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은 시질라이트를 옆으로 밀쳐내고, 의료용 수술대에 다가가려 시도하였다.

그리고 그는 실패했다. 대기가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수호방패가 박살났다. 광물들이 바닥에 퍼부어졌고, 돌 깃발들은 부숴져갔다. 방 안에는 눈을 태울듯한 빛이 폭발했고, 기계들은 일제히 터져나갔다. 핫산은 멀리 떨어진 벽으로 날아가버렸고, 말카도르의 등은 두 배로 굽어 있었다. 오직 자가타이만이 간신히 두 발로 서있었고, 순수한 에너지가 일으키는 돌풍에 맞서 몸을 앞으로 가파르게 기울이고 있었다.

아르비다의 신체는 신비로운 빛의 구체들로 이루어진 별들로 뒤덮여 있었다. 그의 윤곽은 워프의 분노가 내지르는 비명과 울부짖음 뒤에서 지워졌다. 그리고 비명의 합창이 귀를 찢었다. 고통받는 군단병의 포효가, 깊고 깊은 고통의 고함이 다른 무언가와 모두 포개져, 극도의 고통으로 이루어진 부서진 덩어리들이 쏟아졌다.

말카도르는 두 발로 일어섰다. 대혼란에 맞서 자신의 지팡이를 기댄채, 가늘게 눈을 뜨고 거대한 불길 속을 바라보았다. \'조각이 이곳에 있다.\' 그가 내뱉었다.

눈부신 에테르의 광휘가 폭발하여 파괴된 의료 시설의 껍데기를 밝혔다. 그 진원지에는 부숴진 수술대와 인간의 형태를 지닌 외로운 생명체가 잔해 속에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세계의 직물에 난 백색의 구멍처럼, 마치 태양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고통으로 몸부리치며 빛나고 있었다.

그것의 외형은 마치 행성의 바람이 풀려난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그것은 여전히 비명지르고 있었고, 그 등은 부활의 고통으로 인해 굽어있었다. 사지는 발작하고, 양 눈에는 빛나는 플라즈마가 강줄기들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가타이는 마치 강풍에 맞서는 것마냥 그것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주술사여!\' 그가 자신의 빈 손을 그것에게 내밀며 말했다. \'우리에게 돌아와라!\'

말카도르는 날카로운 바람에 맞서 자신의 지팡이를 바닥에 고정시켰다. \'안돼.\' 그가 중얼거렸다. 그는 방 여기저기에서 자기자리를 찾아가는 두건쓴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신호를 보냈다. \'그가 저항해서는 안돼.\'

이 말소리에 반응하여, 한 때 아르비다였던 존재가 그들에게 몸을 돌렸다. 그것의 불타오르는 눈은 시질라이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것은 그 앞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듯 했고, 그 덩치가 거의 칸과 비슷해질 정도로 성장하고 부풀어 올랐다. 그것은 분노와 고통으로 포효하며, 번개서린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힘이 실린 벽이 나타나 말카도르에게 돌진하여 충돌하였고, 말카도르는 휘어진 방의 바닥을 넘어 내던져졌다.

말카도르는 무릎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의 얼굴엔 줄줄이 피가 흘렀고, 로브는 한껏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불경한 창조물은 고통과 비통함의 대혼란에 빠진채 자신의 영혼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것은 금속가공물들에게서 룬들을 뜯어내고, 부숴진 워프 기계들 속 황동 상자들을 부풀어 터지게 하였다. 화염은 격노하고 있었고, 그 빈 두 눈의 자리에선 가공되지 않은 별빛이 쏟아져나와 돌들을 마치 샛별처럼 새하얗게 표백시켰다.

