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에 대한 괜한 논쟁이 오가네요...;;;

제가 처음 제기했던 글은 에스프레소를 즐기는데 있어 자칫 크레마 지상주의보다는 크레마의
양이 풍성하든 또는 다소 부족하든간에 어느정도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즐겨보자는 의미에서
적어본 글입니다. 괜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네요...

일단 크레마라는 것을 살펴 보겠습니다...
다들 아는 얘기겠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번 짚어볼께요~

크레마는 크게 3가지 상으로 구분됩니다: 첫째가 물, 둘째가 오일, 셋째가 기포입니다.
뜨거운 물이 그라운드 커피와 접촉했을 때 재미있는 일이 생깁니다. 

제대로 된 기포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거품과 함께 어떠한 분자 또는 화합물이 거품을
감싸줘야 하는데 이런 코팅 역할을 하는 것을 계면활성제(surfactant, surface-active agent)
라고 합니다. 커피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멜라노이딘(melanoidin) 성분이지요.
재미있는 건 이 성분이 된장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혹시 그래서 된장녀 열풍??
단백질이랑 멜라노이딘이 거품을 감싸는 이유는 요게 물이랑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구요.
이러한 소수성을 hydrophobic이라고 부릅니다.
또 여기에 지방과 오일 성분도 한 몫 합니다.
어쨌든 크레마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제가 처음 에스프레소를 접했을 때 그 환상적이고도 탐스러운 크레마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비단 저 뿐만이 아니고 에스프레소를 뽑아마시는 사람들 대다수가 크레마의 매력에
빠진 것을 보았습니다. 풍성한 크레마가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환호하지만 조금 부족하다 싶은
크레마가 나오면 시무룩해 합니다.
그래서 밑에 제가 언급했던 부분도 바로 풍성한 크레마 vs 부족한 크레마입니다.

사실 모카포트가 아닌 한 머신에서 크레마 보기는 쉽습니다.
20만원도 안하는 드롱기 oem 중국산 머신에서도 크레마는 뭉글뭉글 잘만 나오지요.
게다가 요즘같은 enhancer가 부착된 머신들의 인기로 인해 크레마인척 하는 가짜 거품들도
판을 치고 있고요. enhancer 머신이 얼마나 대단한가하면 반년이 넘은 원두로 실험을 해봐도
크레마가 나옵니다;;;;

워낙 변수들이 많아 크레마로 에스프레소를 판단하는 것은 힘들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크레마로 알 수 있는 것은 원두가 신선한가정도 입니다.
반대로 알 수 없는 것은 맛이 있는가 입니다. 매우 저급한 원두라도 신선하기만 하면 크레마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크레마를 보고 오일이 제대로 추출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고 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다양한 이론들이 확인됨에 따라 이마저도 뒤집어졌습니다. 5~6기압정도의 압력으로 뽑아내도
정상기압으로 뽑아낸 크레마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지요.
enhancer로 뽑은 크레마에 대해서는 사실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맛의 차이.
크레마가 많으니 적으니 하지만 맛이 가장 중요한게 아닐까요?

예전에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는 샵에 부탁을 해서 좀 지난 원두, 신선한 원두, 비싼 원두, 저렴한 원두, 정성탬핑, 대충탬핑 
등등 조합으로 10컵을 만들어서 제가 맞춰어 보는 것이지요.
커피 좀 마셨다고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결국 모든 판단은 혀가 옳았음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에스프레소에 있어서 크레마의 신화는 정말 산처럼 높습니다.
그 허와 실에 대해서 모른다면 언제나 휘둘릴 수 밖에 없지요.
잔뜩 뒤덮인 크레마의 안개를 조금은 걷어내고 과연 내 입맛과 얼마나 들어맞는가, 편견 없이
나 자신에게 정말 맛있는게 무엇인지 솔직해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것이 아니면 커피 왜 마시나요?

크레마가 풍성하다고 우월한 것도 아니고 크레마 부족하다고 열등한 것도 아닙니다.
커피에 있어서 우월한 것도 없고 열등한 것도 없습니다.
로부스타가 아라비카에 대해 부족하다고 하지만 적절한 배합은 훌륭한 부드러움을 선사해 줍니다.
100% 로부스타 역시 묘한 매력을 뿜고 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누군가 맛없는 커피를 맛있다고 해도 꼬투리 잡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커피란 말 그대로 기호식품이고 바리스타 대회에 나가지 않는 한 자기가 좋은게 최고니까요.
커피에 대한 의견은 항상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커피가 맛있는 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빼놓을 수 없으니까요.

난 이만 버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