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처음 특이점 커뮤(예전 커뮤 말하는 거임)에 왔을 때의 떡밥은 굉장히 다채로웠고 다들 나름의 철학이 있었음


영생, 자율주행차, 3D프린터, 3차원 분자연산, 완몰가, 유전자 가위, 나노봇, 마인드 업로딩, 트랜스휴먼, 하이퍼루프 등등


지금보다 떡밥이 훨씬 다양했던 걸로 기억함. 왜냐면 그때는 지금처럼 '특이점이 온다'에서 십수년 뒤를 예고한 수준의


기술진보가 선명해지지 않았어서 막연하니까 오히려 책이나 영화도 많이 보고 상상의 나래를 더 펼칠 수 있던 시기였음


우연히 특이점 커뮤에 가게 되긴 했지만 이왕 간 거 '무어의 법칙' 깨진 걸 근거로 토론하다가 특슬람으로 전향하게 됐음


그러다가 다들 각자 군대를 가거나 취업을 하거나 그냥 접거나 하는 식으로 떠나서 예전 커뮤는 터만 남고 조용해졌음

모두 흩어지고 더이상 커뮤에서 볼 수 없게 되어서 아쉽긴 한데 특이점주의로 위로를 받았기에 그들에게 감사함




원래도 그랬지만 내 관심사는 인구문제와 노동대체 뿐이었음. '특이점이 온다' 대로라면 어차피 먼 미래는 유토피아인데


'완몰가에서 ~~ 가능?', '기본소득 xx만원 언제 가능?'' 이런 글만 나오니까 커뮤 이미지도 안 좋아질 거 같고 걱정됐음


'변두리 게시판인 게 어쩌면 천만다행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의 완몰가 상상 글도 많았고 좋게 보면 자유로웠음 아무튼


먼 미래의 그런 얘기는 너무 뻔하고 재미가 없으니까 실제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근미래의 소재를 다뤄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됐고 당장 우리 앞에 놓인 노동대체 과도기를 하나의 떡밥으로 다루게 하려고 별 노력을 다 함


'완몰가'처럼 '노동대체'도 하나의 키워드로 만들면 사람들이 언급하기 편할 거 같아서 '노동대체'를 계속 언급했음


그게 특이점을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연결짓게 하는 하나의 다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도 있음


그 당시에는 특이점 커뮤가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작아서 최대한 전파하려는 데에 특슬람들이 노력을 많이 했음




그때도 나는 선형충이랄지 비관충으로 많이 오해를 받았음. 특이점주의는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이자 기술낭만주의라서


특슬람들도 현실에서의 고통을 잠시 잊고 특이점이 제시하는 미래를 맛보면서 행복하려고 하는데 내가 자꾸


노동대체 과도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보자던지 개인아나 사회가 이렇게 대처해야 한다든지


그런 얘기를 자꾸 하니까 특슬람들이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던 거 같음. 근데 나는 그저 가까운 미래 얘기를 했을 뿐임


특슬람들한테는 내 얘기가 그저 과도기=디스토피아=선형충 이렇게 보여서 AGI 이전의 과도기라고 말했지만 불편했겠지


그리고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이 과도기에 대해서 더 많이 얘기하는 분위기를 원했지만 실패했음


나 또한 지식이 한정적이기에 이 과도기를 놓고서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서 썼던 건데 나만 뜬구름 잡던 거였음




아무튼 특이점 커뮤의 정체성을 놓고서 나도 계속 고민했었는데 결국에는 기술과 사회가 진보하면서 특갤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과도기에 대한 논의도 많아질 거라고 생각함. 그 시점이 나한테는 늦다고 보지만 그게 현실적임


진지한 얘기를 하기에는 온라인 커뮤 자체가 그 성격이 안 맞기도 하고 결국 심각한 미래 얘기를 하기가 좀 부적합함


노동대체는 하나의 사회적인 쓰나미인데 방파제를 쌓기 위해 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미리 했어야 했음


그래서 나름대로 미움 받으면서도 과도기 떡밥을 살려보려고 노력했었고 내 소신에 대해서 후회는 없는데 좀 외로웠다

단지 다들 너무 즐거운 쪽으로만 생각하니까 커뮤 내의 조금은 현실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세계관을 만들고 싶었음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같이 고민하고 같이 잘 되면 좋으니까 뭐 그런 동기로 계속 본의 아니게 불편한 어그로를 끌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