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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이 없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결승전에서 지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카를로스와 함께한 5시간의 멋진 테니스 경기가 얼마나 자랑스럽나


= 지금은 솔직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높은 수준의 경기를 했다는 것 자체는 정말 기쁩니다. 여러 상황 속에서도 이 토너먼트에 대해선 만족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확실히 아픕니다. 네, 지금은 말이 많지 않네요. 그래도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매일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런 상황에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서는 만족합니다. 정말 수준 높은 경기였어요. 그런 경기의 일부가 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물론, 최종 결과는 아프죠.




- 4세트가 끝나고 5세트를 준비할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의자에 앉아 어떤 생각을 했나


= 경기를 계속하고 있는 동안에는 놓친 기회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저는 매 세트를 지우려고 노력합니다. 그랜드슬램에서는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물론 4세트, 매치 포인트, 서브 게임에서 실망스러웠지만, 그런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신적으로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공짜 포인트는 주지 않았고요. 경기가 끝나면 그걸로 끝인 거잖아요. 느낌이 다르고,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러니까, 끝나고 나면 바꿀 수 있는 건 없어요. 하지만 5세트를 시작할 땐 아직 바꿀 수 있는 게 있었죠.




- 선수 생활 중 가장 긴 경기, 4시간 이상,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짧은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체력적으로는 쇠약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 경기들에서의 자신의 전력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나


= 제 생각엔 이 경기를 다른 경기들과 비교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신체적으로는 꽤 괜찮았어요. 물론 피곤했죠. 상대도 마찬가지로 지쳐 있었고요. 체력적으로 힘든 경기였고, 동시에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경기였습니다. 이제 결과는 나왔고,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바꿀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이 경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기쁩니다. 아주 아주 높은 수준의, 긴 경기였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도 다른 선수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고, 오늘은 제 차례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긍정적인 면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어요.




- 비교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이번 경기는 다른 그랜드 슬램 결승전과 어떻게 달랐나. 준비 과정, 카를로스를 상대로 한 흥분, 그리고 경기의 흐름과 분위기 모두. 더 특별하게 느껴졌나


= 결승전까지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항상 한 명의 상대를 이기는 데만 집중했는데, 오늘은 그 상대가 카를로스였던 거죠. 그래서 그를 상대로 준비하려고 했고, 준비도 잘 됐다고 생각해요. 로마 때보다 훨씬 더 잘 준비된 기분이었습니다. 그게 경기에서도 드러났던 것 같고요. 오늘 제 경기력을 보면, 경기 전에 말했던 것처럼, 로마 이후로 많이 향상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클레이 코트 토너먼트 하나만으로 그랜드슬램을 준비했어요. 물론 결승에 진출한 건 지금도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긴 합니다. 기회가 많았죠. 하지만 그런 게 스포츠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좀 슬픈 면이 있었지만, 슬픈 면만 보고 있으면 다시 돌아오지 못합니다. 작년에 비해서 선수로서 발전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계속 노력해나가야 합니다.




- 비교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마지막 경기는 2022년 윔블던 8강 조코비치와의 경기와 비슷했다. 그때 7-5 6-2로 이기다 3-6 2-6 2-6으로 나머지 세트를 내줬다. 그 경기와 비교를 하면


= 하지만 그날 노박이 자신의 레벨을 확 올렸을 때, 저는 정말 기회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회가 있었어요. 3세트에 한 번, 4세트에는 브레이크가 있었고, 세 번의 매치 포인트도 있었죠. 서브도 넣었고, 다시 따라잡았습니다. 5세트 6-5로 앞서 있을 때도 기회가 분명히 있었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랐던 기회가 너무 많았던 날이었습니다. 가끔은 그런 날도 있어요. 오늘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완전히 다른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 코트 안팎에서 겪은 다른 실망스러운 일 중에 이번 경기에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나


= 제 가족, 그리고 저를 아는 사람들이 지금 저를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을 차례죠. 제 가족도 제가 집에 돌아오는 걸 기뻐할 거예요. 아시다시피, 저희 가족은 정말 소박한 가족입니다. 아버지는 오늘 일 때문에 여기 계시지 못했어요. 물론 TV로는 보셨을 겁니다. 일이 끝나셨다면요.

제가 선수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늘 말해왔지만, 제가 이런 자리에 오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꿈도 아니었어요. 너무 멀리 있는 일이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 롤랑가로스 역사상 가장 긴 결승전을 치렀습니다. 물론 아프지만, 계속 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런 날도 있는 거니까요.




- 테니스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페더러와 나달, 조코비치와 나달, 보리와 매켄로의 명승부를 봤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기 중 하나에 참여하는 게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그 경기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 모든 라이벌 관계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에는 그들이 약간 다른 종류의 테니스를 했죠. 오늘날은 공이 훨씬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제 관점에서는 약간 다르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박, 라파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걸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랜드슬램에서 로저와는 한 번도 경기를 해보지 못한 게 아쉽고요.

그들을 이기려면 많은 게 필요합니다. 저는 카를로스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과 같은 생각을 해요. 우리도 이제 이런 수준의 테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건 테니스 전체, 그리고 팬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그런 경기의 일부가 된다는 건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저도 그 일부가 될 수 있어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서 큰 트로피를 받았으면 더 기뻤겠죠.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은 바꿀 수 있는 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