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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참 답답한 임고 낭인이었다. 내가 시험 보던 시절에는 티오가 그야말로 절벽이었거든. 합격은 멀게만 느껴졌고, 결국 먹고살려고 등 떠밀리듯 기간제 자리를 알아봤지. 명문대라고 할 만한 간판도 아니었던 나에겐 기간제 기회조차 쉽게 오지 않더라. 새 학기 시작 전까지 어디에서도 불러주는 곳이 없었어.


그러다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어느 유명 특목고에 2개월짜리 병가 대체 자리가 났고,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딱 2개월로 끝날 줄 알았는데, 병가가 연장되더니 학기 말까지 가게 됐고, 운 좋게 동교과 선생님이 퇴직하시면서 내가 그 자리를 이어받아 한 학교에서만 2년 넘게 근무하게 됐어.


물론 정교사가 될 기회는 나에게 오지 않았지


근데 그 2년의 경력이 나를 '명문 특목고 교사 출신'이라는 타이틀로 만들어줬고, 덕분에 서울 한복판에 있는 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어.


처음엔 강의 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정말 절실하게 공부했다. 유명하다는 강사들 강의는 다 긁어모아서 녹화하고, 분 단위로 끊어 보면서 화법이나 톤, 제스처까지 다 내 걸로 만들려고 노력했지. 내 과목만 봐선 안 되겠다 싶어 타 과목 강사들 강의도 다 봤어. 거기서 교과교육론으론 절대 배울 수 없는 실전 강의 기술들을 하나씩 익혀 나갔다.


그렇게 구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큰 학원으로 옮기게 됐고, 몇 년 안 지나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학원까지 출강하게 됐어. 그렇게 강사로만 10년 넘게 살았네.


지금은 주식, 부동산 다 합쳐서 자산 100억 가까이 찍었고 당장 굴릴 수 있는 현금만 25억 정도 된다. 이제 새로운 교육과정 맞춰서 교재 쓰고 강의 고민하는 것도 지쳐서 올해를 끝으로 이 바닥 떠나려고 해. 사치 부리지 않는 이상 돈 걱정은 없을 것 같거든.


근데 참 마음 한구석이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네. 평생 내 장래희망은 교사였는데, 내 인생에서 진짜 교사였던 시간은 고작 2년 남짓이었다는 게 참...


아무튼 지금 힘든 시간 보내는 사람들, 학교 밖에도 길은 분명히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꼭 사교육으로 오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다른 길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너무 스스로를 가두지 마라.


내가 누구인지, 무슨 과목인지는 묻지 말아줘. 그냥 이런 길도 있다는 걸 참고만 해줬으면 좋겠어. 다들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