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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튀르키예에서 인사드립니다. 메르하바!


여기는 주로 사실상 거의 전부 홍차를 마시는 나라이기도 하고, 저도 홍차를 주로 마시기 때문에 다양한 홍차 티팟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번 찻잔에 이어서 홍차 하면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티팟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티팟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마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을탠데요, 개인적인 생각이라면 1. 원래 그렇게 하는거니까, 2. 티팟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들이 갬성지수를 높여주니까, 3. 기능적으로 티팟이야말로 차를 우리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니까 정도로 압축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소개하겠습니다. 여기 오래 살다보니 티팟이 제법 많아졌습니다만 실제로 제가 사용하는 티팟은 몇개 되지 않습니다. 맨 뒤편부터 좌우순서입니다.


1. 영국산 스털링실버 티팟 (1948년 생산, 용량 약 1000ml)

2. 우즈베키스탄산 청화 목화무늬 경질자기 티팟 (1990년대, 용량 약 1200ml)

3. 튀르키예산 동제 차이단륵 (2018년 수제품, 윗주전자 1L, 아랫주전자 1.8L)

4. 소련산 경질자기 손그림 티팟 (1991년, 용량 약 750ml)

5. 튀르키예산 이을드즈 자기 티팟 (연대불명 2000년 이후, 용량 약 1000ml)

6. 튀르키예산 퀴타히아 포르셀렌 본차이나 티팟 (2010년대, 용량 약 1000ml)

7. 소련산 경질자기 티팟 (1970년대, 용량 약 250ml)

8. 러시아산 로모노소프 코발트넷 티팟 (2018년, 용량 약 600ml)

9. 이란산 경질자기 티팟 (2000년대, 용량 약 900ml)

10. 중국산 유리티팟 (용량 600ml)

11. 영국산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기념품 (티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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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별로 분류해보았습니다. 먼저 경질자기(Hard porcelain, Fine china)재질입니다. 왼쪽부터 튀르키예 이을드즈 자기, 이란 자기, 영국 티포원, 우즈베키스탄 자기, 그리고 두 점의 소련제 자기 티팟입니다.


모두 홍차를 마시는 나라에서 생산된 물건이기도 하고, 특히 튀르키예, 러시아, 이란은 모두 사모바르를 사용하는 문화권이기 때문에 사모바르 위에 올려놓고 쓸 수 있도록 매우 두껍고 무겁습니다. 티팟의 몸체가 두꺼우면 열보존에 더 유리하고, 100도에 가까운 끓는물로 우려내는 홍차 특성상 맛있는 차를 뽑아내기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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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점은 태토에 소뼈 가루가 포함된 본차이나입니다. 왼쪽이 로모노소프 코발트넷, 오른쪽은 튀르키예 퀴타히아 자기 생산품입니다. 본차이나는 경질자기보다 상대적으로 얇지만, 보온성이 좋아 차 우리기에도 좋은걸로 알려져있습니다. 유려한 모양새덕분에 갬성수치를 더 높여주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 제일 선호하는 티팟은 이 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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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재질입니다. 왼쪽은 오래된 은제 티팟이고, 오른쪽은 구리로 만들어져서 겉과 내부에 주석을 씌운 튀르키예의 전통 티팟입니다. 여기말로 차이단륵(çaydanlık)이라고 부르는데, 사모바르처럼 아랫주전자의 끓는 물로 윗주전자의 차를 진하게 우리고, 찻물과 끓는물을 적당히 섞어서 마십니다. 사모바르와 마찬가지로 불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몇시간이고 뜨거운 차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선호됩니다.


