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기위해 병사가 되었다. 굶지 않기 위해 부모를 버렸다. 세상은 끔찍하고, 쓸모없는 어린아이는 버려진다.
살고싶다면 눈치있게 행동하고, 버려지지 않으려면 자신의 필요성을 증명해야한다.
철저하게 타인을 위한 삶, 그저 생존 하나만을 바라며, 타인을 위해 검을 휘두르고, 타인을 위해 생을 거두었다.
자신은 없고, 오로지 타인만을 위해, 타인에게 휘둘려 살아온 삶은
피를 피로써 갚는 끝없는 살육의 끝에, 그 끝을 내려 하고 있었다...
"헤..헤헤.. 드디어 잡았다고"
"나...나쁘게는 생각하지 말자고, 우리도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야 헤..헤헤"
하아...하아...
시야가 조금 흐려진다. 머리깨에서 터져나온 핏물이 흐르는 빗물을 타고 눈가에 들어가 불쾌하고 따갑다.
깊게 베인 왼팔에 더이상 힘은 들어가지 않고, 쓰러질듯한 몸만은 겨우겨우 돌담에 기대어 버티고 있었다.
'여기까진가...'
후회가 많은 삶이었다. 생존을 위해 선택한, 자신을 버리는 삶이, 결국은 스스로의 목을 죄는 꼴이되어 이모양이다.
전란을 수습하고, 평화로운 시대의 문을 열게될 주인에게, 역사의 오점이 될듯한 사냥개의 존재는 불필요하다는 것이겠지
결국 어찌 발버둥 쳐도 용도를 잃어버린 넝마조각마냥 버려질 것이었다면, 적어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았으면 좋았을것을...
...
아니... 아직이다.
나는 뭘 멋대로 포기하려는것인가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늦지않았다.
눈앞의 저 두 머저리들을 베어내고, 살아남는다. 살아남고 살아남아서,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자. 욕망에 충실하고, 타자따윈 중히 여기지않는, 그런 삶을 살자.
놈들은 지금 방심하고 있다. 다 잡은 먹이라는거겠지, 가장 가까운건 건들거리는 사내, 왼발을 한발 내딛고 그대로 품으로 파고들어 밀쳐낸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굴려서 다른 한놈의 가슴을 베어낸 다음, 쓰러진 놈의 목을 취한다.
할수있다. 산다. 나는 살것이다. 하자. 베어낸다!
남자는 최후의 힘을 짜내어 가까운 거리의 사내의 몸을 밀쳐내고 다른 사내의 가슴을 베어 즉살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만신창이가 된 몸은 회전하는 반동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지게 만들었다.
"크허억"
남자는 땅을 구르는 충격에 피를 토하고, 그대로 바닥에 널부러지고 말았다.
'으..윽... 안돼... 놈이 일어나기전에 마무리를 해야...'
남자의 바람은 덧없게도 넘어진 남자는 어깨를 두어번 털고는 기분나쁜 웃음을 하며 천천히 일어났다.
"헤..헤헤.. 마지막 발악인가? 제법 놀랐다고? 아직까지 그정도의 힘을 남겨뒀을 줄이야. 그래도 덕분에 저놈을 처치해서 내 몫이 늘어나게 되었군, 네가 아니더라도 내가 해치웠을 테지만 헤.헤헤헤"
남자는 분한듯이 바닥을 기며 사내를 노려보았다.
'일어서...! 움직이란 말이다!'
"어이쿠! 그러면 안되지"
남자가 꿈틀거리며 일어나려는 모습을 보이자 사내는 남자의 등을 지긋이 밞고는 목에 칼을 가져다 대었다.
"뭐, 아까도 말했지만, 원망은 하지말라고, 너도 여기저기 원한을 많이 쌓고 다녔잖아?"
"다 업보다, 이렇게 생각해"
'그럼 잘가라고 사냥개 형씨"
'끝인가...'
"그쯤 해두지 그래"
남자가 모든 것을 단념한 그때, 어디에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내와 남자가 목소리의 방향을 살펴보자, 남자와 사내를 둘러싼 공터의 한 구석의 나무에서 10대 중반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소녀가 서있었다.
소녀의 모발의 길이는 허리를 넘을정도로 길었고, 그 빛깔은 은방울 꽃의 백색을 닮았다. 군데군데 매어둔 붉은 리본은 소녀의 백발과 대비되어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헤... 헤헤... 오늘은 운수가 좋군, 여자... 그것도 꽤 미인이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이녀석을 끝장내고 널 맛보러 가줄테니"
"...하아"
소녀는 한숨을 한번 쉬더니 새하얀 손끝에서 커다란 화염의 구체를 만들어내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소녀의 불꽃은 기세를 숙일세도 없이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사내는 헤헤헤... 하는 웃음을 짓다, 소녀가 만들어낸 맹렬한 불꽃을 보고는 태도를 바꾸어 사과했다.
"아... 자..잠깐잠깐, 잘못했어, 너에겐 손을 대지 않을테니 한번만 봐줘"
"그래, 봐주지"
"아, 그럼"
사내는 여전히 자신의 발에 밟혀있는 남자의 마무리를 하기위해 칼을 바투 잡았다.
남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뭐하는거야?"
"응?"
"뭐하는 거냐고 물었어"
"아, 마무리다. 이것은 일이기때문에"
"아니, 그건 보면 아는데"
"내가 분명 그쯤해두지 그래 라고 했는데 왜 다시 칼을 잡느냐고 묻는거야"
"하...하지만 이건 해야하는 일..."
"어엉?"
소녀의 손끝에서 다시금 맹렬하게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 알았다. 놓아주지, 젠장"
"그래, 알아준다니 고맙네"
사내는 남자를 밟고 있던 발을 치워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남자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너무나 큰 출혈에 결국은 기절하고 말았다.
남자의 마지막 기억은, 포댓자루를 들쳐매듯이 자신을 들쳐맨 소녀의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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