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6월 7일 서울의 어느 파출소 앞에 갓난 여자아기가 바구니에 담겨 버려져 있었어. 그 여자아기는 5년 동안 고아원에서 키워지다가 다섯살인 1974년 12월 미국의 커(Kerr) 부부에게 입양되었지. 양모 마릴린 커는 그 아이에게 킴(Kim)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 미국에서 Kim은 흔한 여자 이름인데, 킴벌리(Kimberly)를 줄여서 부르는 애칭이야. 그런데 그 아이는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이름이 킴벌리가 아니라 킴(Kim)이라고 지어 준 거야.
킴은 뉴욕주의 시골 도시에서 자라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그곳의 학교에 다녔어. 대학시절에는 방학때마다 뉴욕주의 작은 도시 벨파스트의 식당에서 알바 일을 겸하고 있었어. 그런데 킴이 일하던 식당에 30대 후반의 단골손님이 그녀의 상냥하고 야무진 모습을 관찰하가다 대학 졸업반이 되자 본인의 회사에 사장 비서겸 경리를 맡아달라고 제안했어. 그 손님은 천연가스 시추업무를 하고 있는 벤처기업의 창업자였어. 그리고 소꿉친구와 결혼했다가 이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고.. 그 손님의 이름은 테리 페굴라(Terry Pegula)야.
테리 페굴라의 아버지는 트레일러 운전과 광부일을 하던 전형적 블루칼라 미국인이야.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페굴라는 대학 졸업 직후에 석유와 가스 시추에 온몸을 던졌어. 테리 페굴라의 제안을 받아들인 킴은 곧바로 페굴라의 회사에 입사했고, 2년 후 24살 나이로 사장인 테리 페굴라와 결혼을 했어. 킴이 합류하기 이전 테리 페굴라의 회사는 1990년 초부터 셰일 바위에서 가스를 추출하는 새로운 방법을 계속 개발했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음.
킴과 결혼 후 마음의 안정을 찾은 테리 페굴라는 훨씬 전에 개발된 수압파쇄라고 불리는 프래킹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추출하겠다고 방향을 바꿨어. 셰일 바위는 지하 깊은 곳에 넓게 퍼져 있다 보니 땅 아래 직선으로 구멍을 뚫어 뽑아내는 전통적인 수직 시추 방식으로는 생산이 어려웠어. 셰일가스를 추출하려면 수직으로 시추공을 뚫고 1천 미터 이상 들어가다 셰일 바위 층을 만나면 그때 수평으로 굴착하며 바위를 부숴 내어 가스가 모이게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해. 즉 프래킹과 수평시추공법을 융합한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지. 페굴라는 물과 모래, 화학약품을 섞은 혼합액을 고압으로 분사해 암석을 부수고 셰일오일이나 가스를 분리해내는 추출법을 개발한 거야. 얼마 후 페굴라가 개발한 시추공법으로 뚫은 구멍에서 천연가스가 분출되기 시작했어.
테리 페굴라는 자신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내의 도움이라고 항상 말해왔지. 별 볼일 없던 시골의 벤처 사업가가 결혼 17년 만에 세계적인 대부호가 된 것이니까. 셰일가스 혁명이 시작되었고 회사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킴의 제안에 따라 페굴라는 다양한 일을 해보겠다는 결심으로 2010년 회사의 본인 지분을 47억 달러에 로열더치셀에 넘기고 말아. 그리고 이듬해부터 프로스포츠 구단을 잇달아 사들이는데, 특히 2014년에는 14억 달러로 뉴욕주를 본거지로 하는 NFL의 버팔로 빌스를 인수하지. 그리고 NHL의 버팔로 세이버스까지 인수해버려. 그때부터 지금까지 킴은 버팔로 빌스와 버팔로 세이버스의 구단주로 구단 운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NFL과 NHL팀의 회장으로 임명된 최초의 여성인 53세의 킴은 2022년까지 미국 프로 스포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으로 꼽히고 있었어. 킴은 현재까지도 Pegula Sports and Entertainment의 사장 겸 CEO이며 Bills and Sabres의 사장 겸 공동 소유주이지. 블룸버그에서 보도한 올해 킴과 테리 페굴라의 재산은 무려 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1조원이 넘어.
킴이 테리 페굴라와 1993년에 결혼하고 이듬해 큰 딸을 낳았는데, 그녀가 바로 올해 US오픈 결승에 진출한 제시카 페굴라야. 제시카는 최상류층 자제들이 그렇듯 6살때 테니스를 시작했는데 큰 재능이 발견되어 아직까지 프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어. 억만장자 부모를 뒀음에도 본인이 투어에서 벌어들인 돈만으로 생활을 하고 있고, 전혀 사치를 부리지 않는 훌륭한 인품을 가진 선수야. 킴 페굴라의 딸 사랑은 예전부터 각별했고, 제시카가 코리아 오픈에 참가했을 때 딸을 응원하려고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도 있었어. 그런데 제시카 페굴라가 2022년 10월 WTA 1000 대회인 과달라하라 오픈에서 우승하며 생애 최초로 빅타이틀을 차지했을 때 킴 페굴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었어. 그 이후에도 1년 넘게 킴 페굴라는 공식적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킴 페굴라는 2022년 초여름에 급성 심정지(heart arrest)를 당한 후 1년 넘도록 회복중이라고 하네. 심정지는 심장마비(heart attack)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심장이 완전히 멈춰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야. 우리의 뇌는 5분만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도 영구 회복불능이 돼. 심정지가 왔을 때 응급 심장 마사지를 시행하는 이유는 포도당과 산소만이라도 어떻게든 세포로 보내주기 위해서야.