금속재질의 장점은 도자기와 달리 찻물 방울이 티팟 물부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이른바 드립(drip)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한 은과 주석은 물맛을 가볍게하는 효과가 있기때문에 여기에 끓인 물도 맛이 좋아집니다. 특히 석회물이 나는 동네에서 쓰기 좋지요. 사모바르를 쓰지 않을때에는 제가 제일 선호하는 티팟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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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티팟입니다. 유리는 차색을 보기에는 좋지만, 보온성이 떨어져서 홍차를 우리기에는 별로 적합한 소재는 아닙니다. 이걸로 저는 주로 녹차를 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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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사호입니다. 웬 자사호?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사호로 우려낸 홍차도 꽤 맛이 좋습니다. 18세기에는 서양에서도 자사호를 사갔고, 네덜란드에서는 Delft Redware라고 유사품도 만들어졌지요. 소결성이 높고 단단한 주니 재질로 쓴맛나는 차를 넣고 우리면 비교적 순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때때로 차맛에 변화를 주고자 할때 사용합니다. 특히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나 아삼같은 차에 쓰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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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모바르를 주로 쓰기때문에, 티팟을 고를때 사모바르 위에 놓을 수 있는지도 따집니다. 연통에서 올라오는 숯불 열기와 끓는 사모바르가 내뿜는 수증기가 위에 올려진 티팟을 데우기 때문에 사모바르를 쓰면 워머가 필요 없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홍차를 우리기에 가장 좋은 재질은 무엇일까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하자면 경질자기 혹은 본차이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맛을 변하게 하지 않으니까요. 은과 주석칠한 동도 좋지만, 은, 주석이 한두푼 하는것도 아니고 접근가능성에서 떨어집니다. 그리고 은과 주석은 물을 순하게 하는 특성이 있는데, 그만큼 찻물도 부드럽게 나와서 진짜 차맛을 느끼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자사호같은 느낌이지요. 중국에서 차를 평가할때 자사호가 아닌 개완을 쓰는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제일 비추천하는 재질이 있다면 바로 스테인레스입니다. 쇠맛이 나서 우려진 차에서 쓴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한편 영국의 잡지인 "Family Economist" 1848년판에 의하면 차를 우리기에 제일 좋은 재질은 은 > 중국산 도자기 > 동 > 영국산 금속 (은도금 포함) > 검은 웨지우드 도자기 > 영국산 도기 순서라고 합니다. 이때만 해도 Made in China가 고급품의 대명사였던 시절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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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믕갤에서 티팟의 무게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성분들은 만수용량 1L가 넘어가는 티팟을 한 손으로 들고 쓰는데 어려움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티팟들의 무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1L 이상 하는 대형 티팟들을 비교했는데, 1번타자는 실버티팟입니다. 은은 원자재비가 비싸서 그런지 아니면 금속재질의 특징때문인지 경질자기나 본차이나보다 가볍습니다. 6컵이나 나오는 티팟인데 무게를 보세요. 그렇다고 얄팍한 소재는 아니라 충격에도 어느정도 강하고, 단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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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차이나입니다. 이 티팟도 대형 티팟인데 경질자기보다는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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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경질자기 티팟입니다. 둘 다 700그램은 거뜬히 넘어갑니다. 경질자기 특성상 태토가 무겁기때문에 이는 피할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물을 가득 채우면 1.7kg 정도가 나오는데, 이정도 한손으로 드는것도 어렵지 않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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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은 좀 특이합니다. 저는 경질자기라고 알고있는데, 용량은 900ml 정도로 지금까지의 티팟보다 약간 작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게가 이거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란산 티팟인데, 매우 가볍습니다. 그렇다고 벽이 얇지도 않은데, 어떻게 한걸까요? 신비로운 페르시아 전통의 기술... 같은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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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더 작은 티팟으로 가봅니다. 로모노소프는 600ml, 아래의 소련티팟은 750ml 정도인데, 러시아쪽 티팟들은 벽이 극단적으로 두꺼운 경우가 많아서 그만큼 더 무겁습니다. 그만큼 튼튼하고, 사모바르에 올려놓고 쓰기에도 좋고, 차맛도 잘 뽑아주기때문에 선호하기는 하지만요. 거대한 통나무를 두 손으로 거뜬히 들어올리는 러시아 할머니가 있는 나라이다보니 아무래도 거기 사람들은 다들 힘이 센 모양입니다. 둘 다 만수상태에서 무게가 1kg를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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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조그만 티팟도 상당히 무겁습니다. 찻잔 한잔 반정도밖에 안나오는 놈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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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사호입니다. 이 자사호는 다른 호들보다 살짝 더 무겁습니다. 대체로 주니재질들이 그런거 같습니다. 용량이 350ml 정도라 두어잔 가볍게 마시기에 좋습니다.



끝으로 티팟의 물부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금속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도자기 재질의 티팟을 따를때, 찻물이 물부리를 타고 아래로 흘러가 보기싫은 줄무늬를 만들거나, 흘러내려 테이블을 더럽히는걸  아마 자주 겪으셨을겁니다. 그런데 여러개의 티팟을 쓰다보니, 이 드리블링(dribbling) 현상에도 어느정도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키를 보니까 아예 Teapot effect (티팟효과)라고 항목까지 만들어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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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드리블링현상이 없거나, 거의 발생하지 않는 제 티팟들을 모아놓은 사진입니다. 뭔가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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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리블링현상이 심한 티팟들을 모아봤습니다. 특히 왼쪽의 티포원은 티팟 뚜껑보다 물부리 높이가 더 높아서 조심해서 따르지 않으면 뚜껑으로 찻물 쏟기 일쑤입니다. 덕분에 장식장행이 되었지요.


여기서 드리블링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티팟의 물부리, 특히 출수구의 모양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재질이 얇고, 모양이 뾰족하고 딱 떨어지는 날카로움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게 드리블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들 경험, 생각은 어떤가요???


오늘 티팟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홍차를 마실때 제일 중요한 도구는 뭐니뭐니해도 이 티팟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이기도 하고, 갬성과도 관련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뚜껑없는 머그컵에다 티백 담가 우려먹는것보다 더 맛이 좋기 때문입니다. 열보존성도 더 좋아서 느긋하게 따뜻한 차를 마실 수도 있지요.



P.S. 저는 티팟을 여러개 가지고있긴 하지만, 사용할때는 한번에 한개의 티팟만 씁니다. 그리고 티팟에 차가 머무는 동안 변화하는 맛을 즐기는 쪽입니다. 애초에 홍차를 영국, 러시아, 튀르키예인들에게 배웠고 그들처럼 마시는게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니까 티팟을 두개 놓고 쓰는 분들도 있는거 같던데 이 방법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분들의 생각을 알아보고 싶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