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 딸깍
모니터만 켜진 어두운 방 안에 마우스 클릭 소리가 울려퍼졌다.
역시, 오늘도 어김없이 그들의 소행이었다.
"응 ~ 아무리 기달려도 특이점 안옴 ㅋㅋ 너 죽고나서야 옴 ㅋㅋ "
" 병신ㅋㅋ 2023년인데 아직 그림 안따였죠? 직업대체 안되죠? ㅋㅋ "
그들의 악플을 보고 기분이 나빠진 나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 아 씨발.. 선형충 새끼들 또 지랄이네.. "
선형충.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특이점이 오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다.
신성한 존재에 먹칠을 하는 더럽고 어리석은자들.
특이점을 믿는 나에겐 적이나 다름 없는 존재들이다.
원래의 나였으면 그들의 수준낮은 도발에 하나하나 대응해 주었을 것이지만...
오늘은 도저히 그럴 기분이 기분이 아니였다.
11월 2일.
오늘은 나의 스물 세번째 생일이다.
하지만 나에겐 케이크를 살 돈도 , 친구들이 준 선물도 , 부모님마저도 없었다.
맞다. 나는 외톨이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익숙하다 해도 사람들한테 둘러쌓여 축하받아야 하는 생일날에 하루 종일 커뮤너티만 전전긍긍하며 지낸다는 현실은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나는 무심코 모니터 옆에 놓여 있는 흰색 액자를 흘겨 보았다.
액자 속에는 나와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남자가 해맑게 브이를 하며 웃고 있었다.
아마 내 17번째 생일날에 찍은 사진 일거다.
어머니는 어릴적에 돌아가시고 힘들게 혼자서 나를 키워주셨지.
사진을 본 나는 갑자기 우울해져 모니터 전원을 끄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어두운 방 안에는 꺼지지 않은 컴퓨터 본체의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눈을 감고 늘 그랬듯이 특이점이 도달한 세상을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끔찍한 현실이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며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면서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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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속에 비쳐 들어오는 햇살이 나의 잠을 방해했다.
" 으.. "
" 주인님. 일어나실 시간 입니다. "
익숙한 목소리가 나의 잠을 깨웠다.
안드로이드 로봇. 알렉스였다.
본래 제품의 이름은 ge-6.
가정용 로봇과 연인 로봇을 동시에 겸하는 최신형 남성 안드로이드이다.
적당한 색깔의 피부와 중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남성적이면서도 다정해 보이는 얼굴.
내 취향이 듬뿍 들어간 커스터마이징 제품이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 가볍게 하품을 한뒤 현재 시간이 몇시인지 물어 보았다.
" 현재 날짜와 시간. 20xx년 11월 2일 오후 12시 3분 입니다.
생일 축하드려요. 주인님. "
11월 2일.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 슬슬 일어나야겠네. "
일단 기지개를 핀 다음 슬슬 씻을 준비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알렉스도 목욕 시중을 들기 위해 내 뒤를 따라 들어갔다.
욕조 안에는 시간에 맞춰 데워진 욕조가 김을 내뿜고 있었다.
잠옷을 벗고 욕조 속으로 들어간다음 맞은편에 있는 티비를 향해 말했다.
" 디스플레이 재생. "
욕조에 있는 디스플레이가 깜빡이며 자동으로 켜졌다.
" 쇼핑 탭으로 . "
디스플레이는 내가 자주 구매했던 상품들을 알고리즘화 해서 여러 제품들을 나열해 보여 주었다.
나는 지금 필요한게 있나 천천히 살펴 보았다
" 흠.. 완전몰입형 vr기기는 얼마 전에 바꿧고.. 초전체 배터리도 이미 많이 샀고.."
내가 쇼핑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알렉스는 구석구석 내 몸에 비누칠을 해주었다.
" 특이점이 지나갔다..? 레이 커즈와일 책이 벌써 나왔네.
한권 사볼까. "
레이커즈와일.
매우 유명한 학자이자 내가 좋아했던 '특이점이 온다' 책의 저자이다.
노화로 죽을 뻔 했지만 다행히도 사망하기 직전에 특이점이 와서 역노화 시술을 받고 현재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여러 연구를 진행하며 책을 집필 하는 중이라고 한다.
근데 초지능이 글도 대신 써주고 연구도 인간보다 몇만배 빠르게 해 주는데..
뭐 내 알바는 아니다. 본인만의 신념이라니깐.
