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시빈까 차음갤 여러분
지나가는 아조씨입니다.
오늘 전자 드립 온도계가 고장이 나서 커피용품 쇼핑몰을 살피다가
또 봉인해놨던 뽐뿌들이 이래저래 솟아나게 돼서 아이쇼핑 오지게 하다가
최근에 또 찻주전자도 봉인해제한 바람에 10여년 전 쯤 즐기던 홍차까지... 내리 의식 속에서
갖고 싶다. 마시고 싶다. 생각이 부글거리다 보니
문득 짧았던 바리스타 시절 이전의 제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 때 가졌던 로망들과 현재 가진 생각들이 교차되어 머리속이 복잡해지는 바람에
옛날에 자주 들락거렸던 차음갤에 토하듯이 글을 써봅니다.
순수 취미 수준으로 차음을 즐기던 대학생 시절의 저는
그저 새로운 향미를 맛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특별한 기준은 없었고
어렴풋이 커피는 산지별로 조금씩 향미의 차이가 난다 정도
홍차도 그러하다는 정도...
그래서 커피는 집 주변의 작은 로스터리 카페에서 100g씩
나라별 원두를 사마셔 보는 게 작은 취미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극히 커머셜 등급의 원두들이었지 싶네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스타리카 따라주, 브라질..은 뭐였지 갑자기 기억이 안 나구요
케냐 AA, 인도네시아 만델링 등등
예,, 그 때는 저 정도 구분만으로도 신기하고 생소했고 어려웠지만 신났습니다.
홍차도 뭐 다즐링, 아쌈, 실론, 기문 등등 푼돈 모아 하나씩 사 모으고 마시면서 향미를 느껴보는 낙이 있었네요
그러다가 취직 준비를 하게 되고
기존에 하던 준비가 잘 안 되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좋아하는 걸 일로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며칠 고민하고
차음갤에도 장문의 고민글을 쓰고서
어떤 좋은 분의 진심어린 조언글도 받아보고
여차저차해서
대강 주말에 1200~1300정도 매출 찍는 카페에 취직했습니다.
1년 조금 넘게 일했습니다.
그냥 대충 가르치고 마는 데가 아니라서
구박 받으면서 힘들게 커피 배웠습니다.
그 땐 그 때고 아무튼
제가 만든 커피가 비로소 손님한테 전달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뒀습니다.
왜냐면요
배우긴 뒤지게 힘들게 배웠고
공부하면 할수록 알아야 할 것은 많았으며
기술적인 부분으로도(가령 라떼 아트) 발전해야 했고
커피에 진심인 바리스타들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러한 바리스타들의 노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카페를 대하는 대다수 한국인(외국인은 잘 못봐서 모릅니다.) 손님들의 자세는
단기 부동산 임대 수준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냥 사진찍기 좋은 곳이 좋은 카페고, 디저트 맛있는, 디저트 유명한 카페가
좋은 카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추구하는 방향에서 크나큰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기에
저는 짧지만 빠르게 바리스타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커피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은 더없이 매력적인 나날들이었지만
그 풍부하고 넘치는 커피의 매력을 판매하는 것은 아주 어려워보였습니다.
커피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이 대하는 커피의 매력이 100이라면
커피에 무관심한 소비자가 대하는 커피의 매력은 많이 쳐서 5정도...일까요?
쓴 음료, 고소한 음료, 잠 깨는 음료... 뭐 이렇게만 대하고 있지 않을까요?
커피의 매력에 대해 수치를 매긴 것은 별로 현명하지 못한 방식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만큼 제가 느끼는 차이가 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나마 구분되는 것은
원두에 산미가 있고 없고(많은 손님들은 대체로 산미를 싫어하시더군요) 정도였네요
겨우 1년 남짓 겪은 것으로
커피 시장에 대해서
커피 공급자와 소비자에 대해서 단정짓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뭐 그렇지만 이 글이 논문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던 아조씨 한탄 같은 거니까요.
아무튼
저는 커피나 차 등에 대해서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었고
살짝 발 담갔던 덕분에 프로 수준은 아니라도
어떤 방향으로 공부하고 연구하고 연습하는 것이
대충이나마 깊이를 가질 수 있는지
어렴풋이는 알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렴풋이라도 아는 소비자가 되는 것이 결국 제 로망이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현 상태에 대해 만족하기는 합니다.
다만 하이커머셜 수준의 구분이라도 구분지어 향유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여겨졌다면
커피의 다양한 향미를 즐기는 문화가 유행했더라면
'카페'에서 디저트나 사진 배경보다 '커피'의 맛있고 없음이 더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고
그러한 점이 수익 창출에 핵심적 요소가 될 수 있었더라면
저는 짜증나고 힘들어도 계속 커피를 업으로 삼았을 것 같습니다.
힘들게 습득한 것들이지만 그 것들을 쉽게 풀어내면서 소비자들에게 내가 아는 풍성한 커피의 매력을
판매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요.
커피 맛에 중점을 두는 소비자가 없지는 않겠지만
카페 사장님 밥 먹고 살게 해줄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는 게 제 확신입니다.
강산이 몇 번 변하기 전에는
모를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카페는 공부 장소, 사진 찍는 곳, 예쁜 디저트 먹는 곳, 수다떠는 곳 등으로 존재할 것 같네요.
아 그리고 커피는 지극히 기호식품이라는 점도 커피가 어려운 점 중에 하나였네요.
흠 왜 이런 글을 쌌는가 생각해보니까
이런 차/음 취미에 대해서
업으로 삼기엔 너무 헤비했고
취미로 삼기엔 너무 마이너한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한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 커피 한 잔 3만~4만원에 파는 한산한 카페가 있으면
그런데 가서 싸장님하고 수다나 떨고 싶네요.
결론 : 디지털 온도계는 소모품 같이 안 생긴 게 은근히 소모품입니다.?
별 같잖은 글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시간 빼앗아서 죄송하네요;;
좋아하는 거랑 일로 하는 건 참 다른 것 같습니다..여기 많이 계시던 커피 인구는 커피갤 파서 이주하였답니다. 혹 답글 충분히 안 달린다고 실망하실까 말씀드립니다. - dc App
모든 미식분야에 있어서 대중이 원하는 것과 진정 미식적 가치가 있는 건 항상 같은 방향이라는 보장이 없음.
김치연구가들이 최고급재료로 양념과 발효의 완벽한밸런스인 개씹고급김치를 만들어도 일반인한텐 그냥 김치일뿐임 그냥 밥에 김치먹으면 끝인데 뭔지랄을하던 관심없음
사실 디저트가맛있는카페도 해당 ㄴㄴ입니다. '디저트사진이 예쁘게 찍히는곳'이 트렌드인것이 현실입죠
그래서 커피관련 고급인력 수요도 바닥임. 급여도 바닥이고. 디저트잘하는게 더 도움이됨.
온도계 필요했는데 소모품같다니 그 이야기 좀
가게 하려면 커피는 적당히 하더라도 경영을 잘해야지 ㅇㅇ
동감합니다
마음 아픔이 글 넘어 느껴지네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