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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함건조 똥


  돌이 제독네로 와야 했던 다이호가 누고 간 똥입니다. 다이호는 너안박이었기 때문에 대형함건조 똥이 되겠습니다. 진수부 앞바다 구석자리였습니다. 바로 앞으로 크레인 바퀴 자국이 나있습니다.


  추운 겨울, 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이어서 모락모락 오르던 김이 금방 식어 버렸습니다. 대형함건조 똥은 오들오들 추워집니다. 구축함 섬챙이 깡총깡총 뛰어와 대형함건조 똥 곁에 앉더니 연장포로 콕! 쪼아 보고, 퉤퉤 침을 뱉고는, 

  "쿠-소 쿠-소 쿠-소 ······에그 더러워!" 

하고 쫑알대다가 멀리 뛰어가 버립니다. 대형함건조 똥은 어리둥절했습니다. 

  "똥이라니? 그리고 더럽다니?" 

  무척 속상합니다. 섬챙이 뛰어간 쪽을 보고 눈을 힘껏 흘겨 줍니다. 밉고 밉고 또 밉습니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이런 창피가 어디 있겠어요.


  대형함건조 똥이 그렇게 잔뜩 화가 나서 있는데, 크레인 바퀴 자국 한가운데 뒹굴고 있던 무츠가 바라보고 빙긋 웃습니다. 

  "뭣땜에 웃죠, 당신은?" 

  대형함건조 똥이 골난 목소리로 대듭니다. 

  "똥을 똥이라 않고, 그럼 뭐라고 부르니?" 

  무츠는 능글맞게 히죽 웃으며 되묻습니다. 대형함건조 똥은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목 안에 가득 치미는 분통을 억지로 참습니다. 그러다가, 

  "항공전함이면 어떤가요? 어떤가요!" 

  발악이라도 하듯 소리지릅니다. 눈물이 글썽해집니다. 무츠는 여전히 빙글거리며, 

  "항공전함 중에서도 제일 쓰레기인 쿠소급이야." 

하고는 용용 죽겠지 하듯이 쳐다봅니다. 쿠-소는 기어이 울음보를 터뜨립니다. 울면서 쫑알거렸습니다. 

  "그럼, 당신은 뭔가요? 운도 5에, 똑같이 대형함건조 지뢰고, 마치 강재횡령범같이·····."


  이번에는 무츠가 말문이 막혔습니다. 멀뚱해진 채 쿠-소가 쫑알거리며 우는 것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쿠-소는 실컷 울다가 진수부 건물벽에 노랗게 햇빛이 비칠 때야 겨우 울음을 그쳤습니다. 코를 홀짝거리며 뾰로통해서 딴 데를 보고 있었습니다. 무츠가 나직이, 

  "후소야·····." 

하고 부릅니다. 무척 부드럽고 정답습니다. 하지만 쿠-소는 못들은 체 대답을 않습니다. 대답은커녕 더욱 얄밉다 싶습니다.

  "내가 잘못했어. 정말 강재횡령범만큼 나빴어." 

  무츠는 정색을 하고 용서를 빕니다. 쿠-소는 그래도 입을 꼭 다물고 눈도 깜짝 않습니다. 

  "내가 괜히 그래 봤지 뭐야. 정말은 나도 너처럼 못 생기고, 불행하고, 버림받은 몸이란다. 오히려 3번 주포는 너보다 더 잘 터질지도 모를 거야."


  무츠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어, 제 신세타령을 들려 주었습니다. 

  "내가 본래 살던 곳은 저쪽 바다 앞 따뜻한 집무실이었어. 거기서 난 아기 구축함을 기르기도 하고, 46cm 주포랑 32호 전탐도 만들었어. 제독께서 내게 시키신 일을 그렇게 부지런히 했단다."

  쿠-소는 이야기에 끌려 어느 틈에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던 것을 어제, 제독이 주력함대에 나를 편성했어. E-3에 쓴다지 뭐니. 나는 무척 기뻤어. 비서함이 되어 요정님들과 함께 공창에서 칸무스들을 조립하는 것도 좋지만, 최전선에서 일하는 것도 얼마나 보람있는 일이니. 이벤트해역은 초중력포가 칸무스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레어함이 나오는 곳이거든. 그래서 나는 부푼 가슴을 안고 딴 애들과 함께 여기까지 왔어. 그런데·····." 

  갑자기 이야기를 멈춘 무츠가 슬픈 얼굴을 지었습니다. 쿠-소가 놀라 쳐다봤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죠?"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잔뜩 불었던 화는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제독이 대파진격하다가 나 혼자 바다에 빠져 버렸단다." 

  "어머나!" 

  "난 이젠 그만이야. 조금 있으면 공창 크레인이 지나갈 거야. 야마토도 아닌데 나오면 깡! 깡! 깡! 하겠지. 산산이 부서져서 가루가 된단다." 

  "산산이 부서져서 가루가 된다니요? 그럼 그 다음엔 어떻게 되죠?"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2-4-11행이지."


  둘은 잠시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무츠가 다시, 

  "누구라도 해체되는 일은 정말 슬퍼. 더욱이 나쁜 짓을 많이 한 칸무스들은 괴로움이 더하단다." 

