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자유의지의 개념 자체가 지극히 멍청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떠나서 그냥 그딴건 없는게 백배 천배 낫다고 생각함


'나'는 현재 기준 거시적으로는 결정론적인 존재고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고 체험하고 사고한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 '나'가 상황과 환경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결정을 내리는건데


오히려 자유의지 뭐시기가 존재해서 네 육신으로 네 뇌세포로 네 시냅스로 결정하여 판단하고 의지를 내는게 아니라


육신이랑 분리된, 나한테 실증적으로 원인이나 이유를 찾아낼 수 없는


나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가 나를 조종하고 내 선택을 뒤흔든다는 것 자체가 코스믹 호러처럼 느껴짐


나한테 물리법칙을 뛰어넘어서 신적인 판단이나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의지 따위가 없어도


나는 지금까지 내가 습득한 사전지식과 행동을 통해 일궈낸 사후학습으로 지속학습과 재귀개선을 실천하는 존재고


내가 앞으로 만들어낸 선택(토큰)들은 나의 존재를 바꾸는 새로운 학습 대상이 될거고


나와 나 외의 모든 존재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무수히 많은 선택들이 미래를 결정할텐데


내가 결정하지 못하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나의 것처럼 여겨지지만 나를 구성하는 모든 원자와 동떨어진 무언가가 있어서 그게 나의 최종적인 선택에 관여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함


전통적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존재론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무언가일듯


똑같은 양자로 이루어진 똑같은 내가 수천가지의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런 평행세계를 존재하게 하는 메커니즘이 있다면


나 대신 무한한 주사위를 던지는 어떤 새끼가 있다면


시발 그건 도대체 정체가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