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상대가 저를 눈여겨보고 다가왔지

정작 저는 처음에 시선은 끌렸지만

딱 그정도일뿐 관심은 안가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애였는데.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데 상대가 말만 안하지

좋아하는 티는 계속 내서

쟤랑은 안된다. 큰일 났다. 이러고

여러번 선 그었었는데.


어느 순간 부드럽고 차분한 말투

조심스럽게 톤을 올린 건조한 중저음이 살살 귀를 긁는 목소리가 좋게 들리기 시작하고

나를 믿고 자기 이야기 재잘재잘 늘어놓는게

왜 그렇게 귀엽게 보이던지.


손 크기를 대보자고 했을 때

내가 아무 생각없이 손을 대자

여자 손을 처음 만지는 애 마냥 '우와'하고 터뜨렸던 감탄.


비오는 날 우산을 두고왔대서

우산 쓰라고 펴주니까

제가 들게요, 하길래

이게 남자 티 좀 내네 했는데.


톡하다가 산책을 간다기에 산책하는 길이 어디냐고 물으니

우연히 나를 마주쳤을 때

남에게는 숨기려하던 너의 동네로 나를 이끈 것도.

어린시절 기억이 묻은 초등학교 중학교, 동네를 헤집으며 해가 지도록 함께 걸었던 것도.

잠시동안 내 나이를 잊게 해준 것도.


서로의 결핍을 건드리는 바람에 모든 게 깨진 것 같아서 후회돼요.


티도 안 내고 앞에서는 멀쩡한 척 말할 때

내 시선을 피하는 작은 신호도 놓치지말고

그때 바로 붙잡고 얘기할걸.

기회가 많았는데 난 왜 너를 따로 만나서 얘기해야한다고만 생각했을까.


안읽씹은 예의가 아니다 했던 애가

왜 일주일이 넘도록 안읽씹을 하는지.


한번도 비워둔 적 없던 프로필 뮤직을 내린건

그전의 프뮤들이 다 나를 향한게 맞았던건지.


내가 지금에서야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얘기했지만

내 말이 상처였다면 왜 그때 바로 멀어지지않고

이제서야 시간을 두다가 멀어졌는지.

나는 너랑 대화를 하고싶었는데.

네가 나한테 너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것처럼.

2달동안 만날 수 있기를 기다렸는데.

2년 알고지낸 시간이 그렇게 우스웠는지.


그렇게나 좋아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때가 제일 무섭더라.

검사했을 때 안정형이라고 말해놓고 왜 피하는건지.

다른 애들에게 내 얘기를 했더니 부정적인 답이 돌아와서 그걸 믿은건지.

네가 말로 호감표현을 했을 때 내가 여러사람 앞에서 부끄러워서 밀어낸게 잘못이었던건지.


관계에는 항상 노력이 필요하다고, 노력하면 안될 게 없다고 말했던 애가,

어려운 일일수록 오히려 더 이겨내려고 한다던 애가 왜 이러는건지.

자길 좋아하냐고 물었던 누나에게 그런 마음 없이 그냥 친하게 지내고싶었다고 5시간동안 통화해서 설명했다고 털어놨던 애가,

왜 내가 오해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얘기 좀 하고싶다 하니 안읽씹을 하는건지.

뭐가 그렇게 무서운건지.

아니면 내가 우스운건지.


단지 썸이었을 뿐인데, 손 스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는데,

왜 이렇게 아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