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내가) 2023년 3월에 퀀텀연구소 IR을 받은 VC라면..

난 직업상 스타트업을 만나면
얼마짜리 회사일지 판단하고 괜찮으면 투자하는 일을 해.
지금 식주충들은 퀀연에 직접 투자는 못하고 둘러 둘러만 할 수 있잖아?
당연하지 퀀연은 비상장이니까.

참고로 비상장사가 지분투자받는건 좋은 자금 조달 수단이야.
본인/가족/친구 돈, 대출(담보 등), 국책과제 수행 등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지분투자가 젤 합리적인거야.
가장 냉정한 돈이 가장 성공확률 낮은 스타트업에 담보/애정 등 없이
들어간단건 대체로 서로간에 뭔 가를 보고 가능성을 인정했단 의미니까.

비상장인 퀀연에 직접 투자할 기회가 있었다고 상상해 보자.
그것도 지난 3월쯤에.

[1단계]
일단 퀀연의 현재 기업가치가 얼마인지 확인해 보겠지?
지금부터 공개된 자료들을 기준으로 추정해 본다.

(투자 히스토리 정리)
1. 앨엔스는 2017년 이전에 5억을 내고, 퀀연 지분 16.67% 지분 취득
   --> 2017년말 퀀연 기업가치 30억원
2. 퀀연은 2020년에 신주 발행, 신규 주주는 미확인
   --> 2020년말 퀀연 기업가치 33억원
3. 퀀연은 2022년에 신주 발행, 신규 주주는 미확인
   --> 2022년말 퀀연 기업가치 50억원
4. 결론 : 최근 6년간 퀀연의 기업가치는 60% 올랐으니,
대충봐서 연간 10% 정도 오르는구나 생각했겠지.

퀀연의 주주명부는 못구해서 주주구성은 모르겠지만,
기업가치는 2022년말 기준 50억원이 맞아.

일단 그 시점에서 내가 퀀연에 대한 투자 호감이 생겼다고 가정하고,..

[2단계]
난 속으로 이 기업은 최소 50억, 최대 100억원 정도에서 사야겠다... 했겠지.
물론 55~60억 정도 사이에서 합의보고, 대강 3억 정도 투자하고, 지분율 5% 확보...
이러면 다른 주주들도 동의할 수준은 될 거 같고.
근데 오해하지마. VC 입장에서는 당시에 살 수 있는 가장 싼 가격을 보는거니까,
기업가치 60억에 3억을 투자한단건, 몇 년 지나면 3천억원 이상짜리 회사가 될 거란 확신을 했단 뜻이야.
물론 이 딜에 대해 석배햄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겠지.
근데 내 입장에서 더 중요한건 LK-99라는 제품에 대해서
비즈니스적 의미는 알겠는데,
기술적으로 뭔지 모르겠단거겠지.

[3단계]
그래서 이 분야 상장사들(PEER)의 PER, PBR 등을 찾아봤을거야.
아... 이거 봐도 봐도 잘 모르겠어...
내가 소재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해 본 적 없거든.
근데 어차피 맘속에 정해 둔 딜 금액이 있으니까
이건 일단 패스...

[4단계]
난 투자해 봤던 영역들과 비교해 볼거야.

참고로 스타트업 대표들은 자기가 필요한걸 만드는 경향이 있어
예를들어 바이오투자는 진짜 실버산업이야.
신약을 만드는 사람도 실버(생공/의대 교수 등)고, 약을 쓰는 사람도 주로 실버지.
근데 ICT쪽, 특히 AI 관련 스타트업의 대표들은
다들 나보다 훨 젊어. 만드는 사람도 young이고, 주로 쓰는 사람도 young이니까.

아마 소재분야(특히 초전도체 같은)는
만드는 사람은 실버인데, 쓰는 사람은 young일거란말야.
물리학/재료공학 실버... 교수 등 투자없어도 살 수 있는 직업이 대부분...
투자 받아 자기 분야 사업을 해보겠단 risk를 걸어본 적이 없는,
쉽게 말해 이 바닥에서 보면 초짜, 꼰대일 확률이 크단거지.
근데 석배햄은 좀 달랐던거야.

