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괜히 친목문제 나올까봐 안올릴랬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그린거는 남한테 보여주고픈 욕망이 있고 또 완장이 알아서 판단해주리란 생각에 올림미다
대충 시스템을 설명해주자면 선생님이 아무거나 주제를 던져주면 그거가지고 (내 기억엔) 2시간? 4시간?동안 2페이지짜리 만화 그리는거
근데 종이가 우리가 아는 만화책보다 훨씬 크기때문에 컷 구성이 더 빽빽함
근데 이땐 내가 학원 가고나서 며칠도 안지난지라 시간제한 없이 우선 시간 맘껏 들여서 완성하는데 중점을 둔 작품
선생님이 글 길이 줄이라고 했는데 암만 생각해도 이 글의 흐름을 끊는게 싫었던지라
처음이라 잘 모르는 척 더 큰 종이 들고와서 공간 마음껏 쓰고 그렸던 기억이 남
주제: 지구상에 오직 여자만이 남게 되었다면
사실 이건 제대로 평가 못받아서 아쉬웠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음 아마 학원 들어가서 2번째로 그린걸텐데 다만 이 당시 베르세르크나 아키라의 영향을 짙게 받아 너무 극화체에 집착한게 아쉬움
sf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만의 매력에는 로망을 느끼던 때였고, 굳이 우주선이나 삐까번쩍 컴퓨터가 없어도 그런 특유의 감성을 염두에 두고 그렸음. 물론 이 갤에서는 인류가 거기까지 갔는데 왜 사람이 일함 이런 소리 할 수도 있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제발 자비롭게 넘어가주시길 바랩니다
이때는 미래과학에 관심이 있는 정도였고 딱히 특이점에 관심 가지지 않았을 때긴 했으나 기존의 사회적 가치나 의미보다는 실존적인 것을 더 옹호하는 메시지를 넣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나중에 그런걸 알게된건 필연적이었구나 하는 생각은 들음.
보너스로 몇개 더 가져온거는
주제: 돼지, 가볍다
학원에서 첫번째로 그린 만화
콘티 그려서 선생님 보여드렸을때 너무 좋아하셔서 얼떨떨했음
드물게 안배워도 이미 만화 그리는 법 아는 애들이 있는데 이러면 괜히 이론수업 들어봤자 혼란온다고 이론수업도 건너뛰었다 이말이야
사람 그림체는 어설픈 급조 데포르메로 썩 맘에들지 않는데 의외로 도야지가 맘에 들게 그려졌음
주제: 하늘을 날고싶은 오리의 좌충우돌 비행 성공기
실제 시험처럼 4시간 시간제한 두고 그린 첫 작품중 하나. 그때 아마 3개 연속으로 시험봤을거임 내 기억엔... 아닐 수도 있고
이건 그중 두번째인가 그렇게 기억하는데, 선생님이 유달리 칭찬해주셨음
그 칭찬 내역은 아직도 생생함
이정도 작품은 최근 1년 내에 본 적이 없다, 이건 A급도 아니고 S급이다
비행장면은 어디서 따온거냐고 하셔서 아니랬더니 꼭 진짜 영화에서 따온 것 같다고 하셨고
연출능력도 나도 처음듣는 말을 다 설명해주시면서 어쨌든 난 진짜 그렇게 기대한 만화가 아녔는데 예상치 못한 성화였음
평가시간에 다른 학생들 다 옆에 있는데 그런 말 해주신거라 괜히 띄워주는 말도 아닌 것 같고
어쨌든 그날 기분이 너무 들떠서 밤에 잠도 못자고 말똥말똥했던 기억이 남
주제: 토끼와 거북이가 철인 3종 경기로 재대결을 한다
위 만화 바로 다음에 콘티로 짧게 시험본 작품. 즉 세번째 시험작.
이건 과연 이런 분위기로 좋은건지 두근댔었기에 선생님 반응이 더 좋았던게 더 의문이었음
오히려 만화를 배우지 않았기에 짤 수 있는 스토리라면서, 실제로 웃겨서 뿜었다고 하심
예상치 못한 주제를 내세워서 진짜 자전거를 어떻게 탈지 궁금하게 만들고, 토끼의 예상치 못한 해결방법으로 놀라움을 주며 궁금증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마지막까지 예상치 못한 전개를 내서 좋은 끝맺음을 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주심
이후 나는 아키라와 결별하고 고우영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거치면서 (덤으로 가문 대대로 관절이 약한 유리손목이었기에)
선 굵고 간단하며 즉흥적인 동양화 스타일로 진로를 틀게 됨
개인적으로는 옛날보다 지금이 훨씬 좋은데 객관적으로는 어떨지 잘 모르겠음
이미 자기자랑으로 뇌절을 친 김에 하나만 더 말하자면, 내가 처음 학교 때려치고 대충 검고 봐서 1년 일찍 갔을때 나랑 상담하신 학원 선생님이 계셨음. (다른 학원은 늦었다고 상담도 안받아줌, 안늦었지롱 메롱)
엄마도 나도 진짜 이쪽 입시에 대해 아는거 하나도 없고, 둘 다 그렇다보니 뭐 말도 제대로 못하고, 게다가 엄마는 청강대가 뵈기에는 전문대라서 가기 쉬운줄 알고 거기 가면 좋겠다고도 하셨는데 그때 되게 한숨쉬고싶은 표정이셨음. 난 심지어 철학과 간다고 논술전형으로 수시 쳐놓고선(이건 떨어지긴 했으나 변명의 여지 있음. 두달 공부해놓고 논술학원에서 칭찬 많이받고 인서울 예비번호 받았으면 딜교 나름 나쁘지 않았다) 긴급사태로 만화쪽 온거라 진짜 내가 봐도 졸라 한심한 상황이긴 했음.
그 선생님이 나 받아준것도 아마 적당히 일본유학이나 보낼라고 그랬을거임
근데 내가 그렸던 만화 지나가다가 보고 놀라시더니,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입시 전날이 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학원 떠나는 날 보고 그분이 해주신 말이 있음.
"넌 진짜 만화를 그릴 운명이었나보다."
내 인생에서 들은 말 중에 제일 기쁜 말 중 하나였다고 확신함.
오리 스토리 뭔가 감동적이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띵작이네 토이스토리 우디들고 나는 버즈 생각남ㅋ 개추
이게 재능인가 - dc App
우와..
고수
당신은 특갤의 보배입니다.. 제발 떠나지 말아주시오..
그럼 그림 공부 시작한지 1년정도만에 저정도 만화 그리게된거임?ㄷㄷ 굉장하네
그림 공부는 예전부터 혼자 낙서 엄청 해대서 그정도는 아닌데, 스토리나 만화연출에 대해서는 이전에 전혀 배우거나 생각했던 바가 아니라서 그 부분만은 진짜임 내 입으로 말하기 낮부끄럽지만, 니체의 힘을 빌어 자신있게 말하자면 타고났다고 생각함.
존나 잘그렷네
진짜 오리 개지리네;; S급 만화작가 ㄷㄷ
존잼
네이버도전 같은 데에도 올린 적 있음? 네가 그린 장편도 있으면 보고 싶은데
약간 무협만화같은거 그리면 좋겠다 ㅋㅋ 요즘 카카페에 무협 원작 만화로 바꾸는거 많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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