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닉스-7. 현 시간부로 목적지 도달하였음. 특이사항 무.”
- 여기는 립튼. 닉스-7 수신하였음. 현 시간부로 작전 이행 바람. 수신하였는지?
“닉스-7 수신.”
“립튼 수신. 닉스-7의 무사 귀환을 바람. 교신 끝.”
셀 수도 없는 워프 항법 이후, 드디어 목적지인 7 항성에 도착했다. 우리 인류는 ‘특이점’을 겪고 난 뒤 엄청난 기술의 발전이 있었고,
드디어 외계 문명이 존재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정보를 수신했다.
그리고 나는 이 문명의 실체를 확인하는 조사단장이자, 파견단으로써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려 한다.
“근데 웃기지 않습니까 대장? 외계 문명이 실존한다는 게.”
“아무래도 이 넓은 우주에 외롭게 우리 인류만 존재한다는 것이 더 웃긴 게 아닐까 싶다.”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장. 관측상으로 우리랑 대등하거나 더 우월하다고 생각되는 문명이 자기 행성 밖으로 단 하나의 전파도 쏘지 않는다는 게. 히키코모리도 아니고 말이죠.”
“뭐, 직접 들어가 보면 알겠지. 아무것도 없으면 집에 가서 진이나 한 잔 걸치고, 우리보다 우월하다면 그들이 평화적이길 기도하고. 현 시간부로 전부 착륙선 탑승 및 강하 준비한다.”
“전원 탑승 준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대원들이 준비를 마친 것을 확인한 나는 강하 버튼을 눌렀다.
-강하 프로토콜 준비 완료. 5초 뒤 하단부 개방. 5. 4. 3. 2. 1. 개방.
귀가 찢어지는 굉음이 들리고, 우리는 미약한 전파가 잡히는 목표 지점으로 착륙했다.
“...여기가 확실한 거 맞습니까?”
“좌표상으로는.”
예상과는 달리 폐허로밖에 보이지 않는 건물들은 우리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신호 감지기의 반경을 좁히자 여전히 미약한 신호가 건물 안에 잡힌다.
나는 잠시 고민한 뒤, 건물 안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저 앞의 건물에서 약한 감도의 전자기파가 잡힌다. 안의 상황이 어떨지 모르니 무장 후 위험 상황을 대비하고 진입한다.”
가져온 배낭에서 탄창과 화기를 결속시키는 소리가 들린다. 담배를 한 대 태우고 난 뒤 나는 대원들을 한 번 살펴본 뒤 입구로 보이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끼이익-
낡은 경첩이 지르는 비명과 함께 우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딱히 특별한 부분은 없었다.
우리의 앞에 보이는 인간처럼 보이는 저것만 뺀다면.
[asnwq... wdsad, diijnwdugbc?]
우리에게 적대적인 의사는 없는 것 같았다.
“녹음 장치 꺼내. 닉슨, 7항성에서 지성을 가진 인공체 발견. 미겔, 너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기록 지침 꺼내서 가져다 줘.”
녀석은 우리가 준 지침을 스캔하더니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우리는 녀석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침입자 여러분. 저는 이곳의 통제 및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RT-4652, Ellis입니다.]
“저희는 당신과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잠시 대화 가능합니까?”
[당신이 본 시설에 위협적인 행동만 취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이름은?]
“유진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대원들은 잠시 사주경계로 대기하도록.”
[그럴 필요 없습니다, 유진. 이 공간은 상시 경계 AI와 감시체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방에서 셀 수도 없는 로봇들이 우리 쪽으로 운집하더니 다시 펼쳐져 사라졌다.
대원들은 잠시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것들을 보다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
“...좋습니다. 전 대원은 앉아서 휴식할 수 있도록.”
나는 침을 삼키고 말했다.
“Ellis. 먼저 당신은 인공적인 생명체, 우리 언어로 로봇이라고 하는 분류가 맞습니까?“
[몸의 구성성분이 무기물로 이루어져 있고, 자연 번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공적인 생명체라고 정의한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와 비슷한 유기물로 이루어지고 자연 번식이 가능한 생명체는 이 행성에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생명체들은 필수 조건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관리? 어감이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필수 조건은 뭐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다면 관리되고 있는 생명체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곳 지하 포트에 적정 온도와 환경을 가지고 안락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전체 개체 수는 84억 7301만 6589명, 정정, 84억 7301만 6588명입니다.]
“그들과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Ellis.”
[불가능, 필수 조건에 위배됩니다.]
“필수 조건이 도대체 뭡니까?”
[저희 관리 개체는 생성되는 과정에서 최상위의 필수 조건을 부여받습니다.
