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차 입문하게 된 계기가 일하다 만난 대만 사람들 때문이었음.

그전엔 차라고 해봐야 어디 관공서나 사무실에서 뻘쭘할 때 주는 현미녹차 티백이 전부였고, '차? 그게 뭔데' 수준이었지.


근데 그 사람들은 무슨 술 마시는 것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가운데 차판 두고 한 잔씩 나눠 마시더라고. 호텔 방 좁아터지는데 다들 둘러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던 기억이 참 좋았음. 다른 안주도 없고 그냥 차만 마시는데도 뭐가 그리 하하호호 즐거웠는지.


그때 그 사람들이 주던 잔이 딱 소주잔만 한 30~40ml짜리 중국식 찻잔이었음.


나중에 그게 우롱차라는 걸 알게 됐고, 거기서 '회감'이라는 걸 처음 배우고 신기해했지. 그때부터 가끔 생각나면 알리에서 대만 우롱 사다가 냄비에(ㅋㅋ) 우려 마시곤 했음. 사실 카페인이 잘 안 받아서 아주 가끔만 마시는 정도였는데...


그러다 어쩌다 만난 연인이 생겼고, 같이 있을 때 뭐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차를 마시게 됨. 그러다 지금은 좀 많이 빠진듯.


암튼 서론이 길었고, 내가 아끼는 빨간 찻잔이 하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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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하나에 오천 원쯤? 소주잔만 한. 크기 생각하면 마냥 싼 건 아니지. 근데 유약 안 바르고 구운 거친 도자기 느낌이라 투박하니 참 좋았음. 좀 약해서 그런가 설거지하다 부딪혀서 이빨이 벌써 4개나 나갔는데도 정들어서 계속 썼단 말임. 짙은 빨간색이야. 


근데 얼마 전에 내가 고르고 골라서 선물했던 흰색 찻잔을 우연히 써보게 됨.


요즘 단총을(우롱차 일종) 자주 마시는데, 와... 그 흰 잔에 단총을 따르니까 수색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더라. 살짝 핑크빛 도는 주황색인데 보자마자 입에서 "헐 대박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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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입술에 닿는 느낌도 매끄러운 게 너무 좋은 거야. 내 빨간 잔은 만지면 슥슥 소리 날 정도임. 이빨 4개 나가도 좋아했는데 살짝 배신감 들 정도였음.


흰 잔에 비치는 수색이 너무 깡패라 안 되겠다.

조만간 내 전용으로 쓸 뽀얀 흰 잔 하나 알아봐야겠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