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순이. 콩순이와 함께 태어난 자매. 둘은 6남매로 태어났으나 이런 저런 사연으로 모두 죽고 세상에 딱 둘 남았다. 특히 팥순이는 콩순이와는 달리 태어나서 5개월 정도 까지는 길냥이로 생활하다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 내방으로 들어오던 시점에서도 그렇게 사람의 손에 잘 길들여지지 않았다고 할까? 나에 대한 손길만을 거부하지 않던 낯가림이 심한 평범한 길냥이로 생활하다가, 내 방으로 들어와서 집냥이 생활을 하게 된지 벌써 10년.
여튼 팥순이는 5개월 간의 짧은 길냥이 생활이었지만, 아직도 너무나 길냥이스러운 습성을 간직하고 있다. 아니 길냥이라기 보다는 야성이라고 해야 하나?
집을 돌아다닐 때도 당당히 돌아다니지 않는다. 최대한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시간에 이동한다. 문을 살금히 열고, 거실의 탁자 밑으로 이동한 후,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 부엌으로 이동해서 부엌의 생선을 털어먹고 또 다시 조용히 아주 조용히 그렇게 이동해서 내 방으로 온다고나 할까..
그래서 집 안에서 팥순이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대수롭지가 않다. 녀석은 또 그렇게 어딘가에 숨어서 잠을 자거나 또 어딘가에 숨어서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기 위해서 잠복해 있거나... 여튼 팥순이는 상당히 길냥이스럽다.
하지만, 단 하나 세상에 단 하나 사람의 목소리에 반응한다면 그건 내 목소리이다. 팥순이가 1개월 때 쯤, 어미냥을 따라 옆집으로 이동해버렸다. 그리고 2개월 후 우리집 담을 다시 넘어왔을 땐 이미 어미냥에게 버림(또는 독립 또는 어미냥이 로드킬) 받은 이후 였다. 배가 고파서 우리집 담을 넘어 마당으로 돌아왔을 땐 너무나 꼬질한 모습의 초라한 행색의 아가냥이었다. 그렇게 나와의 묘연은 시작되었고, 차츰 차츰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질 무렵 같이 담을 넘어왔던 남매냥이었던 장갑이가 돌연 죽었다. 그래서 나는 팥순이를 잡아다가 내 방에 들였던 것이다. 세상에 홀로 남은 5개월 남짓의 어린 냥이라니.. 방안에 마침 같은 자매인 콩순이도 있으니 데리고 들어왔다. 콩순이와 팥순이는 늘 함께 자라왔던 것 처럼 들어오던 순간부터 둘은 너무나 즐거워했고 잘 지내고 있다는 지금 껏.
오늘 새벽에 이거가 열어놓은 내 방 창문으로 이거 따라 외출을 했다고 한다. 저녁이 다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렇게 팥순이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대답하지 않더란다. 그리고 내가 퇴근하고 본가로 귀가했을 때 팥순이의 가출 소식을 들었다. 나는 의례 팥순이의 이름을 불렀더니.. 뒷마당 어디선가 희마하게 팥순이가 대답을 한다. 근처에 있었던 것이다. 뒷 마당 쪽으로 나 있던 부엌의 조그마한 뒷문을 열어두고 팥순이를 몇 번 연호 하니 팥순이가 집으로 달려들어온다. 내 소리를, 내 목소리를 듣고 들어온 것이다. 11년 전의 그 때 처럼. ㅠㅠ
팥순이가 유일하게 믿고 있는 사람의 존재는 나라고 하는 게 얼마나 감동스럽고 또 고마운 일인가.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매우 섭섭하게 생각하신다. 내가 주중에 없는 동안에는 아침 저녁으로 식사 챙겨주고 간식챙겨주고 까지 하는 데 왜 당신이 부를 땐 오지 않던 팥순이가 내가 불러서 들어오냐며 타박하신다. 나는 정말 흐뭇하지만, 어머니는 찐한 배신감을 좀 느끼신 듯. 오늘같이 갑자기 추워진 날. 새벽부터 아무것도 먹지도 못 하고 가출했는 데. 그래서 그렇게 목놓아 부르셨는 데 한 번도 대답안하던 팥순이가 내 소리를 듣고 냉큼 달려들어왔으니 ..
여튼, 못난이 팥순이. 이쁘지도 살갑지도 그렇다고 애교가 많은 것도 아닌데. 늘 집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지만.. 내 앞에서만큼은 천하의 애교냥이가 된다. 내 손길 한 번만 닿아도 자다가도 그르르르르... 내 목소리만 들어도 자다가도 그르르르.. 하는 이 녀석. 난 별로 해 준 게 없다고 생각하는 데 나에게만은 절대 신뢰를 보내주고 있는 이녀석.. 너무 기특하고 또 신기하다.
팥순아 딱 지금처럼만큼만 나와 함께 더 하자. 딱 10년만 더 행복하자. 고마워 팥순아. 별 아픈 곳 없이 너무너무 잘 자라줘서 고마워. 항상 사랑해.