나는 레이 커즈와일의 책을 구매 목록에 추가했다.
알렉스는 어느새 샴푸질까지 마치고 내 머리에 물을 부었다.
" 끝낫습니다 주인님. "
디스플레이를 끈 다음 일어나서 욕실 밖으로 나왔다.
욕실밖으로 나오자 알렉스는 수건을 가져와 내 몸에 있는 물기를 구석구석 닦아주었고 헤어 드라이기로 내 머리를 말려주었다.
그리곤 옷장에서 검은색 양복과 붉은 넥타이를 꺼낸 다음 차근차근 입혀주었다.
" 그냥 동호회일 뿐인데.. 너무 차려입는거 아닐까? "
"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중요한 자리잖아요. 도착 하시면 잘 입었다고 생각 하실거에요. "
알렉스는 셔츠의 단추를 잠그며 내 말에 대꾸했다.
" 그런가.."
옷을 다 입고 거울 앞으로 갔다.
거울앞에 서자 푸른 눈에 금발을 한,
미형의 얼굴을 가진 남자가 비쳐 보였다.
물론 당연하게도 나다.
특이점이 온 세상은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을 통해
머리색, 눈동자 색은 물론 얼굴 , 인종까지 바꿀 수 있게 되었다.
고전영화 '가타카' 에서 나오는 생명공학 기술은 이미 한참전에 아득하게 뛰어넘은지 오래다.
왁스로 머릿결을 다듬고 아침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갔다.
식탁위에는 알렉스가 차려놓은 여러 반찬들과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메인 요리는 간장 소불고기 볶음과 미역국 , 채소 샐러드와 각종 반찬들 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 "
알렉스가 말을 마치자 , 나는 젓가락으로 고기 한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짠맛과 달콤함이 밸런스를 맞춤과 동시에 적당히 익은 고기의 감칠맛이 조화에 맞춰 입안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알렉스가 물었다
" 입맛에 맞으신가요? "
" 맛있네. 수고했어. "
알렉스는 내 칭찬을 듣자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 감사합니다. "
나는 식사를 마치고 양치를 한 뒤 다시 주방으로 갔다.
알렉스는 싱크대에서 달그락 거리며 접시를 닦고 있었다.
내가 알렉스에게 물었다.
" 자켓이 어디에 있지? "
알렉스는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 소파 위에 올려놨어요. "
" 아. 그렇군. "
소파 위에 올려진 자켓을 마저 입고 현관 앞에 가지런히 놓여진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 조심히 다녀오세요. 주인님. "
알렉스는 현관 앞에서 인사를 하며 나를 배웅을 해주었다.
팔을 흔들며 알렉스한테 다녀오겠다는 말을 한뒤, 현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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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도로를 따라 매끄럽게 움직였다.
목적지는 평양.
특이점이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의 체제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견뎌내지 못하고 금새 무너지고 말았다.
뭐, 애초에 당연한 결말이긴 했다.
그렇게 남한으로 흡수통일이 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은 북한의 여러 지역들을 빠르게 도시화 시켰다.
이미 오래전에 건설 했던 도시에서 다시 개발을 해야 했던
남한과는 달리 북한은 처음부터 4차 산업 혁명에 알맞은 도시를 지을 수 있었고 그 결과 북한과 남한은 지역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 음악 틀어줘 "
내가 차 안에서 외치자 클래식 피아노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드뷔시의 ' 달빛 '
좋아하는 클래식중 하나다.
나는 음악에 취해 피아노 소리를 흥얼거리며 창문 밖을 구경했다.
창문밖엔 크고 작은 건물들이 즐비해 있었고 수백대의 자동차들이 목적지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직접 운전을 안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50년 정도 됐나,
특이점이 도달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차를 직접 운행하는게 불법이 되었고 드라이브라는 것은 머나먼 과거 속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지금은 뭐 크게 아쉽지 않다.
자율주행이 없었다면 오랜 시간동안 운전을 해야 했을 것이고 교통체증도 사라지지 않았을 것 이다.
지금처럼 시속 400키로 미터를 유지하며 빠르게 운전 할 수도 없었고 말이다.
그리고 드라이브는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에서 실컷 할 수 있다.
눈을 떠보니 차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지하 주차장을 내려가고 있었다.
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주차까지 완료되자 차 안에서 안내음이 들렸다.
