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오늘 아침 뽑아마신 에스프레소. 크레마를 잘 살펴보면 고운거품과 거친거품의 두종류가 섞여있습니다. 고운 거품은 오리지널 크레마. 거친 거품은 브리엘에서 자랑하는 크레메이커=크레마 생성기로 억지로 뽑아낸 크레마지요. 추출상태가 좋으면 고운거품만 가득한 크레마를 볼 수 있는데, 이번건 로스팅한지 좀 된 원두라서리...-_-;)

커피 관련 커뮤니티에서 반드시,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게 바로 이 크레마라는 녀석이죠. 그래서 한번 디벼보기로 했습니다. ㅎㅎ

크레마(Crema)가 생성되는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커피를 볶는 과정에서 카페올이라는 커피 오일이 생성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원두 자체에 내포된 기체성분도 있죠. 이 기체성분이 고온고압의 증기와 만나면서 거품이 일어나는데, 이 거품을 카페올이 감싸면서 기름거품(-_-;)층,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크레마라고 부르는 갈색의 층을 형성하게 됩니다.

따라서 크레마는 에스프레소 커피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드립이나 프레스 등 다른 방식의 커피 추출시에는 기체성분이 추출되지 않거나, 혹 추출되더라도 카페올이 이를 감싸지 못하기 때문에 크레마가 나타나지 않는 거죠.

그렇지만 크레마가 직접적으로 맛에 영향을 미치는가, 라고 묻는다면 글쎄요,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시각적으로 보기 좋고, 식감에 Oily한 느낌을 주고, 보온에 도움을 준다..는 등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지만, 막상 크레마 자체는 그다지 맛에 영향을 줄만한 요소가 없기 때문입니다. 커피의 기체성분이나 기름성분이나 결국엔 커피에 다 섞여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왜 크레마가 커피 판단의 척도가 되는가?

왜냐하면 앞서 말했던 크레마의 생성 이유 (온도와 기압, 카페올의 유무)가 결국 \"에스프레소를 제대로 만들었는가\"의 측정 기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에스프레소의 맛을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로스팅, 원두 상태, 그라인딩, 템핑, 추출시간, 추출압력, 물의 온도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크레마의 상태를 확인하는 거죠.

더 웃긴건, 제 개인적인 경험상이긴 합니다만, 이러한 조건중 하나라도 빠지면 크레마가 생성되지 않는게 아니라 조건들을 합친 총합이 어느정도만 되면 크레마가 나온다는 겁니다. 막말로 브리카의 짝퉁 압력밸브로도 원두 상태만 좋으면 크레마가 나오더라는 거죠. 이는 결국, 크레마가 없는 에스프레소는 앞서 말한 에스프레소의 조건에서 어떤 부분이던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 그런지 한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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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압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아서 크레마가 없음 = 기압이 딸리면 커피의 맛을 제대로 뽑아낼 수 없고, 무리하게 과추출하면 쓴맛과 탄맛 등의 잡맛이 섞입니다.

로스팅시 약배전으로 인해 크레마가 없음 = 커피는 200도 이상에서 열분해가 시작되어 커피의 맛을 내는 성분이 추출됩니다. 따라서 로스팅을 덜 하면 커피의 맛이 온전히 추출되지 않죠. 로스팅 시간 아낀답시고 대충 볶으면 볼수있는 풍경.

로스팅 후 시간이 오래 지나 카페올이 없는 관계로 크레마가 없음 = 크레마가 안생기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로스팅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카페올이 날아가버린거죠. 이 경우 카페올 성분이 없어서 부족한 맛과 향이 나는건 둘째치고, 남아있는 기름 성분이 산폐되는게 더 큰 문제입니다. 쉽게 말해 썩은기름을 먹게 된다는 말씀. OTL

그라인딩과 템핑 문제로 크레마가 없음 = 적절한 크기로 갈고, 적절한 힘으로 눌러주지 않으면 크레마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라인딩과 템핑은 증기압과도 정비례 관계에 있는 요소들이죠. 너무 약하면 맛이 덜 우러나고, 너무 쎄면 잡맛까지 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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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맛있는 에스프레소라도 크레마가 없다면, 분명히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 중 하나가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좋은 커피 망쳐놨다\'는 것과 동의어이기도 하구요.

100의 맛을 지닌 커피를, 7~80정도의 맛만 끌어내도 크레마를 볼 수 있는데, 크레마가 없다면 그정도의 맛도 못 끌어낸 커피라는 뜻이니까요.

따라서 크레마가 없는 에스프레소가 맛있다고 느끼는 건 개인 차이겠지만

전 크레마가 없는 에스프레소를 \'실패한 커피\'라고 부르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