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그라운드에서 써봤고 xhigh로 돌려봄


프롬프트는 원샷으로


"한국식 웹소설 장르 중 헌터물로 1화 써봐"




《게이트 청소부는 회수한다》

1화. 시체와 잔향

사람이 죽으면 두 가지가 남는다. 시체와 잔향.

시체는 누구나 본다. 하지만 잔향은 나 같은 감식 계열 헌터나 볼 수 있었다.

스무 살에 각성했을 때만 해도, 나도 길드에 들어가 번쩍이는 장비를 두르고 몬스터를 썰 줄 알았다.

결과는 F급.

고유 스킬은 [잔향 감식]. 몬스터와 사람에게 남은 마력의 흔적을 읽는 능력.

듣기엔 그럴싸했다.

실전에선 폐급이었다.

칼이 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몸이 빨라지는 것도 아니고, 몬스터를 죽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협회 상담사는 아주 정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원직이나 행정 보조가 잘 맞으시겠네요.”

그날 이후 내가 제일 많이 쥔 건 검이 아니라 고무장갑이었다.

나는 게이트 사후정리업체 ‘새벽환경’ 소속이었다. 뉴스에 나오는 건 헌터들이지만, 뉴스가 끝난 뒤 현장에 남는 피와 점액, 부러진 송곳니, 유실물, 그리고 때로는 시신은 우리 몫이었다.

현장에선 그걸 간단하게 불렀다.

청소.

좋게 말하면 환경관리. 솔직히 말하면, 남이 끝낸 싸움의 뒷처리였다.

비가 오던 화요일 새벽, 나는 을지로3가역 앞에 세워진 이동식 차폐막 앞에서 휴대폰 화면을 껐다.

[성모병원 안내 : 입원비가 미납되었습니다. 금일 18시까지 납부 바랍니다.]

문자 아래엔 부재중 전화 세 통.

전부 어머니였다.

“유도윤 씨. 서명하세요.”

협회 직원이 클립보드를 내밀었다. 상단엔 굵은 글씨가 찍혀 있었다.

<특수 사후정리 투입 동의서>

그 아래엔 늘 보던 문장.

사망 및 부상에 대해 협회와 의뢰 길드는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서명했다.

옆에서 장반장이 혀를 찼다.

“이번 건은 진짜 빠질 줄 알았더니.” “특수 수당 얼마죠?” “기본 두 배. 끝까지 하고 나오면 백오십.” “그럼 들어가야죠.”

장반장이 피식 웃었다.

“돈 앞에선 솔직해서 좋다, 너.”

을지로3가역 아래에 열린 건 C급 게이트였다. 공식 브리핑상으론 지하 유적형.

실제로 들어가 보면 폐광이랑 하수도, 동굴을 대충 섞어놓은 것 같은 구조였다.

문제는 이곳이 그냥 C급 게이트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오늘 이곳엔 백호길드 공략팀이 먼저 들어갔다가 셋이 죽고, 둘이 중상으로 실려 나왔다. 브리핑에 따르면 보스는 처리 완료. 남은 건 시신 회수와 부산물 정리.

그래서 우리 같은 하청이 불린 거였다.

“정리만 빨리 하고 나옵시다.”

백호길드 소속 호위 헌터 권민혁이 검집을 두드리며 말했다. B급.

우리 팀 다섯 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못 이길 사람.

“보스는 죽었습니다. 길드에서 확인까지 끝났어요. 괜한 행동 하지 말고 지시대로만 움직이세요.”

“예, 예.”

장반장이 고개를 숙였다.

나도 대충 끄덕였지만, 속은 전혀 편하지 않았다.

게이트 안으로 한 발 들어서는 순간부터 보였기 때문이다.

잔향이 이상했다.

원래 잔향은 퍼진다. 전투가 끝난 자리엔 마력이 안개처럼 흐트러지고, 시간이 지나면 옅어진다. 죽은 몬스터 주변에 남은 흔적은 대체로 바닥에 눌어붙는다.

그런데 이곳의 잔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핏빛 안개 같은 것들이 통로 저편, 더 깊은 어둠을 향해 실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누가 남은 마력 전부를 긁어모으는 것처럼.

나는 걸음을 멈췄다.

“반장님.” “왜.” “이거 좀 이상합니다.” “뭐가.” “보스… 안 죽었을 수도 있어요.”

장반장이 한숨을 쉬었다.

“도윤아. 네 감식이 용한 건 아는데, 그걸로 전투 판단까지 하진 마.” 권민혁은 대놓고 비웃었다. “F급이 B급 레이드 결과에 토 다네.” “잔향이 모입니다.” “그러니까? 피 냄새 맡고 겁먹은 거겠지.”

