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는 ‘빨간불’인데, 해외로만 뻗는 발걸음… 국부 유출 심각
2025년 6월, 대한민국의 경제 시계는 ‘흐림’을 가리키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파고 속에서 서민들의 지갑은 얇아지고,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각종 경제 지표는 경고음을 울린 지 오래다. 경제 성장률 전망은 하향 조정되고,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렇듯 엄중한 경제 상황 속에서 아이러니한 풍경이 연일 펼쳐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연일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SNS는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찍은 ‘인증샷’으로 도배되다시피 한다. 마치 “나만은 괜찮겠지”라는 듯, 국가 경제의 어려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 ‘역대급’ 해외여행 붐… 밑 빠진 독처럼 새는 국부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서비스수지 적자 폭은 해외여행객 증가와 함께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국민이 해외에 나가서 쓰는 돈은 고스란히 ‘국부 유출’로 이어진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올해도 그 기세는 꺾일 줄을 모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막대한 달러가 해외에서 소비되는 동안, 정작 돈이 돌아야 할 내수 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개인의 소비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국가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며 “마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 버금가는 국민적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당시에도 언론에서는 경제 위기 속 해외여행 행태를 비판하며 국민적 동참을 호소한 바 있다.
◇ "그 돈이면 일본 가지"… 외면받는 국내 관광지
물론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국민들의 ‘철없는’ 소비 행태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질적인 ‘바가지요금’ 논란으로 얼룩진 국내 관광지의 현실이 국민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름 휴가철이나 주말, 국내 유명 관광지의 숙박비와 외식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차라리 그 돈으로 해외에 가겠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최근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수가 급감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제주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체감상 손님이 30~40%는 줄었다”며 “비싼 물가에 실망해 발길을 돌리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동해안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관광객 감소로 시름하는 상인들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이러한 ‘바가지요금’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 상인들의 이기심이 국내 관광 산업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결국 국부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셈이다.
◇ 공동체 의식 절실… ‘나부터’라는 책임감 가져야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국내 관광 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국민 개개인의 책임 있는 소비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은 근절되어야 마땅하지만, 국가 경제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개인의 즐거움만 좇는 세태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복합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함이 아니라 ‘나부터’라는 주인의식이다. 해외에서 명품을 사고 값비싼 음식을 즐기는 동안, 우리 이웃의 가게는 문을 닫고 나라의 곳간은 비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철없는 국민’이라는 뼈아픈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의 소비가 곧 국가 경제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안으로 눈을 돌려 내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혜와 연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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