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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하바!
한국은 이미 해가 넘어가서 저녁일테지만 여기는 이제 정오임. 한국에서도 튀르키예를 여행하면서 이 동네 홍차에 대해 아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여기서 통번역일 하면서 나한테 일 의뢰하는 고객님들도 많이 궁금해하는게 여기 홍차는 어떻게 끓이냐는건데 오늘 직접 알랴줌.

튀르키예 홍차의 정체성은 바로 이 차이단륵(çaydanlık)임. 터키어로 차는 차이, 그리고 -dan은 페르시아어 접사로 무언가를 담는 그릇같은걸 의미하고, -lık은 명사 종결접사임. 즉 차이단륵이라고 쓰면 뭔가 의미있어보이지만 사실 단순히 "찻주전자"라는 뜻임. 이걸 두개 쓰는게 특이한거임.

어제 사모바르로 차 끓이는법을 보여줬는데, 차이단륵은 그 사모바르에서 발전한것임. 가스레인지라는 첨단(?)문물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1930년대 튀르키예에서 고안된 방법이지.

먼저 차이단륵을 구성하는 주전자 두개중 큰건 아래에 놓고 거기다 물을 담은 다음 가스불에 올려서 끓여야함. 물이 끓으면 윗층의 작은 주전자에다 찻잎을(평소 우리는거보다 진하게) 팍팍 아낌없이 넣고 아랫층의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아랫층 주전자 위에다 올리고 대략 10-15분정도 길게 뜸을 들여야함. 이때 아랫층 물이 별로 없으면 추가로 보충해서 끓여도 됨. 사용한 홍차는 Do Ghazal 인데 아크바(Akbar)산하기업이고 실론 찻잎을 이란에서 포장해서 팔고있음.

차가 진하게 우러나면 찻잔에 따르는데 먼저 윗층의 차 액기스를 붓고, 아랫층의 뜨거운물로 희석시켜서 마시는데 사모바르랑 같은 방법임.

이 방법이 왜 나왔냐하면 여기 사람들은 식은 차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임. 여기서 많이 쓰는 난로 위에 올려놓고 쓰면 계속해서 뜨거운 차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거고 서너시간은 저렇게 놓고 지속적으로 차를 홀짝거리기도 함. 튀르키예의 일인당 차소비량이 연간 9kg가 넘는데 이래서임. 이웃들 보니까 차 1kg가지고 한달도 못 마시는 집들도 많더라.

사용한 차이단륵은 가지안텝에서 만들어진 수제품인데 구리로 몸체를 만들고 겉과 속에 주석을 씌운거임. 손으로 조각한 무늬들이 지극히 튀르키예스러운 디자인이기도 하고 아는 동기장인이 직접 만든거라 밑에 이름과 년도도 요청해서 새겨놨음. Koreli Özgür가 여기서 쓰는 내 이름임. 대용량이고 아랫층에 대충 2리터, 윗층에 1리터정도 들어감.

차이단륵이 없는데 여기식으로 차를 끓여보고 싶다면 큰 주전자 하나(구리, 알루미늄, 스뎅, 법랑 등등 직화만 가능하면 상관없음) 위에 도자기든 쇠든 티팟을 올려놓고 쓰는 방법도 있음. 실제로 여기서도 그렇게 하는 집들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