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성능은 M1답게 역대급이지만 이 성능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과제가 생겼다. 일단 고성능 혜택을 받을 유력한 앱들 중 하나는 그래픽 관련 앱들이다. 예시로, 디지털 페인팅 앱인 Procreate의 5.2버전 예고에서 iPad Pro 5세대에서 고해상도, 풍부한 레이어 아트워크 작업을 최대 4배 더 빨리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Mac에 비하면 Final Cut Pro와 같은 타이틀작이라 할 수 있는 널리 알려진 생산성 앱의 라인업이 굉장히 부족하고 그나마 나온 앱들도 Mac 버전에 비하면 기능이 뒤떨어진다. 결국 운영체제 때문에 iPad 전용 앱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문제에 개발사들은 그닥 적극적이지 않다. 그리고 이미 WWDC18에서 iOS와 macOS를 합칠 일은 없다고 이미 못박아뒀기 때문에 Mac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하여 Apple은 이번 칩셋이 iPad와 Mac을 통합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그럴 일도 없을 거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이렇기에 대부분 WWDC21을 기다렸으나...

하지만 정작 iPadOS 15에서 추가된 것들은 대부분 iOS 기능들이 개량된 것이었고, Swift Playground에서 App Store용 앱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M1만의 차별화되는 기능은 전무했고, 오히려 Mac과 iPad의 경계선을 더 확실하게 긋는 듯한 느낌의 업데이트가 되었다. 이에 따라 성능 좋은 건 알겠는데 대다수가 이럴 거면 굳이 M1을 탑재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4세대에서 5세대로 넘어갈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부터, 좀 더 나아가서는 괜히 샀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오랫동안 구형 모델(Pro 2세대 이하 혹은 Air 3세대 이하)을 썼던 경우에는 그냥 5세대 사는 것도 나쁘지 않으며, 4세대보다는 나은 선택이다.

그리고 M1 칩셋과 더불어 가장 기대되는 업그레이드였던 미니LED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는 그리 드라마틱하진 않다 정도이다. 이미 OLED를 많이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미니LED의 장점인 명암비는 예측할 만한 정도이기 때문이다. 또 예상되었던 블루밍 현상도 매우 어두운 환경에서 최대 밝기로 검은 배경에 흰 글씨를 보는 정도여야 확인 가능한 정도에 그렇게 신경 쓰일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일반적인 영상 시청에서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느끼긴 힘들고, 무엇보다 번인 걱정 없이 높은 수준의 명암비를 구현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또한 디스플레이의 면적 대비 엄청난 숫자의 LED를 탑재했음에도 컨트롤을 상당한 수준으로 처리하여 호평받고 있으며 HDR 영상을 위한 높은 밝기를 구현하려면 번인 걱정이 필연적으로 생기는 OLED와는 달리 비교적 간단하게 구현한 것도 장점이다.

RAM 용량이 크게 늘어난것도 호평받고 있다. 하지만 기본 8GB에, 1TB 이상의 용량에서만 16GB를 넣어주면서 차별을 둬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 게다가 512GB와 1TB의 가격차이가 무려 52만원이기에 충공깽을 선사했다. 기존 M1 Mac들은 RAM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지만 iPad Pro는 업그레이드 옵션이 전혀 없기 때문에 Apple이 일부러 막았다고 비판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 외에 두께와 관련 없는 Magic Keyboard, Apple Pencil 등은 호환된다. 이 점 때문에 추가 구매 비용이 상당이 적어졌다는 건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종합해보면 기본 용량 기준으로 전작보다 8만원이 올랐으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업그레이드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이번 iPad Pro는 다른 것들은 당연하고 전 세대조차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정말 빠르다. 결론적으로 Apple이 M1을 탑재한 것은 전혀 잘못한 것이 아니다. 사실 OS가 iPad의 강력한 하드웨어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나온 이야기도 아니다. 이것은 이전 세대 모델들에서도 단골로 제기되던 문제점이었으며, iPadOS의 독립은 이 문제를 일부 해결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렇다면 왜 이번에는 기대와 실망의 목소리가 이렇게 큰 것일까? iPad Pro, 특히 12.9형의 포지셔닝 문제가 Apple의 모든 라인업이 Apple Silicon으로 통일되면서 결정적으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즉, MacBook Air가 같은 M1을 사용하게 되면서 12.9형 iPad Pro와 포지션이 겹쳐버린 것이다. 이전에는 iPad Pro에 탑재된 Apple 자체 칩의 성능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던 데다가, Intel CPU를 사용하던 MacBook과 자체 칩을 사용하는 iPad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는 것을 납득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러나 현재는 MacBook Air가 같은 칩을 사용하는 데다 12.9형 iPad Pro + Magic Keyboard(iPad)보다 가격도 싸니, 터치 지원, Apple Pencil, 스피커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는 iPad Pro의 상위 호환 기종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iPad Pro에서 MacBook Air가 할 수 있는 일을 거의 모두 할 수 있게 만들면, 이번에는 iPad Pro가 MacBook Air의 상위호환 기종이 되어버릴 것이다. 결국 오래 전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준 높은 조화를 자랑하던 Apple에서, 소프트웨어적 제한을 통해 iPad Pro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임시방편으로 겨우 두 기기를 구분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iPad가 컴퓨터라는 Apple의 주장은 계속해서 힘을 잃고 있다. 운영 체제에 대규모 변화를 주지 않는 이상 해당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iPadOS는 결국 모바일 앱에 불과하기 때문에 Windows나 macOS에 비해 생산성, 특히 프로 작업에서의 생산성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떨어진다. 당장 Adobe의 포토샵만 봐도 알 수 있는데 iPad Pro용 포토샵은 2018년 말에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식 버전은 1년 뒤에야 나왔고 이마저도 기능들이 제한적이다. 반면 macOS에서 Apple Silicon용 포토샵은 불과 수 개월만에 공식 풀버전이 나왔다. 현재 Mac에 터치 스크린이 없는 것과 Microsoft의 Surface 시리즈같은 태블릿 컴퓨터가 없는 이유가 바로 iPad Pro의 존재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 또한 재점화되었다. 간단하게 타 회사들과 달리 Apple은 일부러 iPad와 Mac을 분리하기 위해 태블릿 컴퓨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