말끝이 날카로웠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F급이 말하면 대개 틀렸고, 맞아도 우연 취급이었다. 업계에선 그게 상식이었다.

우리는 3차 통로까지 내려갔다. 바닥엔 부서진 갑각류 몬스터 시체와 끊어진 사슬, 피 묻은 장비 조각이 널려 있었다. 시신 수습조가 검은 자루를 펼쳤고, 나는 손전등을 켠 채 주변의 마력 흔적을 살폈다.

그리고 그때였다.

사체들 사이로, 옅은 은빛 잔향 하나가 보였다.

다른 것들과 달리 흐려지지 않은 선. 그건 오른쪽 벽을 향해 똑바로 이어지고 있었다.

“저기, 잠깐만요.”

나는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다가갔다.

벽처럼 보이던 암반 뒤에 좁은 틈이 있었다. 누군가 안에서 억지로 긁어낸 것 같은 흔적.

나는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유도윤!”

뒤에서 장반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늦었다.

틈 너머엔 작은 방이 있었다. 마치 오래된 역무실 같은 구조였다. 무너진 책상, 깨진 램프, 벽면에 남은 낡은 제어판.

그리고 그 한가운데.

사람이 있었다.

검은 코트를 입은 노인이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복부를 꿰뚫린 상처는 이미 절반쯤 굳어 있었고, 왼팔은 어깨 아래가 사라져 있었다. 살아 있는 게 이상할 정도의 상태였다.

“어, 어르신?”

내가 다가가자 노인의 감겨 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들렸다.

탁한 눈동자였다.

그런데 그 눈은 정확히 내 얼굴이 아니라, 내 어깨 너머에 흔들리는 잔향을 보고 있었다.

“보이는군.”

노인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말입니까.” “잔향.”

숨이 턱 막혔다.

내 스킬을 아는 사람은 있었다. 하지만 한 번에 알아맞힌 사람은 없었다.

“당신, 누구세요?” “곧 죽을 사람이다.”

노인은 짧게 웃더니 기침했다. 검붉은 피가 턱을 타고 흘렀다.

“그걸로 충분해.”

노인의 손엔 검은 금속 고리가 쥐어져 있었다. 반지인지, 팔찌 조각인지도 모를 낡은 물건.

그는 힘겹게 그것을 내 쪽으로 밀었다.

“놈이… 다 먹기 전에.” “예?” “먼저… 주워라.”

노인의 손끝이 내 손등에 닿았다.

차갑다 못해 아플 정도의 감각.

동시에 노인의 목이 툭 꺾이며 힘없이 아래로 늘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벽 하나가 통째로 터져 나갔다. 흙먼지와 돌조각이 방 안까지 들이쳤다.

밖에서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보스다!” “씨발, 왜 살아 있어!”

권민혁의 고함이 이어졌다. 짧은 섬광.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무언가가 사람 몸을 벽에 처박는 둔탁한 충격음.

장반장의 목소리가 찢어지듯 들렸다.

“도윤아! 뛰어!”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관리실 입구를 가득 채운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건 지네를 닮은 괴물이었다. 전동차 두 칸을 이어붙인 것처럼 길고 검은 몸체. 마디마다 푸른 결정이 삐죽삐죽 돋아나 있었고, 벌어진 턱 안쪽에선 부서진 마석 가루 같은 푸른 빛이 번들거렸다.

놈이 꿈틀거릴 때마다 통로에 흩어져 있던 잔향들이 더 빠르게 그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이 자식이 잔향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시야 한복판에 푸른 글자가 떠올랐다.

[숨겨진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고유 자격 ‘회수자’를 확인합니다.] [사망자 : 한무진] [회수 가능한 유산 1건] [지금 회수하시겠습니까?]

나는 얼어붙었다.

상태창.

헌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각성은 게임처럼 친절하지 않다. 협회 측정기에 등급이 찍히고, 스킬 설명 한 줄 받으면 끝.

내 인생에서 눈앞에 창이 뜬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크르르르륵-”

결정식충의 머리가 관리실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놈의 입이 벌어졌다. 푸른 빛이 어둠 속에서 번쩍였다.

밖에선 권민혁의 검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내 발치에선 방금 죽은 노인의 손이 미동도 없이 식어가고 있었다.

창 아래에 떠 있는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예] [아니오]

아니오를 누르면 어떻게 되는지, 예를 누르면 뭘 잃는지,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살고 싶으면.

일단 주워야 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예]를 눌렀다.

[회수를 시작합니다.]

원하면 이 분위기로 2화도 바로 이어서 써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