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년 후의 당신들에게
“여기는 킬팀 카르타고. 워치캡틴 엑소투스가 보고한다. 인퀴지터 라엘. …아스트로패스 카데, 인퀴지터 라엘은 어디있나?”
심한 잡음, 그리고 더 심한 우울감이 담긴 목소리가 대꾸했다.
“짐작해보세요.”
“해부실인가?”
“정확하세요. 하아.”
흔들리는 코르부스 블랙스타 강습선 안에서, 워치캡틴 엑소투스는 통신장치에 흐릿하게 떠오른 아스트로패스의 우거지상을 보고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인퀴지터 라엘은 또 ‘개인적인’ 연구에 몰두하는 모양이었다. 업무는 죄다 뒷전으로 밀어두고 타이라니드 뇌조직이나 네크론 피부를 뜯어내며 히히덕대고 있겠지. 그 업무는 고스란히 불쌍한 아스트로패스의 몫이다. 어깨라도 두들겨주고 싶지만 자신은 행성 궤도상의 강습선에 있고 그녀는 소행성대에 숨은 모함의 통신실에 있다. 그는 사무적인 어조로 빠르게 보고를 끝냈다.
“유감이군. 그럼 평소대로 자네에게 보고해두도록 하지. 나중에 전해주게. ‘킬팀 카르타고’의 이번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행성 맬빌-6의 야생체 타이라니드들은 성공적으로 고립되었으며 다시 시냅스 연결을 꾀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상자 없음. 기록했나?”
“네, 네. 이따 인퀴지터께서 ‘개인적인 연구’를 마치면 보고할게요.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는데…. 아참, 이쪽에서도 보고할 게 있는데요.”
“급한 일이 아니라면 복귀 후에 듣도록 하지.”
물론 급한 일일 것이다. 아스트로패스 카데는 쾌활하고 태평한 성격이고 어지간한 일 정도로는 데스워치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다.
“급해요. 무지무지 급해요. 너무너무 급해서 들어주지 않으면 제가 죽을지도 몰라요. 들어주지 않으면 제국이 위험할지도 몰라요.”
그녀가 우거지가 되어 보고할 정도의 일이라면….
“토르켈 형제가 또 밀주라도 만들었나?”
정확했나보다. 스크린 너머의 그녀는 투명한 눈으로 사방을 쏘아보더니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독극물을 민간인한테 강제로 먹이는 만행까지 저질렀어요. 피해자는 급성 알콜 중독으로 위독해요. 아아, 옥좌여. 정말이지….”
통신기가 갑자기 흐릿해지더니, 쿵광거리는 소리, 카데의 비명, 이어서 수염투성이, 흉터투성이의 거대한 얼굴이 아스트로패스의 가녀린 얼굴을 밀어내고 흐릿한 녹색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악명 높은 ‘루카스 세컨두스’ 토르켈 레드하운드였다.
“어디서 악의로 가득 찬 날조를! 듣지 마시오, 워치캡틴!”
“아, 진짜! 통신 중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스타르테스 토르켈!”
“스페이스 울프의 이빨과 명예에 걸고, 이런 날조로 우리의 찬란한 업적에 오명을 던지려는 행각은 용납할 수 없네, 이 비열한 아스트로패스! 다크엔젤인가? 다크엔젤의 사주를 받은 것인가! 내 혼신에 찬 시험작을 독극물에 비유하다니!”
아스트로패스가 양손을 다 이용해 토르켈의 수염과 머리칼을 붙잡고 밀어대며 스크린에 다시 얼굴을 비추려 시도했지만 신통찮은 모양이다. 토르켈은 꿋꿋이 자리를 지켰고 아스트로패스의 낑낑대는 신음 소리가 통신음에 섞였다. 하긴 아스트로패스가 주먹을 쥐어도 저 토르켈의 코보다 작을 지경이다.
“한 모금 마시고 사람이 기절할 정도면 그건 독극물 맞잖아요, 아스타르테스 토르켈! 그리고 명예? 제국자산으로 사제독극물이나 제조하는 주제에 무슨 명예에요! 어디서 비열하느니 마니 소릴 꺼내요? 나가요!”
“…이건 확실히 급할 수도 있겠군. 좋아.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토르켈 형제, 통신실에서 나가도록.”
“이 부당한 모욕에 사과받기 전에는 그럴 수 없소! 워치캡틴, 내 걸작을 맛보고 평가해주시오! 이게 독극물인지 아니면 펜리스 아마삭에 비견 가는 걸작인지!”
“세상에는 안 봐도 뻔한 게 있네. 나가게. 명령일세.”