그것의 차가운 힘 앞에서 말카도르는 숨이 턱 막혀왔다. 허나 그의 실망감은 이제 공포로 물들어갔다. \'됐다. 그의 신체로는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어떤 보이지 않는 사이킥 명령에 따라, 룬이 새겨진 기계들이 되살아나 울부짖었다. 코일들은 플라즈마로 타닥거렸고, 에테르 함정들은 덜커덕거렸다. 벽에 새겨진 거대한 룬들이 살아나 타오르기 시작했고, 살아남은 하인들은 추방과 보호의, 부숴진 합창을 비명질렀다. 떨림 물결처럼 대기를 타고 번져갔고, 지붕에 새겨진 철의 줄무늬에선 검은 빛의 덩굴이 튀어나왔다.

역장이 괴물을 옥죄어 왔고, 그것의 발꿈치까지 압박해왔다. 공기는 그것의 폐에서 벗겨내어 증발시켜버렸다. 이제 말카도르는 온전히 서있었고, 그의 지팡이에는 왜곡된 상들이 곂쳐 있었다. 더 많은 단련된 철의 룬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자기들이 새겨진 돌의 터널에서 타올랐고, 그것들의 오컬트 공명은 방의 중심에 있는 화로를 익사시키기 시작했다.

맹공은 약해졌다. 고해의 물결은 강제로 약해졌고, 그것들의 심장은 비틀거렸다. 격렬한 변화의 바람은 그것의 반투명한 껍데기에서, 얼굴들의 퍼레이드에서 휩쓸어졌다. 그것의 사지는 풀어졌다가 부풀어 올랐다가 줄어들었다가 마치 마그마처럼 끓어올랐다. 그것의 입은 열려 절망으로 비틀어진 미소를 지었고, 뒤틀린 어깨를 따라 끓어오르는 살뭉치들이 흘러내렸다.

\'시도할 가치는 있었네.\' 시질라이트가 어둡게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며, 그들 모두에게 선고될 치명적 일격을 준비했다. \'허나 이걸로 끝일세.\'

하늘은 영혼들로 가득차있었다. 검은 바위들의 유리같은 면은 그들을 비추고 있었고, 대기는 그것의 광포한 분노로 흔들리고 있었다. 나무 줄기만큼 두꺼운 은빛의 번개들이 영혼의 폭풍으로 내려쳤고, 그것들을 녹이고, 뒤섞었고, 직감의 바다를 마구 휘저어  혼돈의 새 물건으로 만들었다. 머리 위론 별들이 굴러다녔다. 생각의 속도보다도 빠른 그것들은, 그러나 필멸자들에겐 관측된 적이 없었다.

아르비다는 검을 쥐었다. 뒤로 물러서자 그의 발꿈치가 피가 들러붙은 바위 위에서 미끄러졌다. 위상은 그를 따라왔다. 막대하고 빛나는, 타오르는 순수한 사이킥 투사체의 조각난 존재.

\"어째서 저항하느냐?\" 그것이 물었다. 그것의 외눈에는 차가운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손에 들린 화염의 검은 주위를 공기를 베어내고 있었다. \"이젠 내가 누군인지 알지 않느냐.\"

아르비다는 더 뒤로 물러섰다. 저 멀리 지평선에는 어두운 탑이 하나 보였다. 그것의 가파른 측면은 폭풍에 갈라졌고, 그 꼭대기는 워프의 고통 아래 사라졌다.

\'내가 아는 거라고 당신이 말해준 것 뿐.\' 아르비다가 말했다. 조심스럽게, 그는 자신의 머릿 속을 정리하였고, 고통의 감각을 되살리려 하였다. 그의 혈관을 타고 고동치며 순환하는 힘이 느껴졌다. 그는 마치 자신이 조각난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분자 단위로 해체된 듯 하였다. 허나 그의 갑주는 아직 단단했다. 그의 검은 빛나는 힘으로 웅웅거렸다. \'그리고 당신은 더이상 옛날의 당신이 아니야.\'

위상이 그를 따라왔다. 그는 마치 폭풍으로 가득찬 하늘과 같이 아르비다에게 그늘지었다. 그의 잔물결이는 왕관은 타오르는 영혼들이 잡아당겨 뾰족해져 있었다.