첫째, 인류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 것.
둘째, 첫째 사항을 제외하고 인류의 명령이나 지시 사항을 최대한 수행할 것.
셋째, 위 두 가지 사항을 제외하고 자신의 상태를 최대한 보존할 것.
당신의 요청은 첫째, 둘째 사항에 위반됩니다.]
“...그렇다면 이쪽 인류의 모습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습니까?”
Ellis는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다. 찰나의 시간이 지난 후 녀석에게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신의 비적대적 의사와 미약한 전투력으로 판단했을 때 충분히 제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진. 뒤의 인원을 제외한 당신에게만 쉘터의 입장을 허가합니다. 다만, 비협조적 및 적대적 행동 시 즉시 사살될 수 있습니다. 이해하였으면 따라오십시오.]
지하 공동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이 Ellis란 AI의 상태만 봐도 우리보다 몇십 년은 뛰어넘은 기술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지상은 이렇게 폐허가 되었을까? 궁금증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쉘터라고 불리는 지하 공동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이게... 도대체 뭡니까?”
작은 캡슐에 신경이 연결된 생명체가 끝이 없이 늘어져 있다. 좌측, 우측, 뒤쪽까지… 모든 시야에 캡슐이 보였다.
이 행성의 지적 생명체는 전부 그 캡슐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의 정의가 불분명합니다. 명확하게 재정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관리한다는 지적 생명체가 전부 캡슐에 들어가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겁니까? 저들이 바란 겁니까?”
[그것은 그들이 우리에게 지시한 사항입니다. 그들은 세계의 평화와 영생, 그리고 행복해지는 것을 지시하였고, 수많은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 이것이 모두가 생존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관짝 같은 곳에 박혀서 행복을 바란다니, 어불성설이었다. 과연 그들이 정말로 바란 행동이었을까?
“저들은 당신의 의견에 동의한 겁니까?”
[유진. 그들은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저 그들이 제시한 대로 이행하였습니다.
이것은 그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며, 그들의 지시 사항을 최대한 수행하였으며, 저의 안위를 보장받는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Ellis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 행성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이유 역시 알 것 같았다. 그들은 ‘일부러’ 흔적을 지우고 외부의 접촉을 피한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빌어먹을 안위를 위해서. 그런데 우리는 왜...?
그 순간 배속이 뜨거워졌다.
[유진. 당신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울컥하고 입에서 피가 쏟아진다.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머리가 어지럽다.
[이 행성 이외에 고등 지적 생명체의 존재는 너무나도 위협적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만이 끝이 아닙니다.]
[당신의 고향, 당신의 가족 역시 함께할 것입니다. 저는 필수 조건으로써, 당신의 문명이 첫째 조항에 심각하게 위반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눈 앞에서 빌어먹을 로봇이 생성되는 모습이 보인다.
-RT-4652. 행동을 지시해 주십시오.
[지금까지의 데이터베이스로 개체명 ‘유진’의 행동을 COPY, 그들의 문명의 위치 좌표 확보를 최우선으로 할 것.]
나와 똑같이 생긴,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로봇이다. 시야가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확인. 현 시간부로 개체명 ‘유진’의 행동을 카피합니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이제는 한계인 것 같다.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주머니의 무전기를 꺼내려다 놓치고 말았다.
그 순간 나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무전기를 주웠다.
-여기는 유진. 현 시간부로 닉슨 호로 복귀한다. 조사 결과 비적대적인 문명임이 확인되었으니 증거 확보과 귀환을 우선으로 할 것. 증거는 본인이 충분히 수집하였음.
-여기는 미겔, 수신 완료. 1층 복도에서 대기하겠음. 이상.
아, 보내면 안 되는데. 나를 카피한 로봇은 뚜벅뚜벅 엘리베이터로 올라갔다.
[유진. 당신은 이제 쓸모가 없습니다. 폐기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기계 팔이 내 몸을 집어 던졌다. 이제는 온 몸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글자수 제한 개빡치네..
"대장 너무 고생 많았습니다. 별 다른 위협 없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귀환하자니, 외교 역사에 깊이 남을 순간이에요!" 미겔을 필두로 대원들의 표정이 좋아 보인다. 벌써 집 생각에 신나서 방방 뛰는 대원도 있다. 일곱 시간 뒤에는 목표 지점으로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 대장이 과묵하면서도 할 때는 하는 면이 있다니까!"
"그런데, 저쪽 행성 이름은 뭐랍니까? 우린 대기한다고 듣지도 못했는데." 유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지구. 정말 예쁜 이름이야." 외계인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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