간신히 화면에서 스페이스 울프를 밀어낸 아스트로패스가 한숨을 쉬면서 흐뜨러진 머리칼을 정돈하는 것이 보였다. 워치캡틴이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통신기를 닫으려 할 때였다. 아스트로패스 카데가 황급히 손을 뻗어 저었다.
“아, 보고사항이 한 가지 더 있어요, 워치캡틴! 모함 근방에서 저속도로 항주하는 탐사선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무래도 믿을 수는 없지만, 서비터의 관측결과로는 테라 시대 물건이라는 것 같아요.”
“테라시대라고? 정말인가?”
“정확히 말하면, 테라도 아니고, 지구라고 불리던 시절이라는 것 같은데요. 일단은 회수했는데, 함내 자료로는 도통 정체를 모르겠어요. 선내 테크프리스트들께서도 아는 것이 없다고 하고요. 혹시 분석하실 건가요?”
워치캡틴은 내리려던 손을 다시 들어올렸다. 아이언핸드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정도로 엑소투스는-드러내놓고 티내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기계에 대한 애정이 선호보다는 연모에 가까울 정도의 기계광이며, 그것이 골동품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개인적인 선호는 제쳐두고서라도, 정말로 테라 시대 이전의 탐사선이라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엑소투스는 반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하겠다, 아스트로패스.”
카데는 빙긋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잠시 후에 봐요. 이만, 교신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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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도 제노스 특수공작함 검은 말벌 일일 결산 보고서
발신: 인퀴지터 라엘 프로코 프로듈리우스(그로부터 권한대행: 아스트로패스 카델리아 후미카)
수신: 데스워치 킬팀
보고: 선내 사제독극물 제조 현장 발각, 중독자 발생, 이후 폐기. (제조자: 데스워치 요원 xxx xxxxx) (피해자: 선내 민간인 xx) 이후 징계 요망함.
시대 미상, 제조자 미상, 연대 미상의 심우주 탐사선 발견: 포획. 이후 관찰 요망.
보고 끝.
-가볍다면 그것은 헌신이 아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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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여럿 있는데, 항구적 평화와 도덕적인 정치인, 정직한 상인, 그리고 행복한 그레친이 그 예에 해당한다. 모든 그레친들은 실로 불행하며, 설령 오크 발레리나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을지언정 행복한 그레친은 없다. 따라서 그레친들에게는 행복도를 가늠하는 것보다는 누가 더 불행한지 견줘 보는 활동이 더 인기 있다. 물론 그래봐야 그레친의 분석이다. 별 도움이 되진 않는단 소리다. 그건 심지어 그레친 본인들에게도 그렇다. 다른 그레친들보다도 유난히 자신이 불행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구니치에게도 그렇다. 구니치가 미친 오크 해적군주 ‘안테나대왕’의 밑에서 근무하고, 그 미친 해적군주가 구니치의 두개골에 접시안테나를 처박고 뇌까지 쑤셔박아 고정시켜 걸어 다니는 송신장치로 만들었다고 해도, 그래서 구니치가 자신은 불행하다고 주장하다고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레친이니까.
그 불행한 그레친 구니치는 평소처럼 자기 키보다 큰 접시안테나의 무게 때문에 휘청거리면서 걷고 있다가, 해적선의 외부에 다닥다닥 박혀있는 안테나들로부터 전기신호를 받았고, 척추를 짜릿하게 태우는 전기신호에 거품을 물면서 경련한 뒤, 좁아터진 선내를 달리기 시작했다.
“뽀쓰! 뽀쓰! 뽀오오오쓰!”
구니치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해적선 ‘다-안테나 꼴렉타즈’안을 달려나갔고, 달려나가면서 자기처럼 안테나를 대가리에 꽂고 있는 그레친 여러 명을 치고 지나가 넘어지게 만들고 자기처럼 안테나를 대가리나 어깨에 꽂고 있는 오크 보이 여러 명을 성가시게 만들었다. 결국 구니치가 정강이를 건드려서 스퀴그 파이를 땅에 떨어뜨린 보이 하나가 성질을 내면서 구니치를 걷어찼다. 구니치는 숨 막히는 소리를 지르면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뭐시냐 이 정슨빠진 그룻아. 뭐땀시 뛰고 쥐뢀이고?”
“뽀쓰께 알릴 일이 이써욧!”
“뽀쓰는 지금 교-신 중인디? 건들면 피 보는거 모르남. 뒤지고 싶지? 엉? 사실 뒤지고 시퍼서 이러는 거지? 그냥 내한테 뒤지는건 어뗘? 안아프게 해줄게. 확 뒤져볼텨?”
오크 보이가 주먹을 뚜득거리며 다가들자 다급해진 구니치는 앙상한 팔을 내밀어 허우적거렸다.
