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신에 당신을 왜 뽑아야 하죠?


 “쓸모없어진”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이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잠시 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24년 여름으로 돌아가보자.

OO씨, 지금은 기본을 탄탄히 다져야 하니까,  한 줄씩 꼭 손으로 코드를 적어보셔야해요 !


코드를 세 시간 째 머리를 싸매며 적어내고 온 날,  

“지피티” 라는 게 코딩을 잘한다길래, 
처음으로 문제를 입력해보았다.

3초? 

아니, 2초? 

나의  세시간은 2초만에 사라졌다.



2026년 4월,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내가 경험했던 그 상실감과 무력감은 한명의 개인을 넘어 기업, 

시장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당신이 20년 동안 갈고닦은 기술을, 

이제 막 세상에 나온 프로그램이 3초 만에 해낸다. 

당신이 만든 웹사이트 , 당신이 디자인 했던 랜딩페이지,  

당신이 읽고 해석하던 X-ray 사진까지 모두.

처음엔 모두가 웃어넘긴다. (나도 그랬다)


“아직은 안돼~” 

“그래도 10년은 남았어”

“이걸 대체하면, 나머지 분야도 다 대체할걸?” 



“대체”

한번 저 단어 하나에만 집중해보자. 

AI는 도대체 당신의 “무엇”을 “대체”하는가?

AI는 당신의 “쓸모”를 대체할 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AI는 "쓸모" 라는 프레임을 드러낸다고 보는 것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이력서에 적혀 있던 문장들을 생각해보자.

"~을 20% 개선함." "~을 자동화함." "~에 기여함." 

그 어디에도 당신이 누구인지는 없었다. 

내가 한 "일"만 있었다.

나는 일자리였다. 나는 하나의 기능이었고, 

나는 채용공고의 요구사항에 자기 자신을 맞춰 넣은 문서였다.

그리고 지금, 그 문서가 복사 가능해진 것이다.



이건 상실이다. 분명히 상실이다. 상실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겠다.

당장 나조차도 월세를 내야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건 해방이기도 하다. 

당신이 쓸모 있어야 한다는 거짓말로부터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 번도 쓸모로 살아 있었던 적이 없다.

사랑은 쓸모가 없다. 

친구와 새벽 세 시까지 떠드는 것은 쓸모가 없다. 

비 오는 창문을 오래 바라보는 것은 쓸모가 없다.

그런데 때론 그것들이 나를 침대에서 일어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고, 그 기억들은 모두 나였고, 그것들은 당신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잠시 장자의 말을 빌려보자.



어느날, 장자에게 친구 혜시가 불평한 적이 있다.

우리집에 큰 나무가 하나 있는데, 나무라면 곧고 반듯해야지. 

그래야 기둥도 되고, 판자도 되고, 가구도 되지. 

그런데 이 나무는 줄기도 삐뚤고 가지도 꼬였어. 

그러니 아무 데도 못 써. 쓸모없는 나무야.


장자가 답한다.

자네는 왜 그 나무를 아무것도 없는 곳(無何有之鄕), 

아득히 넓은 들판에 심지 않는가. 

그 아래서 소요하고 그 그늘에서 누워 자면 될 것을. 

도끼에 잘리지 않으니 누구도 해치지 못할 것을. 

쓸모가 없다 하여 무엇이 괴로운가(無所可用 安所困苦哉).


“나무는 원래 인간의 도구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라는 것이다.

장자는 이 상태를 소요유(逍遙遊)라고 불렀다.

번역하기 어려운 말이다. 

방황이 아니다. 여행도 아니다. 

굳이 옮기자면 "한가로이 노닐기". 

목적 없이 움직이는 것. 

목적이 없어서, 비로소 움직임 그 자체가 되는 것.

그것은 대체가 아니다. 
그것은 긴 우회 끝의 귀환이다.

우리가 한 번도 되어본 적 없는, 쓸모에서 풀려난 존재로의 귀환.


우리는, 그리고 나는 늘 이런 질문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그게 돈이 되나?”
“어디에 써먹을 수 있나?”
“스펙이 되나?”
“생산성이 있나?”
“브랜딩에 도움이 되나?”

AI에 맞서 쓸모를 되찾으려는 싸움은, 장자의 나무를 다시 목재로 만들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다시 도끼 앞에 세우고는 외치는 것이다. 

“저는 쓸모 있는 목재입니다!”

저는 나이테도 많이 먹었고, 강성도 있고, 가지도 두껍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힘을 잃는 시대.

그 질문이 힘을 잃을 때 비로소 들을 수 있는 다른 질문이 있다.


"당신은 무엇을 하지 않고도 당신일 수 있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오래 앉아 있어야 할 것이다. 

대답이 잘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없어진다고 믿어왔으니까.

그런데 장자의 나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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