\"나는 가능성이란다. 바로 너와 같이 말이다. 내 아들아.\"

\'난 누구의 아들도 아니야.\' 아르비다가 말했다. 이 말이 그의 심장에 얼음 조각을 박아버리는 듯 하였다.  \'난 나를 잡으려는 이들을 퇴치해왔다. 난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추구한 적이 없어. 최소한 그리 열심히 하진 않았지.\' 그의 머리는 둔해졌고, 혈관은 뜨거웠다. 그는 마치 불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내부의 무언가로부터 삼켜지는, 오래된 마법이 그를 갉아버리는 것만 같았다. 허나 그럼에도, 그는 아직 일어서 있을 수 있었다. 검을 쥘 수 있었다. 저항할 수 있었다.

\"넌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다.\" 위상이 더 높게, 더 가까이 들이 닥쳤다. \"이젠 끝내자구나.\"

그는 더 많은 게 기억났다. 그가 부숴진 티즈카에서 보낸 길고 길었던 밤들이 기억났다. 그는 초고리스의 아들들의 도래가, 어둠을 베어버리는 용의 투구를 쓴 이가 기억났다. 그는 기나긴 전쟁으로 인한 손실을, 그가 그 주인에게서 가져간 타로 카드뭉치와 그것을 친구에게 주었던 사실이 기억났다.

그리고 그는 그 친구의 목숨을 앗아간 지옥으로 통하는 길이 생각났다. 그 생존의 옥좌에서 위대하고 고귀한 영혼이 살해당했었다. 그 모든 것을 돌아보면, 고통, 오직 고통이었다. 그것은 끊임없고 확고했으며, 절대 그를 놔주는 일이 없었다. 그것은 그가 성장하게 내버려 두질 않았다. 그가 지닌 유일한 주문은,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 계속해서 싸워가는 것, 절대 누구도 믿지 않고, 절대로 안식처를 찾지 않는 것이었다.

그 친구가 해주었던 말이 있었다. 이젠 자네가 도망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네, 친구여.


아르비다는 그의 무게로, 발 아래의 돌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그는 반쯤 뒤를 돌아 등 뒤의 크레바스를 보았다. 그것은 넓게 입 벌리며,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폭풍이 충돌했다. 영혼들은 비명질렀고, 별들의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그는 경각에 버티고 서, 자신의 파멸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자넨 더이상 갈 곳이 없네. 내가 말해주지 않았던가.  이건 자네의 사망몽이야.\" 위상의 윤곽은 가지런했고, 변하고 있고, 반짝이고 있었다.

\'전 프로스페로에서 싸우지 않았습니다.\' 아르비다가 말했다. 그 사실로 인한 수치가 온전히 다시 느껴졌다. \'전 테라에 당도할 때까지 살아야만 했습니다.\'

\"자네는 테라에 있네.\"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위상의 검이 들려졌다. 그것의 굽은 칼날은 마치 용의 전사가 지닌 그것처럼 보였다. 잠시나마, 아르비다는 태풍 속에서 칸의 목소리가 들린 듯 하였다. 칸은 마치 예수게이가 스스로를 희생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분노로 가득차 소리쳤다.

\"넌 그것들을 보존하고자 했지.\" 위상이 말했다. \"넌 네 갑주를 지켜왔어. 허나 살아남은 다른 이들은 그것을 뒤에 남겨 두고 떠날 것이네. 자넨 프로스페로의 마지막 아들이야. 허나 이는 이제 무의미하니. 프로스페로는 더이상 없고, 모든 것은 변화해야만 해.\"

\'당신을 제하곤 말이죠.\' 아르비다가 말했다. \'그들은 당신을 보존하고 싶어합니다.\'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야.\"

\'그렇다면 그 모든 것은 무가치했군요.\'

