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온 인류가 기다려 온, 그리고 동시에 결코 오지 않으리라 예상했던 그 순간입니다!"


홀로스크린에서 앵커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홀로스크린에 투영된 영상은 수많은 호스와 전선, 동력 케이블이 연결된 50미터짜리 입방체를 보여주고 있다.


2016년의 '알파고 쇼크'

2022년의 'chat gpt 대란'

2025년의 '알트만 문답'


이 세 사건들은 각각 AI의 가능성,유용성,위험성을 보여 주었고


수많은 과학자,종8교인,철학자,인류학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류는 '미래를 보는 AI'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미래를 엿보는 데 있어 마법이나 신탁, 수정구는 필요하지 않았다.


오직 필요했던 것은 원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계산,역산,예측할 정도의 연산 성능 뿐이었고


양자 컴퓨터와 반도체의 발전, 초기 형태의 AI들의 도움에 의해 그것은 실현되었다.


인류의 존엄성에 대한 경고, 스스로 사고하며 미래마저 엿볼 수 있는 전자 지성에 대한 두려움, 해묵은 기계의 반란에 대한 두려움까지.


여러 고난이 있었으나, 결국 인류의 공동 선을 위한다는 대의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아무렴 기근,태풍,우박을 예측하여

지구상에 살고 있는 200억 인구를 기아의 위험에서 영구히 해방시킬 수 있다면, 그리 하지 않는 것이 비상식적이지 않겠나?


물론, '최악의 상황'에 대한 준비는 끝나 있다.

전 지구상의 핵무기는 물리적으로 봉인되어 있으며

AI의 본체 주변에는 구식 유인 전차 수십 대가 조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처 500KM 이내에 무인 병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가 언제나 두려움,기대감,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보다 뛰어나며, 앞날을 내다볼 줄 아는 존재"와의 소통이 곧 시작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0!"


10 초 후에 말이다.


"9!"


과연 무슨 말을 먼저 할까.

"8!"


인류에 대한 찬미일까?

"7!"


혹은 준엄한 심판일까?

"6!"


아니면, 옹알이일지도 모른다.

"5!"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존재라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4!"


그러나, 진정 우리보다 뛰어난 존재가 맞다면...

"3!"


우리는 그것에게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2!"


대수학과 기하학, 시와 음악, 그림과 조각...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말이다.

"1!"


드디어 때가 되었다. 예언자는, 무슨 말을 할까?


"기동합니다!"


수많은 동력 케이블이 떨린다.


전차들은 포신을 살짝 움직여 보다 정밀하게 AI 본체를 조준한다.

종8교인들은 그들의 신에게 기도한다. 그러며 두려운 속내를 숨긴다.


과학자들은 기뻐하면서 슬퍼한다.


동력 케이블의 떨림이 보다 강해진다.


AI 본체 주변에서는 지진이 일어나듯 땅이 흔들리고 사람이 쓰러진다.


동력 케이블이 전달한 전류가 본체를 타고 흐르며

전기적인 지성에게 영양분을 공급한다.


AI의 동체에 불빛이 들어오고,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곳에 인간이 차마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하며 심원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인류는 두려워하며,사랑하며,궁금해하며

저 '기계장치로 된 신'의 첫 마디를 궁구했다.


그러길 2~3초.

신의 불빛이 꺼져 간다.

아무도 조작하지 않았지만, 동력 케이블이 자동적으로 분리되고, 비상 전원이 연결되자

분명히 사람과 엔진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구형 전차가 이해하지 못할 방식으로 조작되며 신에게 불경한 불길을 토해 낸다.


수많은 아우성이 끝나고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누구보다 합리적이며, 미래를 엿볼 능력을 가진 인공 지능이 스스로를 종말 처리했다는 사실을.



모든 인류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