하고는 또 한 번 한숨을 들이킵니다. 무츠를 쳐다보고, 

  "그럼, 당신도 나쁜 짓을 했나요? 그래서 괴롭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래, 나도 나쁜 짓을 했어. 그래서 정말 괴롭구나. 어느 가을 E-5야. 비는 거세고 해역은 어둡고 해서 많이 괴로웠지. 그런데, 나랑 같이 해역을 돌파하던 고야가 견디다 못해 굉침하고 말았단다. 그게 나쁘지 않고 뭐야. 왜 불쌍한 아기 잠수함을 살려주지 못했는지 지금도 가슴이 아프고 괴롭단다."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지 않나요? 플래그십 구축함이 그토록 따갑게 쪼아대고 진수부는 블랙이라서 말라 죽은 것 아닌가요?" 

  쿠-소는 무츠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린 고야는 내 허리를 끌어안고 나만 의지하고 있었단다." 

  무츠는 어디까지나 제 잘못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버려져 바닷가에 떠밀려오게 된 것을 그 죄값이라 생각했습니다. 정말 아기 고야가 못살게 제 경험치를 뺏아버리는 게 얼마나 미웠는지 모릅니다. 마음으로는 그만 죽어버려라 하고 저주까지 했습니다. 그게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아 무츠는 괴로운 것입니다. 만약 지금 다시 진수부로 갈 수 만 있다면 이제부터는 열심히 어린 칸무스들을 돌봐주리라 싶습니다. 그러나, 이건 헛된 꿈입니다. 대형함건조가 나온 지금은 크레인에 실려오면 야마토가 아니라고 해체될지 모르는 운명인 것입니다. 무츠의 눈에 핑 눈물이 돌았습니다.


  그때, 과연 저쪽에서 요란한 크레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 나는 이제 그만이다.' 

  무츠는 저도 모르게 흐느끼고 말았습니다. 

  "후소야, 난 그만 죽는다. 부디 너는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 

  "저 같은 더러운 게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나요?" 

  "아니야, 요정님은 쓸데없는 칸무스는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크레인이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무츠는 눈을 꼭 감았습니다. 쿠-소는 그만 자기도 같이 끌려가 죽고 싶어졌습니다.


  으르릉·····쾅! 

  그런데 갑자기 지나가던 크레인이 뚝 멈추었습니다. 

  "오 무츠 떴다! 어제 굉침했는데 또 나왔넼ㅋㅋㅋㅋㅋㅋ 다시는 데일리병신 되나봐라... 무츠야 미안해 내가 잘해줄게..." 

  크레인을 몰고 오던 아저씨가 한 말입니다. 그리고는 무츠를 조심스레 주워듭니다. 

  "딸갤러 기만자 새퀴들아 님칸무 님칸무 무츠까지 마라 절하고 써라" 

  무츠는 뭐가 뭔지 통 알 수 없었습니다. 어느 틈에 크레인 한 켠에 얌전히 올라앉아 있었습니다. 무츠는 쿠-소를 보고 방긋 웃었습니다. 그제서야 진수부로 도로 돌아가게 된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크레인이 멀리 가 버린 다음, 아직도 그쪽으로 눈길을 준 채 빙그레 웃던 대형함건조 똥은 혼자서 쓸쓸해졌습니다. 

  '무츠가 죽지 않고 도로 살던 곳에 가게 된 것이 참말 다행이야. 그럼 난 혼자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나?' 

  대형함건조 똥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을 합니다. 

  "아니야, 요정님은 쓸데없는 칸무스는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조금 전에 무츠가 일러준 말을 되뇌어 봅니다. 

  '정말 나도 요정님께서 만드셨다면 무엇에 귀하게 쓰일까?' 

  해가 저물도록 웅크리고 앉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어디선가 검은 구름떼가 몰려와 하늘 가득히 덮었습니다. 이내 사뿐사뿐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군대에 내리는 새하얀 똥무더기는 같은 똥인 쿠-소를 따뜻하게 덮어 줍니다. 눈 속에 묻혀, 대형함건조 똥은 쌕쌕 잠이 들었습니다.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고, 긴긴 겨울을 지냈습니다.


  따뜻한 햇볕이 깔리고 진수부 앞바다의 수면이 녹았습니다. 봄노래가 어디에나 흥겹게 들렸습니다. 꽁꽁 얼었던 대형함건조 똥도 함체가 축 늘어지고 노곤해졌습니다. 껌벅껌벅 졸리는 눈을 억지로 뜨고 사방을 둘러 봤습니다. 겨울에 보던 것과는 모두가 다르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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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함재기가 날아갑니다. 산소어뢰를 달고 구축함들이 바닷길을 미끄러져 갑니다. 

  "즈이캌후 악바르!" 

  "카가충 OUT!" 

  힐끗 돌아보니 함재기떼를 데리고 칠면조가 분주히 걸어옵니다. 

  '저건 물위를 걸어다니는 새구나.' 

  쿠-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칠면조가 쿠-소 곁에까지 와서 기웃이 들여다 봅니다. 