“안테나! 안테나가 나타났어욧!”
“이런니미, 그게 뭐?”
보이는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구니치를 향해 다시 걸어오기 시작했다. 주먹을 다 푼 보이는 자신의 정수리에 꽂힌 괴상한 막대기 뭉치를 툭툭 두들겼다.
“아그야, 이게 뭐냐?”
“아, 안테나?”
“오 그려그려. 그럼 저건 뭐냐?”
오크는 손가락을 뻗더니 옹기종기 몰려드는 다른 보이들의 정수리를 가리켰다. 그곳에도 비슷한 형태의 막대기나, 접시나, 혹은 웅웅대는 다이오드들이 잔뜩 박혀있었다.
“안테나인굽쇼?”
보이는 한걸음 더 다가서더니,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아무데나 가리켰다. 그것들은 지저분한 복도와, 복도를 빼곡이 덮고 있는 접시 안테나들을 가리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려그려. 그럼 우뤼 다-안테나꼴렉타즈에 뽸곡히 박혀있는 것들은 뭐시다냐?”
“다 안테나입지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보이에게 압박감을 느낀 구니치는 비굴한 웃음과 함께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생각해벼. 우린 안테나가 존나게 만치?”
“많구말굽쇼?”
“그게 다 뽀쓰가 모은거쥐?”
“뽀쓰가 모아씁죠.”
“더 이상 필요 업슬 정도로 많제?”
“그렇…고 말굽쇼?”
“구럼 넌 쓸모도 없는걸 또 늘리자고 뽀쓰한테 쥐랄한게 되는거제?”
“히…해…그건 쪼까….”
“그니까 넌 나한테 맞아뒤져도 할 말이 업긋제?”
“히에에엑!”
보이가 씩 웃으면서 주먹을 들어올린 순간 구니치는 팔을 들어 앞을 막았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 살이 뭉개지고 피가 땅에 철퍼덕거리며 떨어지는 소리가 벌써부터 그의 지저분한 귀에 들렸다. 1초 후, 3초 후, 그리고 5초 후에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구니치는 눈을 떴다. 아주 살짝. 구니치의 지저분한 팔다리는 멀쩡했다. 그리고 박살이 난 보이가 천장에서 대롱대롱거리고 있었다. 누군가 가공할 힘을 가진 작자가 보이를 들어올려 천장에 매다 꽂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리둥절해하는 구니치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내 충싈한 형제드라.”
“예, 뽀쓰!”
“이 형제가 왜 뒤진 줄 알긌나? 이 불쐉한 형제는 안테나를 뭐독해서 뒤진겨. 알긌지? 우리 모두 쉰쉴하게 고크랑 모크님의 말씀을 들려주쉬는 안테나를 섬겨야되는디 이 놈은 그걸 안해부러써. 그래서 뒤진겨. 알그써?”
구니치는 바들바들 떨면서 그 거창한 연설을 하고있는 주체를 돌아보았다. ‘안테나대왕’ 크럭츄카가 그 곳에 서 있었다. 방금 오크를 한손으로 집어던져 천장에 처박아버린 오른손에서는 빠와클러가 전기를 튀겨올리고 있었고 왼손에는 구니치의 몸보다도 커다란 커스톰 메가 슈타가 들려있었지만 그 해적군주에게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머리통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삿갓을 거꾸로 뒤집어 쓴 것처럼 보이는 그 거대한 머리는, 지름이 1m도 넘는 중계용 안테나와 발광다이오드들, 전선과 발전기 등이 박혀있어 마치 금속 버섯밭처럼 보였다. ‘안테나대왕’ 크럭츄카는 거의 자비롭게까지 보이는 얼굴로 양팔을 펼처 올리더니 보이들에게 열정적으로 강변했다.
“형제들아, 누가 고크와 모크성님들의 말씀을 우릐한테 던져주는지 읊어봐라.”
“안테나님입니다, 뽀쓰!”
“그려그려! 안테나님한테 잘 보이라는게 바로 그 이유여. 알긋제? 그럼 다들 가서 볼일보그라. 나는 고크성님이랑 모크성님이랑 쬐까 교신을 좀 더 해야긌다.”
안테나대왕 크럭츄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명상실’로 돌아갔다. 구니치는 한참을 바닥에 주저앉아있다가, 명백히 주저하는 기세로 선장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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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대왕’ 크럭츄카는 보이 중에서도 유난히 멍청한 보이였던 모양이다. 그는 보이 시절 동료보이들이 휴미들의 복스캐스터를 훔쳐 장난질을 했을 때 그대로 속아넘어갔던 것이다.
‘크럭츄카야, 나는 고크랑 모크여.’
‘오마나 세상에 뫕소사, 진짜여?’
