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를 판단함에 있어 크레마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 같아 한번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에스프레소를 직접 마셔보기 전에 크레마라는 비주얼을 보면서 커피의 맛과 향을
보고 커피의 질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크레마를 절대적인 기준으로...또는 절대적이지는 않더라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는 경우가 빈번해지는 것 같아 이 부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겼네요~

분명 양질의 크레마를 얻기 위해서는 원두의 신선도, 분쇄정도, 탬핑, 추출시간 등 여러조건이
맞물려야 하겠죠. 단열층 역할을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에스프레소 향을 날아가지 않게 막아
주기도 하면서 씁쓰름한 맛을 부드럽게 잡아주기도 하구요.

크레마, 크레마 하다보니 크레마증가장치(enhancer)를 장착하는 머신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 해외 블로그를 보면서 이 부분에 대해 분석한 글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좀 놀라웠습니다.
가찌아와 세코의 머신을 전부 분해해서 도대체 크레마증가장치란 무엇인가 파헤쳐본 내용인데
독특한 건 모두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통로에 강철스프링이 달려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필터를 통해 에스프레소가 추출되어 좁쌀만한 통로를 지날 때 이 강철스프링은 앞에
장착된 구슬과 함께 빠른 속도로 팅팅팅팅 움직이면서 거품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다보니 추출된 커피가 이곳을 지날 때 부글부글 거품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쉽게 말해서 맹물이 지나가도 이곳에서는 거품이 생깁니다.

이렇게 추출된 거품은 크레마와 차이없이 참 이쁩니다.
원두의 신선도라든가 이런 요소와는 좀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아마도 소비자들이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보다는 크레마에 너무 연연하다보니 업체들이
이런 묘한 기술을 도입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제 생각에는 너무 크레마에 집착하기 보다는 커피 본연의 맛, 자기만의 맛을 찾아가는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커피라는 것은 분명 기호식품이지요. 무엇이 옳다 무엇이 좋다 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원두에 향만 넣은 헤이즐넛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것을
무식하다고 비판하기 보다는 자기가 좋으면 좋은거니까요~

크레마가 향을 더 붙잡아 놓느니 따뜻한 온도를 오래 유지해준다느니 그러지만 뽑자마자 단숨에
들이키는 제 입장에서는 그리 마음에 와닿지는 않고 마실 때 목넘김 좋게 부드러운 윤활유
같은 것이 크레마입니다. 어쩌면 깔끔하고 예민한 맛을 즐기기에는 크레마가 부족한 에스프레소가
더 나을 수도 있구요.
지나친 집착에서만 벗어나면 아마도 더 다채로운 맛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커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