#정말 팥순이는 집안에 사는 길냥이 ㅎㅎ
어쩜 그렇게 사람 눈에 안띄냐. 울압쥐는 팥순이 집에 들어온지 몇 개월만에 아셨다고 한다. 집에 냥이가 하나 더 있다는 걸.. ㅋㅋ
ㅠㅠ감동입니다
따뜻한 이야기 ㄳㄳ 어무닌 좀 서운하시겠지만 ㅋㅋ
단 몇 개월의 길냥이 습성을 가지고 10년을 산 조심스런 성향의 팥순이가 유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똘집사 감동적이고 신비로워
감동
3줄 요약 안해서 비추
팥순이가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나도 이 비슷한 경험이 있어.... 내가 7년전쯤 성묘를 아는 지인에게 냥줍해서 줬어~ 귀가 중성화표시된..혼자사는 분이고 집도 꽤 넓어서 살기에는 최적의 환경이였지..붙임성도 있고 순해서 이쁨받고 살았는데, 어느날 전화가 왔어~ 안고 슈퍼 가다가 냥이가 뛰어내렸대..그리고 못찾겠대 밤이라서..담날 일찍 내가 그 장소에 가서 부르니까 야옹하며 나오더라 근처 알박이한 집 담장에서.. 어찌나 기쁘던지.... 보고 싶다 나비.....
안고 슈퍼를 가다니 ㅜㅜ 여튼 다시 찾아서 좋네. 그래 냥이들 기억해줄 때 너무 고맙고 기특해.
왜눙물이....
집안이 답답할까봐... 길냥이라.... 그집은 빌라라 마당이 없었거든 .. 종종 한 일인데 그 날은 갑자기 뛰쳐나가서...
첫정이 무서운거시여.
앙 그렇구나. ㅇㅇ 팥순이도 그래. 콩순이는 안그런데 팥순이도 가만히 있다가 몇 달에 한 번 정도는 저렇게 밖을 돌아다녀. 가출 같은 걸 하고 싶은 듯 하더라. 지난 부산집은 굳이 내가 안불러도 알아서 들어오는 구조 였는 데. 여기 시골에서는 꼭 내가 불러야지만 들어옴
ㅇㅇ 첫정인가봄.1달 때 콩순이 데리고 들어올 땐 나 싫다고 난리쳤던 팥순인데 이후 나와 다시 만났을 땐 서서히 마음을 열어줫거든
처음 봤을때도 겨울이라 1층 현관앞에서 안을 보고 있더라구... 일하는 중이라 어쩌지도 못하고 며칠 있다가 지인에게 이런 고양이가 있더라 얘기하니까 데려오라는 거야 예사 고양이가 아닌것같다구 그래서 얼씨구나 하고 앵겨드렸지... 난 집에 강아지가 있어서 어려웠거든...가는내내 택시안에서 야옹야옹 하더라구 아저씨가 다행히 좋은 분이라...집앞에서 내리고 가려는데, 얘가 불안한지 뛰어내리더라 그래서 나비야 가자 추우니까 같이 가자 그러니까 뒤돌아 보더니 가만히 있더라구 그게 첫인연이였어
아... 정말 따뜻한 글이다ㅠㅠ
똘언니 글은 늘 읽을때마다 힐링이 된다.
냥이가 마침 들어오는 길 아니었을까 ㅎ어머니 섭섭해하지 마시라고...
ㅇㅇ 다들 고맙게 읽어줘서. 긴 글인데. 그리고 새벼기 횽. 역시 묘연은 있나 봄. ㅠㅠ
ㅋㅋ 그.런건지도.. ㅋㅋ ㅋㅋ 들어오는 길 이었을지도. 집 안팤으로 냥이랑 멍이들이 많아서 아마 어딘가에 집 근처에 숨어있었을 거야. 늘 그랬듯이. ㅋ
지금 나랑 살고있는 냥이도 사연이 있어~ 2년전에 냥줍했는데, 얘를 만나기 이틀전에 집근처에서 로드킬 당한 냥이를 봤어.. 일하러 가는 중이라 그냥 지나쳤거든... 이틀 지났나 새벽에 아깽이가 엄청 크게 우는거야 목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그 어미가 아닐까 싶고 무척 추웠기도 했고.. 채 두달도 안된 냥이가 우리 새벽이야.... 지금은 호랑이가 됐지~
그래 묘연은 있는 거야. 팥순이도 그렇게 떠나갔는 데 2개월 후 다시 우리집으로 자기 힘으로 다시 넘어왔잖아. 호랑이가 된 새벽이. 우옹 ㅋ
집안에 살더라도 인식표는 해놔.아무리 같이 오래 살아도 사고는 한순간이야..외출냥이라도 누군가 집어 갈수도 있는거고.그래야 심리적으로 안심도 되고 찾을 의지가 계속 생겨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