

어떻게 저렇게 사랑에 모든 것을 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들었던 주리자야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기다림

\"자네, 내 마누라 해달라\"는 그 한마디에 시작되어 훌쩍 떠났다가 또 마음대로 돌아오는 백석을 항상 받아주던 그 큰 사랑,

천억을 준다해도 바꿀수 없다는 백석의 시 한편을 받아들고, 내 젊고 아름다운 날이 이 시에 다 들어있다고 말하며 책을 어루만지며 행복해하던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 또 안쓰러웠어.

이미 헤어진지 오래인 백석을 그리워하면서 이리 될 줄 알고 자야라는 이름을 주셨냐고 할 때, 말을 잇다가 잠시간의 공백,
그리고 소리없는 눈물에서 온갖 슬픔과 회한이 묻어나지만 그 모든 것들을 덮는 큰 사랑이 느껴지더라

극의 시작에 까만 옷을 입고 앉아있는 자야와 그리고 시인 백석의 책을 건네는 사내, 그리고 그 이후에 흰 옷을 입고 등장하는 백석

극을 보면서 왠지 장면이나 시간들이 조금 툭툭 끊기는 느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이 작품이 이미 늙은 자야의 기억으로 재구성된 젊었던 시절 백석과의 추억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추억을 회상하면서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의 조합들이랄까...

가난 때문에 다시 입은 붉은 치마(기생),
그리고 또 불쑥 찾아와 물끄러미 그 치마를 쳐다보던 백석의 눈빛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함이 실려있어서 그건 그거대로 슬펐지만

또 이후에 자야가 백석에게 당신이 싫어하는 기생일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대학도 가고, 당신 책도 냈다고 할 때는
왠지 모를 백석에 대한 원망(왜 싫어하면서도 하지말란 말은 하지 않은건지)과 혹은 긴 세월 이별에 대한 변명처럼 느껴져서 눈물 남 ㅠㅠ

특히 붉은 치마를 입고 춤추던 북관에서의 모습이나 흰 소복입은 여승의 모습으로 하염없이 무대를 돌던 그 모습과 그 표정에
너무나 복잡한 자야의 심경이 그대로 담겨있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요정백석, 시인이미지에 이렇게 잘 어울리는 배우라니 ㅎㅎ
그렇지만 내가 자야라면 백석이랑 안 살아요. 자야 넘나 고생한 것 ㅠㅠ

월세도 못내는데 생선지짐 팍씨

하지만 자야만큼이나 백석도 큰 사랑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
하염없이 만주벌판 추운 방바닥에 누워 찬 바람벽에 등을 붙이고 기대앉아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는 말을 써내려 가는 모습이 상상되어서 서로가 서로를 만났다는게 다행이다 싶기도 했어

정말 자야 아니면 그 누가 백석을 온전히 이해해줬을까

아 그리고 이번 나나흰을 통해 처음 본 유승현배우,
멀티로서 각각의 역할마다 균형잡힌 연기를 보여준것도 좋았지만 특히 마지막에 자야와 백석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 눈빛이 너무 좋았던 듯해

극장을 나와 커피를 마시면서 실제 백석과 자야의 이야기를 찾아서 읽어봤었는데,
아마 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알고싶었던 게 아닌가 싶네
긴 후기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