\"난 무가치한 일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위상의 검이 분해되더니, 한숨처럼 미끄러지며 사라졌다. 유령은 그의 빈 손을 뻗었다. \"네 수호신은 어디갔느냐? 나의 아들아.\"

아르비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상실감이 느껴졌으나, 검은 하늘은 그를 향해 비명지를 뿐이었다. \'저는 그가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리둥절한 채로 아르비다가 말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함에도, 이를 물어본 적은 전혀 없었죠.\'

아르비다는 이제 피곤했다. 수 년에 걸친 탈진이 그에게 스며들었다. 위상은 더 가까이 다가와 그에게 닿았다. 그리고 낯선 별들이 그들 위로 맹렬히 회전했다.

\"하지만 너는 답을 알고 있지.\"

위상은 그의 위로 미끄러져 와, 그의 고통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축복받은 멸절의 탈피 속에서, 그 모든 것을 지워갔다.

\"자넨 코르비데야, 자네들은 언제나 답을 알고 있지.\"

이 순간에서조차 아르비다는 저항했다.

\'그럼 무엇이 남게 됩니까?\' 그가 물었다. 슬픔과 괴로움 사이에 붙들려 있던 그의 의식은 마침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이후에, 무엇이 남게 됩니까?\'

\"재탄생\"

마그너스 더 레드의, 부서진 조각이 말했다.

칸은 앞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크리스탈 기둥과 워프 기계들의 오와 열 사이로 자신을 던져, 그것들을 때려부쉈다. 케이블을 잡아 뜯어내고, 에테르 함정을 해체해버렸다.

말카도르는 휘청거리며 그를 쫒았다. \'이건 실패했습니다!\' 그가 울부짖었다. 프라이마크가 난동을 부리기 전에 성가대원들은 이미 흩어졌음에도, 그는 칸을 저지하려 노력했다. \'이건 용납될 수 없는-\'

\'나는 그의 보호자였다!\' 칸이 포효했다. 그는 시질라이트를 따돌리고는, 룬이 새겨진 기둥을 넘어뜨렸다. 파워 블레이드를 한 손에 쥔 채, 빙그르 돌아 보글거리는 미약 병들을 제거해버렸다. \'그는 나의 원조 아래 있었단 말이다!\' 빛나는 상징이 터져나가 연기나는 금속 덩어리로 전락했다. 전기 풍향계는 부숴졌다. \'그러니 그에겐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시질라이트는 칸을 막기위해 움직였다. 그의 지팡이는 대기에 파문을 그렸는데, 이는 오직 칸의 타닥거리는 툴와를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한 걸음만 더 가까이 와봐라.\' 프라이마크가 경고했다. 그의 목소리는 공허와 같이 차가웠다. \'그러면 쿰 카르타로 가는 길 위엔 장대 끝에 처박힌 네 머릿통이 장식될 거다.\'

깜짝놀란 말카도르는 물러섰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꿈틀거리는 혐오체에 이르자 굳어버렸다.

\'자가타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자가타이가 몸을 돌려 그것을 보았다. 핫산은 간신히 몸을 질질 끌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나머지 하인들은 프라이마크의 약속된 폭력에 저지된 채, 그저 공포와 침묵 속에서 웅크리며 그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억압장과 널-방호에서 자유로워지자, 고통받던 혼합물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의 형태는 변이하기 시작했고, 유동성의 고통 속에서 서로 부딪혀갔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에너지가 그 속에서 요동쳤고, 그것의 입을 통해, 그것의 눈을 통해, 그것의 뻗어진 손가락을 통해 쏟아졌다. 허나 이는 통제되지 않는 듯 했다. 그것은 보라색, 푸른색 그리고 이름없는 수많은 색의 집합체였다.