바이오 분야는 초전도체에 비하면 투자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투자받는 스타트업이나
투자하는 VC들의 쪽수가 많으니까,
기회도 좀 있고, 서로 만나본 경험도 있고해서
초전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IR이 쉬울거야.

근데 석배햄은 투자받기 되게 어려웠을거야.
일단 VC 입장에서 “호감”보다는 “낯설음”이고,
“잘 몰라도 돈 된다고 하니 이해해보기 위해 노력함”보다는 “잘 몰라서 아 몰랑”이니까
졸라 힘들었을거야.
나같은 투자자를 만나는게 쉬운거 아니거든.
(학부 때 물리학했고, 바이오/ICT 분야 투심역해)

근데 나도 이 기술에 대해 실제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주변 변리사들에게 특허 분석과 기술적 가능성 분석을 받아봤을거고,
변리사들은 포텐셜 만빵이라고 대답해서 나를 설레게 했을거 같애.

또 8,000번이나 구워봤으니까,
데이터가 좀 많겠어? 그래프가 좀 많겠어?
지금 세계 최고 석학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 데이터를 봐도
헷갈려하는데 누가 그걸 알아보겠어?
누구라도 그 시점에선 데이터 양이 많단거에 설렐거야.

또, 바이오분야 투자해 본 VC라면
20년간 나름 정리된 초전도체 실험노트를 통해 성실함을 볼 거고,
LK-99라는 이름에서 어떤 기시감이나 가능성을 느꼈을 거야.

난 석배햄과 IR 끝나고 식사하면서 여러 가지 얘길 물어볼건데,
이런 생각 때문에 물어볼거 같애.

바이오 스타트업의 제품은 소위 “파이프라인”이라고 불러.
아직 약이 되기 전에 lab에서 부르는 이름.

참고로 몇 년전에 좀 일이 있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예를 들어볼게.
SB15(안과질환 치료제), SB16(갑상선 치료제), SB17(면역치료제)..
명칭이 이런 식이야.
삼성바이오로직스15 = SB15 뭐 이런 뜻이란 거지.
숫자는 연도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네이밍하는 순서야.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이 신약 승인전까진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여.

내 생각엔 퀀연도 20년간 수많은 파이프라인이 있었을거 같애.
lab 수준에서... LK-99(만능 초전도체), LK-100(마이스너 전용), LK-101(R=0 전용) 등등
이름은 붙이기 나름이니까. 비슷한 원료 물질, 각기 다른 효능, 여러 가지 마케팅 가능성...
그래서 파이프라인으로 여러 제품 정리해 가면서 투자를 유치해 오지 않았을까?

근데 왜 여긴 바이오분야처럼 회사명을 안쓰고 사람이름을 썼을까?
그니까, QEL99(퀀텀에너지연구소 99)라고 안하고,
LK99(이씨, 김씨 99)라고 했냐는거지.
이건 아마 물리, 화학, 소재 등 분야 특징일까 싶기도 하고.
이 분야는 원래 사람이름을 쓰잖아. 마이스너 효과만해도 그렇고.

내가 석배햄에게 할 질문의 핵심은 이거야.
“이 대표님. IR을 보면 예전엔 파이프라인이 여러개였을거 같은데, LK99로만 IR한 이유는 혹시 기술적 이유인가요, 아님 마케팅 이유인가요?”

다른건 다 떠나서 LK-99 명칭은 마케팅과 개발 비용 관리에는 좋았을거야.
왜냐면 만능약을 만들어서 비슷비슷한 약효를 한방에 넣으면 비용절감 좋잖아.
근데 이걸 무슨 만능약이라고 설명해야 할지 어려웠을거 같애.
약효를 초전도체라고 밖엔 부를 수 없다는 결론이났겠지.