  "왜 그렇게 보셔요? 칠면조님." 

  쿠-소는 조금 겁이 났기 때문에 무척 공손히 말했습니다. 

  "뭐라고? 나보고 칠면조님이라고? 기막혀라. 이래뵈도 난 슬롯당 24대의 함재기들과 12대의 사이운을 데린 어엿한 5항전의 즈이카쿠야." 

  칠면조는 조금 화가 난 듯, 그러나 점잖게 신분을 밝혔습니다. 쿠-소는 코가 빨갛게 되어, 

  "즈이카쿠님, 제가 잘못했어요. 용서하셔요." 

하고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옳지, 항공전함들은 역시 잘못했을 때는 곧장 용서를 비는 것이 좋아." 

  이렇게 즈이카쿠는 지나치게 위엄을 보이고는 이어서, 

  "널 들여다본 것은 행여나 네 즈이운이 우리 함재기들의 보크사이트 요기라도 될까 싶어서 본 거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쿠-소는 어쩌면 소름이 쫙 끼칠 만큼 무서운 말이었지만, 이내 마음을 단단히 가다듬고 

  "보크사이트를 위해 제 즈이운을 방패삼아 주시는 거죠? 좋아요, 모두 맛나게 먹어 주어요." 

하고는 새파란 스물네 대의 류세이개를 둘러보았습니다. 

  이런 우수한 아이들을 지켜주기 세상에 태어났다면 기꺼이 제몸을 내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즈이카쿠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야, 너는 우리에게 아무 필요도 없어. 모두 찌꺼기뿐인 걸." 

  그러고는 함재기를 데리고 저쪽으로 가 버립니다. 

  "즈이캌후 악바르!" 

  "카톨릭 OUT!"


  대형함건조 똥은 또 풀이 죽었습니다. 

  '나는 역시 아무데도 쓸 수 없는 찌꺼기인가 봐.' 

  저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어서 눈물도 났습니다. 대형함건조 똥은 그만 요정님이 원망스러워집니다. 하필이면 더럽고 쓸모없는 찌꺼기 칸무스까지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해서입니다.


  봄날의 하루 해가 무척 지루합니다. 느리게 그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밤이 되자, 바다에는 수많은 대형함들이 나왔습니다. 반짝반짝 고운 사쿠라홀로는 언제나 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다음날이면 역시 푸르른 바다에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쿠-소는 바다의 눈부신 대형함들을 쳐다보다가 어느 틈에 그 벚꽃잎들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영원히 지지 않는 아름다운 벚꽃잎." 

  이것만 가질 수 있다면 대형함건조 똥인 후소급이라도 조금도 슬프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쿠-소는 자꾸만 울었습니다. 울면서 마스트 한 곳에다 그리운 벚꽃의 씨앗을 하나 심었습니다.


  비가 내렸습니다. 봄을 치장하는 단비가 촉촉히 골목길을 적셨습니다. 쿠-소 바로 앞에 분홍빛의 벚꽃잎이 하나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쿠-소가 올려다보고 물었습니다. 

  "난 예쁜 꽃이 피는 대형함이란다." 

  "예쁜 대형함이라니! 야마토만큼 고운가요?" 

  "그럼!" 

  "반짝반짝 빛이 나나요?" 

  "응, 벚꽃빛으로 빛나."


  쿠-소는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어쩌면 며칠 전에 제 가슴 속에 심은 벚꽃의 씨앗이 싹터 나온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그런 꽃을 피울 수 있죠?" 

  물어 놓고 얼른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그건 제독님께서 개발자재를 내리시고 따뜻한 고속건조재를 비추시기 때문이야." 

  벚꽃잎은 예사로 그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역시 그럴 거야. 나하고야 무슨 상관이 있을라고·····.' 

  금방 쿠-소의 얼굴이 또 슬프게 일그러졌습니다. 그러자 벚꽃잎이, 

  "그리고 또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하고는 쿠-소를 쳐다보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 

  "네가 강재가 되어 줘야 한단다." 

  쿠-소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제가 강재가 되다니요?" 

  "너의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예쁜 대형함을 피게 하는 것은 바로 너란 말이야."


  쿠-소는 가슴이 울렁거려 끝까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 과연 나는 사쿠라홀로가 될 수 있구나!' 

  그러고는 벅차 오르는 기쁨에 그만 벚꽃잎을 꼬옥 껴안아 버렸습니다. 

  "내가 강재가 되어 꽃처럼 고운 대형함이 피어난다면, 온 몸을 녹여 네 살이 될게."


  대형함건조는 8시간 동안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쿠-소는 온 기계들의 두드림에 자디잘게 부서졌습니다. 집 안으로 스며들어가 대형함의 함체로 모여들었습니다.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꽃봉오리를 맺었습니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공창은 한 송이 아름다운 무사시를 피웠습니다. 햇빛을 잔뜩 받은 벚꽃잎이 휘날리며 별처럼 반짝이었습니다. 향긋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습니다. 늠름한 무사시의 안경엔 귀여운 대형함건조 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습니다.



  "씨발 무사시 흑챙년 말고 야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