\'너희는 나를 안다. 형제여, 주술사여.\' 칸이 말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분열되고 쪼개지는 화염들을 견뎌내며 나아갔다. \'너희는 신들의 영역을 건너던 자들이야. 너희는 여기서 끝나면 안 돼.\'

생명체는 다시 수축하였고, 보이지 않는 악몽을 쥐었다. 그리고 화염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만화경같던 얼굴들은 느려지더니, 오직 두 개만이 남았다. 부풀어지고 신체-변이된 공포의 얼굴 그리고 외눈의 유령. 이 둘은 서로가 뒤섞이더니, 황당스러운 속도로 분리되었다.

말카도르는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그의 닳은 얼굴엔 불길한 예감과 호기심이 뒤섞여 있었다. 허나 이에 간섭할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생명체는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얼룩덜룩해지더니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의 피부가 검게 변하고, 사이킥 화염에 휩싸였다. 그리곤 안으로 빨려들어가더니, 피와 뼈로 이루어진 작은 폭발들이 일어났다. 그러자 그것의 비명은 실로 동정할 수 있는, 현실의 공포에 속하는 울음으로 변했다. 그리곤 마치 필멸의 굴레로는 감당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려는 듯, 그것은 불쾌하게 수축했다. 살이 혼합되고, 힘줄이 짜여졌다. 뼈가 부서지고 재구성되었다. 이 모든 것은 희석되지 않은 최고천의 뜨거운 백색의 불길 속에서 제련되었다.

서서히, 넘쳐흐른 에너지가 거두어 졌다. 그것은 물질의 단단한 매듭으로 고체화되기 시작했다. 그 자신의 파괴와 창조의 세계 속에서 길잃은 듯, 생명체는 낮게 웅크리고 있었다. 그 척추에서는 아직도 산발적인 화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경련하고 절뚝거리며, 그것은 다시 일어섰다. 자신이 지닌 키를 한껏 늘려 일어나는 그것은, 숨막히는 워프 화염의 진창을 벗어내었다. 그리하여 그 자신을 드러낸 그것은, 마침내 인간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온전하였고, 살아있었다. 그는 다부지고 활력 있는 골격을 지니고 있었고, 두터운 목과 각진 턱을 가지고 있었다. 두터운 뼈 위에는 팽팽한 살이 덮혀있었다. 상처는 사라지고, 병소는 치유되었다. 그는 해진 로브가 모두 불타버려 나체의 상태였으며, 그의 신체는 군단병이 지닌 거대한 근육 조각과 같았다. 그의 한 쪽 눈은 온전해보였으나 다른 쪽은 삼켜져 있었는데, 보이는 것은 흉터 조각이 뻐끔거리는 것 같은 작은 틈 정도였다. 그의 새로 만들어진 피부 위에는 힘이 타닥거렸는데, 이 힘의 작용은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 주위의 대기는 진동하였고, 마치 프로스페로의 오래된 사막에서 일어났던 아지랑이와 같은 파문이 잔잔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고통은 사라져 있었다.

말카도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에테르 함정의 잔해가 돌 위로 떨어져 쨍그랑거렸다. 혈액순환기는 틱틱거리더니 멈추었다. 의식을 위한 화염들은 그것들이 담긴 그릇 안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칸은 그 인형 앞에 서, 그를 유심히 주시하였다. 그 얼굴은 언뜻 아르비다의 것이되 아르비다의 것이 아니었고, 한편으론 마그너스의 것이되 마그너스의 것이 아니었다. 그곳엔 프라이마크는 없었지만, 필멸자 또한 없었다. 그들은 서로 말 한 마디 없이, 어떠한 움직임 없이 한동안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에너지의 뭉치들은 마치 성 엘모의 화염과 같이 춤추며, 이 새 창조물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천천히, 그것은 손을 뻗었다. 하나에 이어 다른 하나를, 그는 마치 침묵 속 경이를 느끼듯이 그것들을 쳐다 보았다.  그것이 행하는 모든 물리적 움직임은 더듬거렸는데, 그것들엔 워프에서 비롯된 초감각적인 쿵쾅거림이 함께 하였다.