어차피 어떻게 마케팅할지, 언제 누구한테 팔릴지 막막했을텐데
버티려면 원가라도 싸져야지.
그걸 니가 어떻게 아냐고?
아래 표를 봐. 앨앤에스벤처가 2021년에 낸 감사보고서 내용 중 일부야.
(근데 표가 안붙음. 전자공시시스템에 다 있음)
아, 난 이 표를 사용해서, 퀀연을 더 싸게 사려고 노력했을거야.
“이대표님. 퀀연은 포텐셜이 큰건 알겠지만 아직 시장성 없는 식주이잖아요. 내가 투자하 것도 내부 승인받기 쉬운거 아니예요. 투자할테니 마케팅 문제를 해결해 봅시다”




누가 봐도 당시 퀀연이 시장성이 있어 보일 리가 없고
그니까 마케팅 전략이 막막했을거란 말야.

그럼 퀀연은 IR 자료에서 마케팅 계획을 어떻게 짰을까?
아마 삼성 등 대기업에 기술 라이센싱아웃하는게 가장 큰 전략이었을거고, 초전도체 조금씩 시제품 생산해서 여기저기 알리다가, 타이밍 되면 특허료받는거 정도...
더 큰 시장성을 말해도 난 믿지 않는 척 했을거야. 왜냐면 그 시점에서 싸게 사야하니까.

만약 퀀연이 공장 세워서 직접 초전도체 생산하겠다고 했으면
투자자 입장으로 말렸을거야.
왜냐면 연구소와 공장은 완전 다른 비즈니스 영역이라서
R&D 잘하는 회사가, 공장 운영 잘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거든.
가뜩이나 없는 자금에 R&D까지 망칠지도 몰라.

그래서 2023년 3월에 퀀연을 만난 나는
5년 후쯤 기술 라이센싱아웃해서 IPO나 L/O 할 거 같은
포텐셜있는 스타트업에 3억쯤 투자해서, 지분 5% 받고,
당분간 기다려야지 했을거고,
한편으로 대기업 찾아다니면서
LK99를 팔러 다니고 있었겠지... 쉽진 않겠지만.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서...
그러다가 지금 사태가 터진거야.
퀀연이 의도한거 같진 않은데, 의도할 능력도 없는거 아는데,
뜻밖의 대박 마케팅 효과.

당연히 투자자로서 대단히 기뻤을거야.
지금 당장 기술이 진짜네, 가짜네 하는거 의미없어.
왜냐면 난 이미 3월달에 그 고민했고,
투자 3억 했고,
비록 이런 일이 생길줄은 몰랐지만,
막연히 기다리는거보다는, 빨리 널리 알려지는게 좋은거니까.

당초 만능약인 초전도체 LK-99라고 소개 되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게 문제긴 할거야.
만능약효가 안나오고, 한두개 약효만 나오면 가짜약 취급하니까.

근데 내가 잘 몰랐던건 이 바닥(소재, 초전도체 등)이,
자본주의에 익숙지 않은, 평생 risk라곤 걸어본 적 없는
안정적인 삶을 사는 꼰대들이 진짜를 가짜만들고, 가짜를 진짜로 만들 수
있단거였어...

근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게 어렵겠어,
아님 만들어도 널리 알려지지 않는게 더 어렵겠어?

참고로 이건 내가 퀀연의 기술을 100% 성공 믿는단 뜻 아니야.
바이오 투자할때도 전임상(동물시험) 이전에 투자 들어가기도 하는데,
FDA 승인받아서 신약이 될 가능성은 1%도 안되는거 알고 들어가는거야.
신약승인 받아도 글로벌 베스트셀러 신약이 되는건,
거기서 또 1% 언더야.

투자해서 제품화 되면 대박이고,
안되면 원천기술이 있으니까 다른 거 좀 만들거나,
혹은 널리 알려졌다면,
후속투자 받기 훨 나아.

믿기 어려울 정도의 포텐셜이 있는데,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고,
졸라 성실한데 아직 정리가 덜 된거란건만 확신되면,
난 언제든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용의가 있어.

이건 국뽕아니고,
종교도 아니고,
초전도체 이외 다른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합리적인 성장 방식이야.

물론 퀀연 이외의 상장 식주에 투자하는건 난 몰라.
그건 나알빠아냐.

아... 지금이라도 퀀연에 직접 투자할 기회가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