‘응 진짜여. 니가 새로 장만한 슈타랑 쵸파있제? 내가 그걸 좀 갖구시퍼 그랴. 거기 있는 바위 위에 두고 가그랴. 그럼 널 보스로 만들어줄테니께.’
‘알겠구먼유! 고크 성님! 모크성님!’
접시안테나가 달린 신비로운 상자에서 나오는 음성들은 보이 크럭츄카를 사로잡았고, 그는 고크와 모크의 목소리가 나오는 마법상자를-비록 그 후로 나온적은 없었지만-애지중지하면서 가지고 다녔다. 물론 새로 장만한 슈타와 쵸파를 그의 동료 보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걸 봐도 그 믿음을 깨지지 않았다. 아무튼 크럭츄카는 고크와 모크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신념으로 미친 듯이 싸워댔고, 지독한 행운인지, 아니면 저주받은 재능의 발현인지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촉망받는 놉이 될 수 있었으니까. 물론 겸손한 보이 크럭츄카는 그것이 자신의 재능이 아니라 고크와 모크의 은총 덕이라고 믿었고, 그 덕분에 기행을 일삼기 시작했다. 고크와 모크의 목소리를 다시 듣겠답시고 안테나들을 긁어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가끔은 달리는 휴미 전차들의 대가리에 달린 안테나에도 달려들었고, 한번은 강철-휴미들의 멕보이 비스무리한 것들을-퉤크마린이라던가 뭐라던가-때려눕히고 등짝에서 안테나를 뽑아간 적도 있었다. 아무튼, 고크와 모크는 여전히 침묵 중이었지만 겸손한 크럭츄카는 그것이 아직 안테나들이 너무 작고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점점 더 큰 안테나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어느세 그는 워보스가 되어있었다. 안테나만 빼고 다른 전리품은 모두 부하에게 나눠준다는 보스 아래 보이들이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늬들도 고크 모크 성님 말씀 좀 들어보랑께’라며 대가리에 안테나를 박아대는 고약한 버릇만 견뎌낼 수 있다면, 크럭츄카는 그럭저럭 괜찮은 상사였다.
바로 그 크럭츄카가 마련한 명상실은 ‘다-안테나꼴렉타즈’의 최심부에 있는 선장실이었으며, 사방이 벽에 붙인 안테나와 복스케스터로 도배된 그 장소에서 크럭츄카는 실로 경건한 태도로 고크와 모크의 말씀을 들으려 명상하곤 했다.
“뽀-쓰?”
그레친 구니치의 목소리는 웅웅거리는 잡음에 섞여 들리지 않았다. 크럭츄카는 평온한 미소까지 지으며 바닥에 앉아있었다.
“뽀오-쓰으?”
크럭츄카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구니치는 식은땀을 흘리며 목소리를 높혔다.
“뽀오오쓰으으으으?”
구니치의 눈 앞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동시에 목이 부러진듯한 통증도 느껴져, 구니치는 그때야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아차렸다. 크럭츄카의 솥뚜껑만한 손이 그를 움켜쥐고 벽에 처박은 것이다.
“돡쳐라, 이 그룻놈! 나가 교신중인거 안보이나!”
“뽀쓰! 뽀쓰! 뽀쓰! 제성해여! 하지만 안테나가 나타났어요!”
씩씩대던 해적군주는 손에 힘을 조금 풀었다. 그러나 구니치의 두 다리는 여전히 허공에서 휘청거렸다. 크럭츄카는 한결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말해보그라. 오또케 생긴 안테나여?”
“구게, 전망대 그룻 친구들이 망언경으로 발견한 것인디, 이렇게 생겨써요!”
다-안테나꼴렉타즈에 안테나만큼 많이 붙어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안테나를 가진 다른 함선을 찾기 위한 전망대들이다. 그레친들이 거기서 지나가는 안테나 하나를 또 보고 나서 구니치에게 연락을 주었던 것이다. 구니치는 헐래벌떡 땅에 내려와 긴 원형 안테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안테나대왕 크럭츄카를 사로잡았다.
“오매, 새끈하게 생겼구마!”
“뽀쓰 이마에 딱 맞을 것 가타서 얼른 달려왔지라. 이거면 고크 성님 모크 성님 말씀도 아주 빵빵하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깝쇼?”
“구래 이것아, 잘해써, 잘해써! 아그들아! 출항 준비하라!”
워보스와 그레친은 허겁지겁 밖으로 달려나갔다. 지저분한 ‘명상실’의 바닥에는 오물로 그려진 보이저 1호의 조잡한 모사도만이 남았다.
다-안테나꼴렉타즈가 굉음을 내며 엔진을 가동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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