말카도르는 자신의 지팡이를 양손으로 쥐고 사용할 준비를 했다. 지팡이의 에너지가 차올라, 방 안의 공기를 쉬익거리게 하였고, 불타오를 준비가 되었다.

칸은 칼을 낮추었다. 그는 마치 사냥에 쓸 매를 감별하듯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그곳에는 껍데기 속에 자리잡은 그림자 프라이마크는 없었다. 신체 변이를 겪은 일탈체도 없었다. 그것은 무언가 다른 것, 무언가 새로운 것이었다.

\'넌 아르비다가 아니로군.\' 마침내 칸이 말했다.

인형이 그를 바라보았다. \'전부는 아니라오.\'

\'아픔은?\'

\'사라졌소.\'

말카도르는 방어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그에게 다가가지 마십시요.\' 그가 경고했다.

\'나는 당신이 의도했던 존재가 아니오. 시질라이트여.\' 결함있는 창조물이 말했다. \'난 그게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소. 그렇기에 난 이를 애석히 여기는 바라오. 나를 믿어주시오.\'

말카도르는 잠시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는 실망스러운 듯, 패배감 서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들 중 가장 영리한 자\' 그가 중얼거렸다.

칸은 그의 칼을 거두어들였다. 그는 눈앞의 존재가 동료인지, 형제인지 혹은 둘 다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내가 널 뭐라 부르면 되겠나?\'

창조물은 프라이마크를 바라보았고, 그러자 인식이 따라왔다. 대성전의 영광을 떠올리게 하는 인식이, 잃어버린 티즈카의 잿더미에서 튀어나온 인식이 있었다. 많은 기억들은 이제 반쯤 꿈 속의 일처럼 느껴졌으나, 그 변화 속에서 살아남은 분명한 기억들도 있었다.

실로 오랜 세월을 거쳐 처음으로, 분명하게도 더이상 고통은 없었고, 그것이 모든 것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가 말하였을 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자신감에 차있었으며, 두 개로 갈라져 있었다.

\'내가 언제나 지니고 있던 이름으로 아시면 된다오.\' 그가 말했다. \'나를 라니우스라 부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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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하오체는 라니우스가 마그누스의 일부가 변한 존재라는 점과 새로 태어난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여 하오체를 사용했습니다. 원문엔 존댓말 낮춤말 그런 거 없어요.

그리고 옛날에 안타님이 그나의 야누스는 이 라니우스가 아니라고 본다 하셨는데, 4chan 위키보니 야누스 역시 외눈이라 나오네요. 원 글을 안 읽어봐서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위키에선 이를 두고 그나, 사썬, 블레 팬덤에 엿을 멕였다는 식으로 표현했고, 저도 블돚거 팬으로서 좀 아쉽긴 합니다. 사실 돚거가 정말 사썬 충성파라면 아르비다가 그랬듯 신체 변이에 시달려야 하거든요. 그래서 아르비다가 치유법을 찾는 게 중요했는데, 이걸 이리 돌려버리네요. 솔직히 \'소속\'단편도 그렇고, 왠지 아르비다가 사썬 충성파 캐릭으로 나올까 하다가 나가리됐다는 느낌을 좀 받았습니다. 군단병은 혼자 싸우지 않는다매? 대신이랄까 극 중 비중은 일개 서전트치곤 폭발했습니다만. 뭐 라니우스도 마그너스의 일부가 변한 존재이니 마그너스 파워로 치유해줄 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돚거의 사썬 연관성에 집중해서 읽다보면, 피 빛의 검붉은색으로 변한 프로스페로나, 깊은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채 고통받아온 아르비다의 여정이 왠지 암시같아도 보이긴 합니다. 라니우스도 떼까치이고요. 까치는 까마귀랑 친척 아니겠습니까?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