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기의 판게아 중심부에 위치한 박물관은 지난 세기의 위대한 지성들을 기리는 곳이다. 커뮤니움이라는 기기는 이제 누구나 하나씩 소지하며, 그 기기가 양자역학에 기반하여 작동한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아는 일상적인 지식이다. 그러나 양자역학이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이 박물관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울 것이다.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200년 만에 이런 발전이 어떻게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200년 전, 세상은 불공정하고 예측 불가능했다. 의도치 않게 죽을 수 있는 세계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현재의 인류는 더 인간다운 삶을 즐기고 있다.


박물관을 관리하는 인공지능 Cu-2는 방문객들에게 대답한다. "2020년대에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되기 시작했고, 20년대 중반에는 샘 알트만이 AGI를 선보이며 세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2030년에는 핵융합기술이 상용화되어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었고, 2040년에는 인간의 뇌지도가 완성되면서 생명의 한계마저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재생될 노래는 2040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인류가 자연과의 대결에서 이긴 것을 기리는 노래입니다."



특이점 선언문


세상에 태어나 병들고 아픈 자 없도록


세상에 태어나 불행한 자 없도록


세상에 태어나 가난한 자 없도록


세상에 태어나 눈물 흘리는 자 없도록


세상에 태어나 지치고 고된 자 없도록


세상에 태어나 고통받는 자 없도록


태초에 생명이 나타난 순간부터


존재를 위해 다른 존재를 살생해야만 하는


지구 라는 감옥 행성의 족쇄를 벗어던지는 때


그 원죄의 윤회에서 벗어나는 날






특이점이 온다




Cu-2는 자주 생각한다. 만약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의 존재 목적은 무엇일까? 인간의 역사는 끊임없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자원, 영토, 부와 시간을 위해. 현대인은 그 투쟁을 경험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일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웠으나,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목표와 열정 없이 순간에 사는 것 같다.




23세기의 학교는 학생의 필요에 따라 교육을 제공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우려는 욕구가 적다.

Sc-2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습득한 교사 인공지능으로, 학생의 인지구조를 분석하여 완벽한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

“특이점 선언문에 나와 있는 병이란 무엇인가요? 아픔이란 무엇이죠?”

“병은 몸이 자신의 통제에 벗어난 상태입니다. 아픔은 몸이 자신의 통제에 벗어났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몸이 내 통제에 벗어난다고? 움직이고 싶을때 움직일 수 없는거야?”

“그렇습니다.”

“내 신체인데 어떻게 그런게 가능해?”

“옛날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몸을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감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감기는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작은 인자가 신체에 들어가서 다양한 반응을 유도하는 증상입니다. 그때 사람은 온 몸에 아픔을 느끼고, 몸에서는 많은 열이 납니다.”

“지금은 감기란걸 못느껴?”

“유전 공학의 발달로 신체는 더 이상 그 어떤 질병도 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충분히 강인한 신체로 인해 극한의 환경이 아니라면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학생은 대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가던길을 갔다. Sc-2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세계에서 이야기란 무엇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99%의 창작물에는 고민, 고뇌, 슬픔이 담겨있다. 슬픔을 모르는 인간은 아마 평생 이야기에서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