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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잠을 자지 않으면 우리 야옹이도 같이 잠을 못 잡니다. 

마치 나와 동기화된 포켓몬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관계가 좋아서 그런 것도 있고 야옹이가 불안이 커서 보호자가 불안정하다, 보호와 각종 편의와 식량과 애정의 공급자에게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 싶으면 잠을 못 자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고양이의 뇌는 사람으로 치면 불안 장애 환자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야생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으려면 작은 위험에도 불안을 크게 느껴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랍니다. 

불안은 고양이와 불안 장애 환자와 때로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가끔은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정신의 불안과 분노와 슬픔, 신체의 각종 통증과 피로 모두가 다 개체의 생존을 위해 섬세하게 설계된 결과로 얻어진 고통들입니다. 

고통은 따지고 보면 귀중하고 값진 것이며 때로는 생체 내에 이런 시스템이 생기기까지의 아득한 진화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역시 고통을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왜 생기는지를 이해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라앉힐 수가 없고, 그 과정이 어려우며, 경우에 따라 원인을 안다고 해도 가라앉히기 어렵습니다. 

마치 저의 오늘 밤 같이 말이죠. 오늘 밤에 찾아온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인 고통은 불안입니다. 

나의 불안. 고양이의 불안. 

고양이에게 좋은 것만 느끼게 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가 않습니다. 늘 마음이 느긋하고 행복하면 좋겠는데 보호자가 불안해서야 어림도 없습니다.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깊이 내쉬고 해봅니다. 

두뇌 안에서 예전에 읽었던 만화의 장면이 정신 사납게 돌아다닙니다. 어제 마신 T2뉴욕 브렉퍼스트가 위스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는 생각, 조금 덥다는 생각, 목 뒤가 뻣뻣하다는 생각, 삼국지의 내용, 냉장고에 남은 샐러리를 어떻게 처리할까 이런 것들이 귀울림과 함께 뒤죽박죽 섞여서 시끄럽고 그저 불안하고 잠이 오지 않습니다. 

생존에 유리하라고 생긴 불안이 지금은 나와 내 고양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긴 생존이 목적인 진화라 해도 개체 하나하나의
생존보다는 종족의 존속이라는 의미의 생존을 염두에 둔 진화인 것 같습니다. 

가끔 종이 번성하다가 삑사리가 나면 어떤 개체가 의미 없이 고통 당하기도 하고 운이 나쁘면 특정 종 전체가 의미 없이 고통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지구는 거대한 실험장 같기도 합니다. 

결과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개별 개체의 고통에는 관심도 없는 연구자의 오래된 실험실. 

이곳에서 개체로 태어난 저와 고양이와 우리는 어떻게 이 불안에 맞서야 할까요…

어렵습니다…

이제 좀 졸린 것 같기도 합니다…

내일은 T2 뉴욕 브렉퍼스트를 다시 마셔봐야겠습니다. 

차례로 느껴지는 바닐라 가향의 단 맛, 몰트향, 쓴 맛, 마신 후에도 입에 남아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찌르는 듯한 단맛(아마 계피)의 느낌이 뭔가 위스키와 비슷합니다. 향도 그렇구요. 

밀크티로 마시면 위스키 느낌은 날아가고 바닐라 향이 부드럽게 강조됩니다. 차례로 느껴지던 맛들은 우유가 뭉뚱그려 버리지만 그래도 맛있습니다…

그럼 잠자리에 계신 여러분께는 꿀잠을 

아직 못 주무신 분들에게는 졸림을 기원하며 전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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