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제빵인으로서 나도 가격대 결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빵만드는 사람이기 이전에 나도 빵돌이인지라 여기저기 먹어보며 다니는데..

한국 빵이 유럽에 비해 비싼 이유들을 생각해 봤다.


1.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

3대재료인 밀가루 버터 설탕 중 국내산은 거의 없음.

밀가루야 거의 수입이고 버터도 업장에서 쓰는 건 거의 수입산. 설탕 역시 원당을 수입.

고메버터 쓰려고만 해도 계산서 보면 눈돌아감.

홈베이커들은 알걸. 재료 좀만 사도 걍 5만원 찍는거.


2.파바와 뚜레쥬르의 존재

대량구매시 원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 탓에 파바나 뚜레쥬르는 재료원가란 면에선 우위를 지니지만,

재료구매-본사에서 반조리상태-보관/운송-체인점에서 조리-판매란 구조 탓에

재료구매-생산-판매의 구조를 지닌 일반 베이커리보다 필연적으로 마진을 많이 붙일 수밖에 없음.

로열티,인건비도 그렇고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쓰는 프랜차이즈란 특성 탓에 가격이 더 올라감.


근데 파바와 뚜레쥬르가 다양한 중상타 이상의 빵을 양산해내면서 어지간한 구닥다리 동네빵집들을 다 죽여버림.

그래서 대한민국 빵 가격의 기준은 파바와 뚜레쥬르가 되어버렸고 허접한 저급 마가린 쓰는 빵집들도 덩달아 파바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가격을 올림.

리얼버터 쓰고 고급밀가루 쓰는 가게들은 더 올려버리고.

즉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향되어버렸음.


3.인테리어에 대한 투자비중이 큼

외국나가서 빵 먹어보면 인테리어고 좆이고 없고 해도 빵 잘나감. 파리 가서 아티잔 바게트 파는 곳들 가보면 진짜 가관인 곳들 많음..명소가 아니더라도.

걍 90년대 대학가 경양식집 스탈 베이커리 카페여도 사람들 크게 신경 안씀.

이건 주식과 간식의 문화적 인식 차이라 생각함.


그것에 비해 5년전부터의 현재 업계의 트렌드를 말하자면, 베이커리 카페 제대로 하나 차리려면 지방기준 최소 10억, 수도권기준 20억 보고 시작함.

이건 그럭저럭 동네 랜드마크 될 가능성이 있는 베이커리 카페 차릴때의 최소, 말 그대로 최소치임.

작은 명점들도 있긴 하지만 현재 제빵업계의 트렌드는 베이커리 카페이고 매장의 대형화, 제품의 고가화가 트렌드임.

커피팔고 디저트 파는게 팥빵 맘모스빵 야채빵 고로케 이런거 존나게 만들어 파는것보다 쉽고 많이 남는다는걸 모두가 깨달았거든.

근데 웃긴건 동네 소규모 빵집들도 이 가격 추세를 따라간다는거야.ㅋㅋ


4.설비투자에 돈이 많이들어감.

유럽이나 일본은 단일품목에 집중하거나 소수품목에 집중, 혹은 블랑제리/파티쉐 업소를 철저히 구분함.

근데 한국은 그러면 안됨.

타르트 파는데서 야채 존나 다져서 야채빵도 팔아야하고 치아바타도 팔아야하고 케익 없으면 허전하고 파이류도 있어야 하는데 중노년층 고객 생각하면 팥빵/꽈배기도 있어야 함.

마카롱도 있어야 하고 쿠키도 없으면 서운하지.


그렇다면 뭐가 더 필요해지냐?

컨벡션오븐 데크오븐 따로있어야 하고 도우컨디셔너 놔야 하고, 케익해야하니 크림믹서, 식빵잘라서 팔아야하니 슬라이서, 파이밀어야 하니 파이롤러,

여러가지 제품 다 해야하니 버티컬믹서 최소 2~3기, 큰 업장은 스파이럴믹서도 필요하지.


냉동설비는 필수고 소스/야채/부재료 보관할 업소용 냉장고 2개이상에 케익 쇼케이스 필요하고 햄버거 샌드위치도 해야하니 평대 쇼케이스도 있어야함.

콜라 사이다도 팔아야하니 음료냉장고 있어야 하고 커피머신도 있어야 하는데 팥빙수도 팔아야하니 제빙기도 필요함. 고로케,도너츠 튀겨야하니 튀김기도.

이게 기형적인 한국 빵 업계의 현실임. 너무 많은 걸 다 해야 하니 설비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5.인건비

그 많은 종류 빵을 다하려니 인원이 한명이라도 더 들어갈 수밖에 없음. 간단한 이치임.

일단 손이 많이 갈수밖에 없는 구조임. 그리고 대중의 취향 자체가 건강빵이나 저설탕 빵, 담백한 빵 자체를 별로 안좋아함.

간단한 예로 갈릭바게트, 명란바게트 등만 봐도 무조건 외국보다 손이 많이감. 순수한 맛보다는 복합적인 맛 형태를 좋아하거든. 전문용어로 맛의 중층화를 대중이 선호하는데다 종류도 존나 다양하게 해야하니 답이 안나옴.


6.결론

제대로된, 먹을거 많은 빵집 다들 좋아하잖아? 근데 그런 빵집 하려면 인건비+재료비+투자비용+임대료 등의 비용이 생각외로 존나 들어간단 말.

근데 좆같은건, 업계 사람이 봐도 개떡같은 밀가루, 화학약품 수준 저급마가린 등의 재료 쓰면서, 종류도 그닥인데 제대로 된 빵집 따라서 가격대만 따라서 올리는 업체들이지.

맛집이란 전제하에 한국 빵 생각보다 비싼거 아니야..특히 분업화 안되고 두세명이서 뺑이치는 소규모 빵집 업무강도 외국애들에 비해 넘사벽이야. 비쌀만 해.

근데 위에말한 좆같은 바가지업소들이 평판 안좋게 하는 거지. 나도 실드는 못침. 그런곳 존나 많긴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