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걱정되는게
내가 재수없게 20년이나 30년정도 더빨리 태어난게 아닐까 걱정됨
하필 재수없게 태평양 전쟁 일어나기 20년전에 태어난 일본 남자들처럼....
그때 태어난 남자들은 태평양 전쟁에 끌려가서 외딴 섬에서 악어한테 잡혀먹히거나
벌레나 동료 시체 먹다가 굶어 죽거나
폭탄 짊어지고 덴노헤이카 반자이 외치면서 미군 탱크밑에 들어가서 자폭할 운명이었는데
2,30년 뒤에만 태어났더라도 전후세대로 일본 경제성장 개꿀빨면서 초호화 인생 누릴 수 있었음.
어차피 니가 실제로 수정되고 태어난 그 순간이 아니면 너라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음. 너희 부모님이라는 특정 두 인물의 생식세포가 특정 순간에 만나야만 너라는 인간이 만들어지고 단 하루라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태어나는 건 그냥 별개의 인물이 됨
이게 맞는 말인 게, 만약 수정 순간 다른 정자가 난자랑 만났으면 쟤 말고 다른 남자나 여자가 태어났을지 모르지. 부모님이 같더라도.
만약 쟤네 어머님이 쟤 임신하기 일주일 전에 먼저 임신하셨더라면, 쟤 대신 쟤보다 생일 일주일쯤 빠른 다른 애가 태어나서 성장해왔고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 그 점은 우리 모두 다 마찬가지고.
그냥 운 좋게 딱 그 순간에 아버지의 특정한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만났기에 내가 태어날 수 있었고. 만약 다른 정자가 난자에 수정됐으면 나 말고 딴 놈이 대신 태어나서 살고 있었을 거임ㅋ
?
이해 못함? 원래 임신과 출산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이 되어야 진행되는 프로세스임. 정자는 보통 사정 후 3일에서 5일을 삶. 난자는 배란 후 48시산 정도. 그 사이에 만나야만 수정이 이루어지고 착상이 성공적으로 되어야만 임신과 출산까지 이어짐. 근데 만약에 부모님이 관계를 맺지 않고 정자를 휴지에 빼거나 콘돔에 빼면 그냥 그대로 죽는 거임.
만약에 아빠가 안 빼고 참을 수도 있음. 그럼 정자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아빠 몸에 재흡수됨. 그니까 10년 후에 부모님이 관계를 맺는다고 한들, 내가 태어날 수는 없는 일임. 아빠의 다른 정자가 엄마의 다른 난자와 만나서 나와는 전혀 다른 놈이 태어난다 이 말임. 내가 태어나고 3년 9개월 후에 내가 아닌 내 동생이 태어난 것처럼.
내가 태어나기 10개월 전 어머니의 나팔관 내에서 만나 수정될 예정이었던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를... 만약에 의료진이 수정 직전 정확히 선별해서 냉동 보관하다가 10년 뒤에 수정시켜서 어머니의 자궁에 착상시키고 임신까지 성공시킨다면? 그럼 그건 내가 될 수도 있음. 물론 그 경우 노산이라 기형을 가지게 될 확률이 더불어 높아짐.
근데 같은 정자와 난자가 시기만 달리 수정되었다 가정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은 그저 유전자가 아니기에. 먹어온 음식들, 읽어온 책들, 주위 환경과 경험들의 총합이기에. 결국 다르게 성장했을 듯.
요약) 아빠랑 엄마가 같더라도, 수정 당시 정자와 난자가 다르면 그건 내가 아님.
아 맞다. 같은 정자와 난자로 출발했어도 나와는 생김새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인격체가 생성되는 경우가 있으니, 그게 바로 일란성 쌍둥이지.
만약에 글쓴이가 태어나야 할 날짜에 안 태어났고 그로부터 10년 후 글쓴이의 부모가 아이를 하나 낳았더라면, 걔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지 결코 지금의 글쓴이는 아니며 될 수도 없다는 말임.
그냥 흙수저가 금수저 부러워 하는 느낌 아님? 왜 이렇게 깊게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