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사실이 아닌 허구이며, 불쾌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무거운 공기와 쿰쿰한 곰팡내가 나는 동굴 속에서 남자는 정신을 차렸다.

시큰하게 아려오는 두통과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남자에게 보인 것은 작은 단검 하나와 횃불,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암흑이었다.



‘아, 가상현실 게임 중이었나?’



분명 그랬을 것이다, 남자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내 남자는 수 없이 많은 가상현실 게임팩 중 네트워크에서 불법 다운으로 받은 하드코어 동굴 탐험게임을 실행했던 것을 기억했다.



“아 씹. 패치 버전이라 그런지 감도 제한도 없고, 더럽게 잘 만들었네.”



눈앞에 보이는 말라 비틀어진 해골과 스산한 분위기에 남자는 묘한 불쾌함을 느꼈다.

더럽게 잘 만든 게임이고 그렇기에 더욱 하고 싶지 않은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남자는 게임을 그만두기로 했다.



- BMI 연결 불안정으로 로그아웃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실행해주세요.



“뭐…? 로그아웃.”



- BMI 연결 불안정으로 로그아웃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실행해주세요.



“뭔 개소리야 이게. 지금까지 이런 적 없었는데…?”



그렇게 로그아웃을 실행하기를 몇 분, 남자는 이내 모종의 이유로 로그아웃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으려나, 물방울이 겹겹이 떨어지는 종유석 사이로 남자는 침을 퉤 뱉었다.

그 순간 남자는 종유석 뒤로 무언가 검은 인영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손에 쥐고 있던 횃불을 든 순간….














“이런 씨발…. 뭐야!”



괴물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남자는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자신의 허리춤에 챙겨두었던 작은 단검으로 녀석과 싸우는 것, 두 번째는….



- 캬악!



행동은 생각보다 신속했다.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미친 듯이 소리쳤다.



“로그아웃!”



- BMI 연결 불안정으로 로그아웃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실행해주세요.



“로그아웃!”



- BMI 연결 불안정으로 로그아웃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실행해주세요.



“이런 씨발, 외부 통화 연결! 112든 어디든 씨발!”



- 외부 연락처 검색…, 총 126건의 연락처를 확인하였습니다. 원하시는 연락처를 선택해 주세요.



괴물은 지치지도 않는지 남자를 끝없이 추격했다. 남자는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르는 것을 참으며 외쳤다.



“엄마한테 연결해, 지금 당장!”



- 통화 연결 중입니다….



안타깝게도 남자는 괴물보다 달리기가 빠르지 못했다. 놈이 남자의 어깨를 잡아 물어뜯었다. 이내 붉은 피가 솟구쳤다.



“아아악!”



두려움이 남자를 엄습했다. 뜨거운 피와 느껴지는 서늘한 고통에, 남자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그래도 얌전히 물어뜯길 수는 없었다.



“이런 개같은 년이!”



남자는 있는 힘을 다해서 힘껏 녀석을 발로 찼다. 괴물은 피 맛을 본 듯 더욱 발광했다.



- 키에엑!



남자는 돌진하는 괴물을 향해서 단검을 내질렀다. 물론, 별 성과는 없었다. 이번에는 자신에게 돌진하는 괴물에게 왼쪽 팔목을 헌납했다.



“아아아악!”



- 왜 자꾸 전화하는 거야? 그리고 아까부터 왜 이리 소리를 질러?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살이 씹히는 고통에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든 괴물을 떼어내려 애썼지만, 괴물은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물고 더욱 남자의 팔을 씹어댔다.



“엄마, 살려줘! 제발!”



남자는 괴물을 떼어내기 위해 있는 힘껏 뒹굴었다. 운이 좋게도 놈을 떼어낼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는 괴물을 두고 구덩이에 빠져 더욱 깊은 동굴 속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몇 초를 허공에 떠 있다가 남자는 바닥에 도달할 수 있었다.








퍼억.


뼈마디가 비명을 질렀다. 팔과 어깨가 욱신거렸다. 자신에 몸에서 비릿하게 느껴지는 혈향과 끔찍하게 아픈 고통 속에서 남자는 소리쳤다.



“엄마, 도와줘…. 게임을 못 끝내겠어….”



- 얘는 아까도 계속 그러더니 엄마한테 장난치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게 무슨 소리야….”



- 너 지금 전화해서 똑같은 얘기를 몇 번째 하는 거야! 엄마 진짜 화났어. 다시는 전화 하지마.



“내가…, 언제… 전화했어?”



- 지금 똑같은 내용으로 벌써 세 번째잖아! 이놈의 자식, 엄마 출장 끝나고 돌아오면 게임 구동기 그거 팔아버리든가 해야지. 참나, 끊어!



아프다. 왼쪽 팔목이, 오른쪽 어깨가, 온몸의 뼈마디 하나하나와 세포 하나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남자는 이제는 애원하듯 중얼거렸다.



“로그아웃….”



- 로그아웃은 게임 클리어 이후 가능합니다.



“…뭐?”



- 게임을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남자는 홀린 듯 안내 UI를 바라보았다. 이럴 수는 없었다.

로그아웃은 운영체제에서 사용자 권한이 필요한 최상위 데이터베이스인데 어떻게 게임이 통제를 하는 거지?

남자는 이윽고 자신이 불법 패치 버전을 받았다는 것을 상기했다.



“이런 미친 게임….”



- 게임을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무미건조한 안내음이 마치 남자를 비웃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남자는 공포감을 느꼈다.

그런 남자에게는 시스템에게 애원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다시 할게, 다시 한다고…. 게임 클리어 한다고!”



- 게임을 재시작하기에 현재 사용자의 체력이 너무 높습니다.



“무슨 개 소리야. 다시 한다고 게임….”



- 게임을 재시작하려면 사용자의 체력이 더 낮아야 합니다. < 사용자의 체력 수치 : 26/100 >



체력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명확했다. 남자의 체력, 즉, 피를 얘기하는 것이다. 남자는 아연실색했다.



“미쳤어, 너 지금? 심지어 통각 제한도 없잖아, 이 빌어먹을 게임은!”



- 기본 소지 아이템을 활용하십시오. 게임을 재시작하려면 사용자의 체력이 더 낮아야 합니다.



남자가 끝내 붙들었던, 떨어지면서도 놓지 않았던 작은 단검의 서늘한 촉감이 느껴졌다.



“미친…. 너는 진짜…, 미친 게임이야.”



- 게임을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남자는 끝없는 어둠과 고통 속에서 오열했다. 어둠이 남자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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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공기와 쿰쿰한 곰팡내가 나는 동굴 속에서 남자는 정신을 차렸다.

시큰하게 아려오는 두통과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남자에게 보인 것은 작은 단검 하나와 횃불,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암흑이었다.



“아 씹. 패치 버전이라 그런지 감도 제한도 없고, 더럽게 잘 만들었네.”



적막한 어둠 사이로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찰랑거렸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