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에 쾰슈 맥주가 있다면 뒤셀도르프에는 알트비어가 있지요. 오래된 맥주라는 뜻인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독일 맥주가 그렇다시피 아주아주 뛰어난 맛과 임팩트를 지향하기보다는 일상적으로, 밥 먹으면서 한 잔씩 할 수 있는 맥주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쾰슈보다는 좀 더 취향에 맞습니다만 은근히 두 맥주가 닮은 점이 많기에... 개인의 취향 문제겠지요.

물론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자기 거주지역의 자존심같은 것일 수도 있구요.



슈마허 알트입니다. 가벼운 탄산, 고소한 맥아의 향미가 좋습니다. 아무리 가볍고 마시기 편한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몰트가 한 번 꾹 눌러주는 느낌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갑네요. 쾰슈처럼 작은 잔에 따라주고, 코스터에 잔 수 표시하는 것까지는 비슷한데, 그만 마시겠다는 표시로 잔 위에 코스터 올리는 사람은 못 봤네요. 아니면 죄다 술꾼만 만난건가...?



점심을 걸렀지만 4시경의 애매한 시간이었기에 빵과 Blutwurst로 간단한 안주만. 피 소세지라는데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부드럽고 포슬했습니다.



이 날의 베스트 슈마허 1838er. 청량한 탄산감, 구수한 맥아는 물론이고 검게 익은 체리같이 묵직하고 농익은 과실향이 퍼집니다. 솔직히 알트보다 더 취향에 맞았음.



슐러서 알트도 한 잔 해봅니다. 좀 더 색이 진해보였던 만큼 구운 빵의 느낌이 좀 더 강했고 쌉싸름한 피니시는 묽게 내린 커피 느낌도 약간 났습니다.



구 시가지로 이동해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맥주집인 Uerige로 향해봅니다. 제법 쌉쌀한 뒷맛이 인상적이고 조금은 쿰쿰합니다. 약간의 발효 이취같은게 느껴져서 조금은 실망.



감자와 당근, 고기가 듬뿍 들어간 감자수프는 맛있었습니다. 프랑크푸르터 소세지는 작게 썰어서 수프에 퐁당 빠뜨려먹어도 맛있습니다.

수프에 들어간게 양파가 아니라 펜넬같은데 맛알못이라 확실치 않네요...



바로 이동해서 슐뤼셀 알트로 향합니다. 슬슬 저녁시간이라 사람이 무척 많았습니다. 조금 탄산이 강하고 쿰쿰한 효모취가 조금 납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술찐-따가 느긋하게 마실 분위기가 아니라 한 잔만 마시고 도주.



이 근처에 한 집 건너 한 집이 맥주집이라... 퀴체 알트는 홉의 쓰고 향긋함이 돋보였습니다. 



슬슬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시킨 그릴드 치킨버거. 구운 치킨패티가 매우 짰습니다. 감자튀김은 맛있었구요.



소화도 시킬겸 천천히 걸으면서 마지막 알트를 마시러 가봅니다. 약간 강한 탄산에도 불구하고 홉의 상쾌함과 구수한 몰트 맛이 좋은 밸런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역시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 잔만 먹고 도주.


요즘 맥주 마니아들에게 먹히는 종류는 아닙니다만, 언젠가 한국에도 가볍게 마실 수 있고 맛도 물리지 않는 평범하게 좋은 동네 술집들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대부분 알트비어의 가격은 250ml에 2유로 정도로, 쾰른/뒤셀도르프가 부자동네인 것을 감안해도 결코 싸지는 않습니다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뮌헨의 헬과 바이젠 비어 호핑, 그리고 바이로이트에서의 마이셀과 칭구들 한정라인업들이 훨씬 즐겁고 맛있었긴 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