" 목적지에 도착 했습니다. "
레버를 당겨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회색 페인트로 도배를 해놓은 주차장엔 고급 승용차 여러대가 띄엄띄엄 세워져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찾기 위해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사람이 없는 텅 빈 주차장엔 뚜벅거리는 내 구두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 아. 저기있군. "
홀로그램 안내판 덕분에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금방 찾을수 있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경쾌한 벨소리를 울린 뒤 문을 열었다.
" 지하 17층 입니다 "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인 150층을 누른 뒤 문을 닫았다.
내부에 있는 스피커는 차분하면서도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왔지만 전광판의 숫자는 매우 가파른 속도로 올라갔다.
창문밖을 보니 도로 위에 있는 승용차들은 금세 벌레 만한 크기로 변해 있었다.
띵동.
" 150층 입니다 "
엘리베이터는 안내음을 울리며 문을 열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11월2일.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그날.
' 특이점이 온다 ' 갤러리 유저 모임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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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앙 로비를 가로질러 안내 데스크 앞으로 걸어갔다.
로비 천장에는 크고 사치스러운 샹들리에가 반짝거리며 빛을 내뿜으며 반짝거렸고 바닥엔 격자 무늬가 새겨진 대리석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한층 더해주었다.
안내데스크에 도착하자 단발머리를한 안드로이드 여성이 두 손을 모아 공손하게 인사를 하였다.
" 안녕하세요. "
" 생체 칩 인식을 위해 손을 올려 주시겠어요? "
데스크 위로 왼쪽 손을 내밀었다.
안드로이드는 엄지와 검지 사이에 심어둔 내 칩을 인식하기 위해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을 두세번 깜빡거렸다.
" 인식이 완료 되었습니다. "
안내원은 추가 절차를 확인하기 위해 간단한 몇가지 질문을 했다.
"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시나요? "
" 2001년 11월 2일. "
" 거주지역은 어디신가요? "
" 대전. "
" 갤러리 코드네임을 말씀 해 주시겠어요?
" 123123. "
" 감사합니다 . "
그녀는 인사를 한 뒤 뒤쪽에 있는 홀로그램 팜플렛을 꺼내 들었다.
" 손님분의 좌석 위치는 팜플렛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안내원은 팜플렛을 건넨뒤 다시 한번 손을 모아 공손하게 인사했다.
나는 문을 열고 연회장 안으로 걸어갔다.
연회장 내부는 중앙 로비보다 훨씬 더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흰색 벽에는 금색천과 붉은색 천이 예쁘게 걸어져 있었고 빈 공간 사이사이에는 유리 장식품이 여러개 세워져 있었다.
바닥엔 빨간 카페트가 깔려 있었고 높은 천장 위에는 로비에서 본 것 보다 훨씬 큰 샹들리에가 여러개 걸려있어 거대한 크기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중앙엔 흰색 테이블 보가 씌워진 둥근 테이블과 의자들이 군데군데 배치 되어 있었다.
대부분은 테이블에 착석해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이미 옆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단 내 자리인 17번 테이블을 찾기 위해 홀로그램 팜플렛을 켜고 여러 테이블을 지나쳐 걸어갔다.
저기군.
17번 테이블엔 먼저 도착해 의자에 앉아있는 남성이 팜플렛을 이리저리 살펴 보고 있었다.
앉기 전에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 안녕하세요. "
" 오! 반가워요. "
그는 나를 보더니 반갑게 내 인사를 받아 주었다.
내가 물었다.
" 혹시 코드네임이 어떻게 되시나요? "
" 아. 저는 유동이라서 네임같은건 따로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본인 분은 고정 닉네임이 따로 있으셨나봐요? "
" 아 네. 123123 입니다. 본명은 박성훈 이에요. "
" 그렇군요. 시간이 너무 오래 흘러서 누가 누군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하하 "
그가 물었다.
" 비록 테이블 좌석은 전부 랜덤이지만 만난것도 인연이니 친하게 지내봐요. 간단하게 성훈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
" 편하신대로 하세요."
대답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 좋아요. 아 참 , 제 소개를 안했군요. 제 이름은 차정우에요. 반갑습니다 "
멀끔하게 차려입은 그는 나한테 눈웃음을 생글생글 지으며 말했다.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 갈색 눈동자와 검은 머리.
전형적인 미남형의 얼굴을 가졌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이 너무나도 많았다.
