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쳐가 또 기사를 메인에 걸었고 특갤은 다시 한번 씹창이 났다.


알바는 3일마다 한번씩 실베에 고로시를 보내고 긍정적인 소식이라고는 없으니 당연한 듯 싶지만,


나는 항상 그랬듯이 해야할 말은 하고 싶으므로, 그리고 과학은 잘 몰라도 과학철학에 대해서는 습자지만한 풍문은 들었으므로,


이 칼럼을 적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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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기사가 났다. 이제 LK-99는 네이쳐를 읽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선 완전히 끝장난 모양이다.


과학자들과 과학에 관련된 기사들이 평소에 얼마나 워딩을 신중하게 하는지 고려한다면 이는 (누군가가 좋아하듯)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는, 결정타이자 치명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LK-99의 사형이 선고되었고 과학자들은 파티를 벌인다. 소위 석학들이 얼마나 관련 잡지들에 이 이야기를 쏟아내는지 고려한다면, 내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시하듯 인터뷰를 하는 버너빅, 쉬지 않고 트위터를 가동하는 다스 사르마... 여기에 자주 출몰하시는 그 분까지. 물리학자들은 파티라도 벌일 기세다.


나는 여기서 하나 떠오른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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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의 6인 가운데 물리학자는 김현탁 교수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나마도 그는 이단아다.)


학계의 마당발이라는 오근호 교수는 신소재공학에, 권영완 교수도 화학과 출신에, 이석배와 김지훈 박사 또한 화학과 출신이다.


최동식 교수마저 화학과를 나왔다. 나는 이걸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린다.


과학자들 사이에 안면이라는 것은 어떻게 작용할까?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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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쳐에 재현 불가능한 상온'고압'초전도체 논문을 올렸다가 무려 논문 철회를 먹은 교수가 있다.


(그의 샘플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재현 시도는 모두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한국의 어느 연구팀처럼 단두대에 올라 처형 쇼의 희생자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샘플을 재현한 연구팀들의 논문들은, '질소를 더 넣어야 했던 게 아닐까?' 라며 종결하거나,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끝낼 뿐이다.


박사학위 논문의 연구부정 의혹에 게재 철회까지 맞은 사람에 대해서 왜 버너빅이나 다스 사르마는 저렇게 반응하지 않는 걸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안면'은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학회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있거나, 어쩌다 학회에서 만나서 악수라도 몇 번 했거나, 아니면 인간으로서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그만큼 신중하고 충분한 근거롤 내놓는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기대하는 과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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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LK-99의 누구도 물리학계에 안면이 없다. 가공인간 설까지 떠도는 와중이다.


김현탁 교수는 (최근 반응만 보면) 한국 학계에서 거의 매장당한 수준이며, 미국이라고 인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김지훈 박사는 산업쪽에서는 인맥이 있더라도 학계에서는 전혀 아닐 것이다. 돌만 구운 이석배 대표나 신소재공학의 오근호 교수는 말할 것도 없다.


LK-99에는 이런 브레이크들이 작동하지 않는다. 여기서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생겼다.


Fast Science는 누가 하고 있을까? 아카이브에 논문을 올렸더니 웬 트위터 렉카가 멋대로 퍼가서 지금에 이른 LK-99 연구팀일까?


아니면 6개월 걸린다는 검증을 3주만에 끝내놓고 신나서 잡지 인터뷰 하러 다니는 '석학' 들일까?


방금 막 이뤄진 LK-99의 사형선고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상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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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난대 발췌)


황화구리가 거의 없는 샘플의 250K 상전이가 학계에서 깔끔하게 묵살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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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논문의 110K에서 검측된 저항 0이라는 데이터를 측정오류라고 주장하던 다스 사르마 교수의 트위터 타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참고로 그는 이 논문을 리트윗하는 사람들을 차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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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플랑크 발췌)


완전히 새롭고 '황화구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린 수상쩍은 레시피가 이른바 '치명타'로 작용하거나,


XRD값만 가지고 내놓은 결정 구조를 가져다가 LK-99를 완전하게 복제했다고 주장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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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대 발췌)

구리-납-황을 구워서 자기 모먼트를 재정렬 할 수 있다는, 물리학에 전례가 없는 주장을 별 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거나 하는 것이 그것이다.


LK-99의 선고에 사용된 증거들은 내가 과학철학에서 배운 '과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물론 나는 그들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그렇게 판단할만한 합당한 근거도 있었다고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LK-99의 가능성을 완전히 봉쇄했다기에는 어딘가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 있는 건 사실인 것이다.


우린 아직 퀀텀의 시편조차 보지 못했다. 시편의 외부 검증은 기회조차 받지 못했으며, 리비전된 논문의 논리는 아직 나오기도 전이다. 논문의 리비전 전후가 얼마나 다른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웹-전공자들이 좋아하는 말을 인용하겠다. 당신은 논문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도 사태 초기 학계의 전문가들이 '검증에는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어찌 된 모양인지 미스터리는 3주만에 풀렸고 네이쳐는 과학 탐정 놀이에 심취해 축포를 터트리고 있다.


이게 정말 Fast Science가 아닐까?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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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칼럼 도중에 얘기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LK-99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발언한 일부 석학이나, 익명의 전공자들의 행태에는 굉장히 흥미로운 것이 있다.


그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LK-99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폄훼해왔으며, 일부는 연구팀에 대한 직-간접적인 모욕이나 의혹 제기도 서슴치 않아 왔다.


마치 부끄러운 것을 들킨 사람처럼 말이다.


학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변명하고, 별 이력도 없는 연구팀이 갑자기 급발진한 것이라고 하고, 작은 논문이 하나 올라올 때마다 생중계를 달리면서 자극적이고 교묘한 워딩으로 특정한 결론을 유도한다.


리비전 중인 논문에 사용된 시편을 당당하게 요구하며 도를 넘은 비난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들이 연구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었으니 그들의 책임이다' '논문을 그 퀄리티로 썼으니 욕 먹는게 마땅하다'고 대답한다.


그들 중 얼마나 랑가 디아스에게 LK-99 연구진만큼의 욕을 퍼부었을까?


나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공감성 수치를 느끼는 사람들의 행동과 기묘하게도 닮아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