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영.혼이 존재하길 바라는 것일까?

인간의 고귀한 정신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정체성이 1.4㎏의 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육체가 소멸되면 정신도 함께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도덕적으로 살 필요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그 상실감을 감당할 능력도
없다.

죽어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마저 없다면 어찌 이 험한 세상을 버텨내란 말인가?

하지만 그것이 냉정한 지구의 법칙, 우주의 속성이라면
영.혼이라는 눈속임 없이 세상을 직시해야 한다.

육체가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때 내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존재마저도 소멸할 수 있음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을 때 후회 없이 사랑하는
존재로 거듭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우리는 정신이라는 위대한 속성을
탄생시킬 만큼 물질이 그 자체로 경이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물질은 정신이 위대한 만큼 더불어 위대하며,
이 우주는 물질을 통해 ‘정신이라는 물질’을 이해하는
토대를 비로소 만들어낸 것이다.

덧붙여, 우리 사회가 영.혼이라는 개념이 떠받치지 않고도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죽음 이후에 대한 불안감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통스런 숙명 아닌가? 종교라는 아편이 없다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하지만 증명되기 전까지는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
회의주의적인 태도,

그러나 존재할 수도 있다고 믿으면서 열심히 탐구하는
열린 태도,

이 두 가지 태도를 함께 가지고 있으면서 세상의 모든
존재하지 않은 것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본다.

존재하지 않은 것들에게 휘둘리기에 우리의 짧은 삶은
너무나도 소중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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