2014년 5월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정지를 겪었고 생명은 건졌지만 끝내 뇌기능을 회복하지 못했지. 현재 킴 페굴라는 그보다는 훨씬 양호하지만 실어증을 겪었고 아직도 부분적인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는 상태라고 해. 올해 킴 페굴라는 NFL 버팔로 빌스와 NHL 버팔로 세이버스의 구단주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어. 남편과 딸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킴은 스스로 걸을 수 있지만 아직 인지능력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야. 아래는 올해 버펄로 빌스 연습장에 남편과 함께 깜짝 방문한 킴의 사진이야.
앞에서 쓴 것처럼 "페굴라 스포츠 앤드 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의 회사는 제시카 페굴라의 부모가 소유한 기업으로 NFL의 버팔로 빌스와 NHL의 버팔로 세이버스를 포함한 수많은 스포츠 팀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 대학 졸업 직후인 2013년 그 회사에 입사한 Taylor Gahagen 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2년 후인 2015년부터 제시카 페굴라와 사귀더니 2021년에 둘은 부부가 되었어. 킴 페굴라가 은퇴한 현재 그 역할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인물이 바로 제시카의 남편인 Taylor Gahagen 이라고 함.
어제 준결승에서 사발렌카에게 패한 엠마 나바로 역시 제시카 페굴라와 마찬가지로 억만장자 부모를 가진 선수야. 나바로의 부친은 재작년 3천 5백억원을 들여 신시내티 마스터스 독점 운영권을 매입한 사업가로 올해 재산이 2조원이 넘어. 큰 딸인 나바로는 진정한 다이아몬드 수저 출신이지만 제시카 페굴라와 마찬가지로 절대 거만하지 않고 검소한 생활 태도를 지닌 선수임
남자부에서 결승에 오른 테일러 프리츠의 가족 스토리도 제시카 페굴라 스토리 못지않게 흥미로와서 함께 소개할게
1979년 미국의 유대계 테니스 선수인 브라이언 티처(Brian Teacher)는 동료 선수인 캐시 메이(Kathy May)와 결혼해서 화제를 일으켰지. 세계 10위 안에 들었던 유명 테니스 선수인 캐시 메이는 미국의 거대한 백화점 체인 '메이 백화점'의 창업자 데이비드 메이의 손녀로 더 유명했던 최상위층 금수저 선수였어. 아래 사진은 18살때 캐시 메이의 모습이야.
결혼 후 몇개월이 지나 브라이언 티처는 호주 오픈의 워밍업 대회인 뉴 사우스 웨일즈 오픈에 참가해서 결승에 올라 매치포인트를 잡았지만 역전패 당하고 말았어. 결승전 패배 직후 브라이언은 미국에 있는 아내 캐시 메이에게 전화로 패배의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캐시 메이는 위로 대신에 그에게 결혼생활이 실증났다며 이혼을 요구했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내의 이혼청구에 브라이언은 크게 좌절한 채로 1980년 호주 오픈에 출전해서 자신을 비롯해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호주 오픈 우승을 차지해. 브라이언은 역대 가장 뜬금없는 그랜드슬램 우승자로 항상 꼽히고 있지. 그 직후 브라이언 티처는 세계 8위에 올라 오랜 염원이었던 탑 10선수가 됨과 동시에 이혼의 쓴잔을 마시게 되지.
캐시 메이는 브라이언과 이혼한 이듬해에 캘리포니아의 소방관과 결혼해서 두 아들을 낳고 10년 동안 잘 지내다가 또 이혼을 했지. 그 이후 캐시 메이는 동갑내기 테니스 선수 출신의 가이 프리츠(Guy Fritz)와 세번째 결혼을 해. 캐시 메이와 브라이언 티처가 세계 탑텐 선수였던 반면에 가이 프리츠는 커리어 내내 세계 300위 안에 한번도 들지 못해 선수로서는 철저하게 실패한 인물이지만 캐시 메이는 프리츠의 배려심과 인품에 이끌려서 30년 넘게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어.
그러다가 1997년 41살의 나이로 캐시 메이는 세번째 아이를 출산해. 물론 캐시와 가이 사이에는 첫번째이자 유일한 아이야. 둘은 그 아이를 테니스 선수로 키우기로 일찌감치 결심했고, 그 아이는 주니어 시절부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탄탄한 커리어를 쌓으며 세계랭킹 탑텐까지 올라왔지. 그 아이가 바로 올해 US오픈 결승에 올라 야닉 시너와 대결하는 테일러 프리츠야.
테일러 프리츠는 19살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결혼을 했어. 신부의 이름은 라켈 페드라자(Raquel Pedraza)이고 뛰어난 성적을 거두진 않았지만 미모의 테니스 선수였지. 아래 사진애서 페더러와 다정한(?) 포즈를 취한 여자가 라켈이야.
프리츠 부부는 결혼 다음 해 아들을 출산했어. 벌써 8년 전이야. 아들 모습은 테일러 프리츠의 붕어빵이지. 하지만 프리츠의 결혼생활은 오래 못갔어.
잘 알려졌다시피 현재 테일러 프리츠는 모건 리들(Morgan Riddle)과 오랫동안 연인 사이고 사실상의 부부라고 하네.

테리 페굴라 블룸버그 기준 120억달러
캐시 메이도 유대인임
나바로는 의외네
검색해보니 바로 나오네. 깜놀했음
좋은글이다
프리츠씨발새키 조강지처버린창놈새끼애미닮아서
테갤에서 흔히 볼수없는 유익한 글이다 고맙다
운동도 부모가 금수저 , 프로애슬릿 유전자 둘 중 하나거나 둘 다 아니면 생각을 말아야
항상 양질의 글 감사
다들 졸라 부자들이네
흥미로운글 고마워~~~ - dc App
매우 흥미로운 글이네,,, 정독,,,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