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있으면 1차시험 볼 텐데

지금 절박한 마음이 임용 합격하고 현직에 오자마자 당장 2월부터 실망감으로 크게 바뀔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 잘 하고 지금 간절한 마음 잃지 말라고 걍 개소리 싸질러봄
본인은 올해 4년차임



참고로 이건 기간제 경험 없이 현직에 처음 들어가는 사람이 더 크게 느끼게 될 것들이기도 하고

우리 학교처럼 병신같은 학교도 몇 없긴 해서 이게 좀 특이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여기가 도내에서 매년 신입교사가 다수 유입되는 기피학교 끝판왕인 곳이라
임고갤에 있는 누군가는 우리학교 올 수도 있으니 걍 써봄



1. 인사발령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신입교사는 인사발령 우선순위의 최하위에 있음
지역청 내에서 배치하고
다른 시군에서 넘어오는 사람들 배치하고
아예 도를 바꿔서 트레이드 하는 사람들 배치하고
가장 마지막에 빈 자리 채워넣는 게 신입교사라

현직 교사들이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학교로 먼저 배정될 확률이 겁나 높음
현직 교사들이 "왜 편한 학교 싫은 학교를 갈라서 아이들을 가려 받으려고 하는가"에 대한 비판적인 물음을 던질 수도 있는데 일단 그건 논외로 하고


그렇게 첫해부터 격오지 발령받고 나서도 끝이 아니라
그 학교 안에서의 부서배치에서도 비합리의 끝을 봄

대부분 다른 교사들이 안한다고 던져놓은 기피업무 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학폭, 학생징계/지도, 방송, 평가, 고3담임 등등
일 많고 발로 뛰고 누가 봐도 귀찮아보이는 일을 너네들이 맡아서 뒤치다꺼리 할 가능성이 높음

ㅎㅁㅇ 카페 가면 부서배치 가지고 신세한탄하는 글 많이 보는데
그게 너네들의 미래가 될 가능성 99%다


여기에서부터 현직들의 공무원 마인드를 몸소 느낄 수 있는데

일 존나게 안함 + 일 조금도 더 안하려고 함 + 이게 니네 일이냐 내 일이냐 가지고 하루종일 싸우고 있음

이런 광경을 당장 2월부터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건 대학 때 혹은 임고 스터디할 때 보던 무임승차하고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이라
지금까지 겪어오던 것보다 훨씬 빡치는 상황을 볼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있는 학교가 병신이라 더 그럴 수도 있음




심지어 우리 학교에 과로로 퍼져서 병가쓰고 쉬었던 분이 있는데
한 사람에게 일이 몰려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고
그래서 사람이 실려나가는데도 부서 내에서 아무도 그 업무들을 분담하려 하지 않음
결국 휴직 대체로 온 기간제가 혼자 다 하다가 추노함

사람이 쓰러져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게 공무원 마인드라는 걸 깨달음
적어도 팀플에서 무임승차 하는 놈들도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건 있고 눈치라는 걸 보는데

여긴 누가 죽어나가도 아무도 관심 안 가질 거 같은 분위기임


뭐 극히 일부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학교도 있는데
너네들이 발령받을 가능성이 높은 격오지 학교에서는 그런 거 기대 안 하는 게 좋음


지금 시기에 가장 큰 이슈는 수능 감독관 배정인데
알다시피 수능 감독은 빡세기로 악명이 높음
움직여서도 안 되고 헛기침도 안 되고 아무것도 하면 안 됨
그래서 다들 하기 싫어하는데

다들 멀쩡하게 잘만 지내던 교사들이 수능 감독할 때만 되면 진단서를 들고 옴
진단서 병명만 보면 다들 어떻게 출근하는지 신기할 정도인데
우리 학교 교사 수가 80명이라 치면 이 중에 40명은 진단서를 들고 오고
나머지는 신입들이라 짬 모자라서 감독 배정에서 배제되고
그럼 실제로 감독 나가는 사람은 소수의 성실한 교사들밖에 없음





2. 수업
결국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과 수업이라는 테마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든 날로 먹으려 하는 인간들을 많이 보게 된다

너네들이 학창시절에 봐 왔던 수업 막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현장에 있다는 걸 느끼게 되고
꽤 젊은 2030 나이대의 교사들도 그쪽(?) 테크트리를 타서 수업 날로 먹으려는 인간들이 지금도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걸 보게 된다.

