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세계 곳곳의 다구들을 수집하기도 하고 특히 나와 우리집 룸메들 모두 차를 좋아해서 내가 차와 커피에는 진심임. 이번에 소개할건 작년에 들어온 전기식 사모바르임. 위에 핸드페인팅으로 러시아 전통무늬가 그려져있는 한정판임.
이틀전에 사모바르 쓰는법을 소개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소련시대 이후 나무와 숯을 때는 사모바르는 당시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던 아파트에서 쓰기는 곤란했었어. 연기도 있고, 냄새도 있고 해서. 하지만 사모바르를 포기하지 못했던 소련인들은 전기를 가지고 사모바르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1959년인가 그렇슴. 내가 가지고 있는 사모바르는 1988년에 Машиностроительный завод «Штамп» им. Б. Л. Ванникова (B. L. 반니코프의 이름을 딴 "슈탐프" 기계제작공장에서 만들어졌어. 사모바르로 유명한 러시아 도시 툴라에 위치한 오래된 공장중 하나고, 원래 탄약과 포탄같은거 만드는 공장이고 지금도 만들고 있지만 똑같은 황동재질이기 때문인지 사모바르도 만들게 됐음. 그리고 현재는 러시아 전역에서 유일한 사모바르 공장이기도 함.
바닥을 보면 여러 정보가 있는데, "GOST 7400-81" (전기를 사용하는 주전자제품에 대한 산업적 품질기준)을 준수하여 생산되었고, 1000킬로와트 220v용 제품이고, 3L 용량에 가격은 40루블, 1988년이라고 쓰여있음. 당시 소련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120-200루블 사이였고, 아파트 한달 월세가 10루블 정도, 지금도 파는 스톨리치나야 보드카 한 병이 5루블이었다고 하니까 생각보다 비싼물건임. 물론 소련 인민들은 아파트 4달치 월세, 보드카 8병을 기꺼이 포기하고 살만큼 인기가 좋았다고 함. 재질은 황동이고, 내부에는 주석을 코팅했는데, 보통 겉은 니켈처리하거나 황동상태그대로 두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사모바르는 위에다 그림을 그렸음.
전기사모바르를 사용하려면 필요한 코드임. 코드 가격은 44코페이카라고 되어있음. 당시 소련은 공산주의국가였고, 정부가 모든 물가를 통제하던 시절이라 저렇게 모든 물건마다 가격을 찍어서 생산했었음. 국영상점에 가면 저 돈으로 살 수 있는거지. 하지만 공산주의 계획생산경제의 폐해 때문인지 정작 일상필수품은 턱없이 부족했고, 그나마도 싹 쓸어서 웃돈붙여파는 되팔렘들이 성행했다고 함(...) 코드를 보면 지금 전기플러그에 맞기는 하는데, 소련식 무접지코드라 요즘 플러그에는 안들어감. 그래서 소켓을 끼워야했음.
이 사모바르는 구조가 굉장히 단순함. 요즘이야 끓으면 자동으로 전기가 내려가는 캐틀이 있고 하지만, 저건 코드를 꼽으면 스위치도 뭐도 없이 알아서 작동하고, 플러그를 뽑아줄때까지 내내 작동을 하는 구조임. 안에 전선같은것도 없고 저 플라스틱으로 된 내부 몸체가 안전장치의 전부야. 덕분에 무식할정도로 튼튼하고 또 아직까지도 잘 작동함. 고장이 나고싶어도 고장날데가 없거든. 다만 저 전기장치랑 물통사이에 있는 고무소켓이 마모되어서 그쪽으로 물이 조금씩 새길래 저렇게 보수공사를 해줬음. 잘못하면 감전될 수도 있으니까.
내부구조가 궁금하기도 하고, 고무소켓 수리할때 필요해서 죄다 뜯어봤는데 부품은 이게 전부임. 물을 가열하는 저항장치(리본처럼 생긴거), 저항장치 고정나사 2개, 그리고 전기장치를 사모바르 몸체에 고정할 세로축과 너트 두개, 와샤 두개가 전부임. 하도 단순해서 이거 개발한 양반에 대해 경탄심이 들더라. 덕분에 자가수리도 잘 했고, 잘 쓰는중인데 아무래도 근본인 숯불 사모바르가 있으니까 장식품이 되어버렸음. 비오는날같이 불 피우기 어려울때 사용하지.
지금까지 쓴거보면 전기주전자랑 다를게 뭔지 궁금할지도 모르겠음. 하지만 이 사모바르는 1000kW짜리로 전기소모량이 적음. 테팔주전자같은게 2300kW로 순식간에 끓이는거 보면 아마 답답할거야. 물 만땅으로 채우고 끓이면 한 15-20분정도 걸리거든. 하지만 이렇게 천천히 오래 물이 끓으면서 사모바르 벽면의 주석과 반응하고, 주석이 또 경수를 연화시키는 특징이 있다고 하더라고, 실제로 이 사모바르로 끓인 물도 맛이 좋음. 그리고 물이 3리터나 들어가니까 대략 1시간정도는 식지않고 뜨뜻하게 차를 마실 수 있고 말이지.
20여년 전에 교수님이 가지고 계셨던 건 안에 코일이 감겨 있었는데 그보다 이전 거는 밑판을 가열했던 모양이군요..
저 저항장치가 좀 옛날구조에요. 요즘나오는 전기사모바르는 코일식인데 그게 더 진보한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물이 저 저항선 전체를 덮지 않은 상태에서 가열하면 과열되어 화재위험이 있거든요. 코일식은 높이가 더 낮아서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지요. (이것도 저항장치를 완전히 물로 덮지 않고 가열하면 과열되긴 함) 가열하는 방법은 똑같이 저항장치에 닿는 물이 저항장치의 열로 인해 끓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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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기서 대학원생이기도 하지만 밥벌이로 터키어와 아제르바이잔어 통번역도 하고, 관광 가이드도 하고, 이것저것 합니다만 그중 하나가 골동품 수집, 판매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 손에는 많은 물건들이 들어왔다 나가지요. 이건 제가 쓰고있지만
러시아 여행갔을때 진짜 사오고 싶었던... ㅋㅋ
사오지그랬어 별로 크지도, 무겁지도 않은데 가격은 좀 무섭지만...
그때 한창 홍차에서 중국차로 넘어갈 때라... 대신 화로를 샀음 ㅋㅋ
화로 갖고싶다. 항상 뜨거운물도 쓸수 있고 난방도 가능하니까 (여긴 난방사정이 한국과 달라서 늘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