올해 코로나때문에 수업도 다 개판인데
걍 ebs 강의 복붙해서 업로드해놓고 휴게실에 숨어서 노닥거리는 사람들 매일 여러 명씩 항상 본다
말이 "여러 명"이지 절반 이상인데

가끔 학부모들이 애들 수업 모니터링하고 수업 이딴식으로 하지 말라고 주기적으로 민원 넣어도
수업은 교사의 고유권한이라 처벌하기도 힘듦


그러다 보니 혹시라도 수업과 교과에 대한 열정이 뛰어나서
교과간 연계융합이나 교과 내 프로젝트수업 같은 걸 계획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그냥 구상만 하고 끝내는 게 나을거다 그렇게 수업하자고 제안할 만한 사람이 아예 없다는 걸 느끼게 될 가능성이 큼

물론 신입들은 열정적으로 수업연구를 하려고 하지만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인사발령+부서배치의 희생양이기 때문에

밤을 새지 않는 한 수업연구할 시간이 없다
주말을 통째로 수업준비에 털어넣어도 모자람

왜 그러냐면
수업 사이 공강때에는 계속 업무와의 씨름을 해야 함
또 부서배치 잘못 걸리면 매일같이 야근지옥에 시달릴 수 있음
교사가 무슨 야근이냐 할 수도 있지만 진짜 야근지옥에 시달리는 신입들이 많아서

수업을 진짜 열정적으로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신입들 많다

나이대 좀 있는 교사들은 수업 사이 공강 때 할일없어서 노닥노닥거리는 사람들도 있고
공강 때 수업자료 다 만들고 시험문제 다 내고 칼퇴하는 좀 부지런한 사람들도 있는데

신입들은 그렇게 여유있는 일상 보내는 게 불가능.






3. 공무원행동강령위반행위

생각보다 자주 봄
우리 학교가 진짜 병신같은 곳이라 그럴 수도 있는데
매년 벌어지는 사건사고가 항상 있음

40대 유부남이 신입 여교사랑 단둘이 술먹고 주말에 불러내서 어디 유원지(?) 같은 데 드라이브 가고 오피스와이프처럼 데리고 다녀서 추문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음주운전은 진짜 매년 나옴. 음주단속에 걸리는 경우도 있고 음주운전으로 사고내서 법정에 서는 경우도 있고 매년 1명씩은 있음
올해는 아직까지 없는데 이게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코로나때문에 단속을 안 해서 그런거라는 예측이 지배적.

야근시간에 술먹고 회식하고 야근수당 받아챙기는 케이스도 있음. 적발이 안될 뿐.

학교 근처 번화가에서 남녀 교사 둘이 모텔가는 거 애들이 목격해서 학교 뒤집어지기도 하고
(이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학생들이 봤다는 게..)

선생 하나가 술먹고 꼴아서 학교 앞에 길바닥에서 잠들어서 아침에 애들이 발견하기도 하고

방과후수업 가라로 해서 수당 부정 편취하는 일도 있고

수업물품으로 산 것들 빼돌려서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건 워낙 자주 있는 일이라 패스.

교무실에서 몰래 담배피는 교사들도 더러 있는데 올해는 없는 듯.

이런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매년 생기는데
차라리 수업 안 하고 휴게실에서 노닥거리는 교사들이 오히려 착해보일 정도.





4. 결론
처음 임고 준비할때는, 이제는 학교에 좋은 선생님들만 계실거라는 나이브한 기대도 있었는데
4년차를 보내는 지금은 학교조직에 대한 실망감 말고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음

소수의 정말 열심히 하는 교사들도 물론 존재하고
사실 이 사람들에 의해서 학교가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고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도 계시는 게 사실이지만

범법자도 있고
팀플 무임승차를 씹어먹는 수준의 인간들이 태반이고
또 가끔은 교장 교감이 진짜 지랄맞은 인간이어서 교사들을 괴롭히기도 함


다들 지금 정말 절박하고 또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 마무리하고 1차 준비할텐데
현직에 와서 이런 사람들 보고 많은 실망감을 느끼더라도
잘 버티고 잘 이겨내고 좋은 선생님이 됐으면 좋겠다



참고로 난 이번 1차 시험 감독관 차출 신청해서 감독관으로 나갈 예정이라
시험 보는 현장에서 많이 응원해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