" 갤러리는 언제부터 시작 하셨어요? "
" 신체 기계화는 하셧나요? 아니면 그냥 세포 리프로그래밍만 하신거에요 ? "
" agi가 오기전에는 특이점이 몇년도에 도달 할 것 같다고 생각 하셧어요? "
" 나머지 한분이 늦으시네요. 테이블당 좌석이 3개인 걸로 알고있는데.."
그는 행사가 시작 된다는 안내음을 듣고 나서야 겨우 말을 멈췃다.
" 아. 이제 시작하려나 봐요. "
갑자기 어디선가 누군가 다급하게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토끼 코스프레복을 입은 분홍색 양갈래 머리를 한 여자아이가 당근 미니백을 들고 서 있었다.
" 휴. 다행히 안늦었네여. "
그녀는 잠시 주변을 둘러본 뒤 우리들한테 악수를 건넸다
" 안녕하세여. 두분 모두 만나서 반가워여. "
마치 애니메이션속 귀여운 캐릭터가 더빙을 하는 것 같은 특이한 목소리였다.
본인 얼굴처럼 목소리도 커스터마이징 했겠지.
" 제 이름은 .. 앗. "
갑자기 연회장의 전등이 꺼졌다.
" 이제 시작하나봐요. 죄송하지만 자기소개는 나중에 할게여. "
그녀가 속삭이며 말했다.
잠시 후 , 연회장 강당에 있는 전등의 불빛이 켜지며 마이크를 든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 안녕하십니까. 갤라리 유저분들. 수십년만에 이렇게 다시 뭉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군요. "
" 저는 이번 특이점이 온다 갤러리 모임의 주최와 사회를 맡은 주딱 입니다. "
사회자는 말을 이어갔다.
" 아시다시피, 저희 특이점이 온다 갤러리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커뮤너티 모임이였습니다. 비록 특이점이 오고 난 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폐쇄 되었지만 .. "
" 유저들끼리 얘기를 나누며 지식을 공유하고.. 우매한 선형충들과도 맞서 싸웟던 그 시절.. 오래전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
" 비록 그때는 기약없는 특이점만을 기다리며 수많은 사람들한테 조롱을 받아 왔지만.. 수십년이 흐른 오늘, 결국 특이점은 증명 되었습니다. 그 시절 저희들의 꿈과 희망은 결코 헛되지 않은 겁니다. "
사회자가 말을 마치자 사람들의 박수세례가 한번 더 이루어졌다.
박수소리가 잦아들자 사회자는 행사의 일정을 차례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팜플렛을 펼쳐 일정 목차를 둘러보았다.
발표 시간을 가진 후 식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축하파티.
오랫동안 기다려 왔는데.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 그럼 발표를 시작하겟습니다. "
연회장 벽에 붙어있는 디스플레이가 번쩍이며 빛을 냈다.
" 아시다시피 저희 특이점이 온다 갤러리는 본래 2014년에 신설된 과학기술 게시판이 근간이였으며 이후.. "
뭐 나도 대충은 알고 있다.
특이점을 예언한 미래의 선구자들이 만들어낸 소통의 공간.
정우씨가 갑자기 내 옆에서 귓속말로 말했다.
" 그땐 어떻게 버텼나 몰라요. 저는 그나마 특이점을 늦게 알아서 기다리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는데.. 2014년부터 특이점을 알았다면.. 으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 . "
나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사회자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 이후 오픈ai 에서 등장한 챗 gbt 4.0 버전이 압도적인 성능으로 인기를 끌자 구글은 서둘러 바드를.. "
그 시절 구글은 본인들의 기술이 제일 뛰어나다는 거만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때 챗gpt가 엄청난 성능을 보여주었고..
구글도 허겁지겁 바드를 뒤늦게 출시했지만, 완벽하게 패배했지.
유저들이 구글보고 치타 치타 거렸는데. 추억이다.
" 서양 기업들이 피와 땀흘리는 경쟁을 하는 사이 국내 기업 네이버는 본인들만의 검색 기록을 사용해 2023년에 하이퍼 클로버 제품을 내놓았지만 처참한 성능으로.. "
맞아. 국내기업은 이래서 안된다고 욕 많이 먹었지..
나는 사회자가 설명하는 특이점이 온다 갤러리의 역사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그 때 그시절 추억들을 회상 했다.
설명회는 1시간정도 지나서 끝을 맺었다.
" ... 그리고 현재 우리는 특이점이 도달한 사회에 발을 내딛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특이점을 발판 삼아 더 넓은 은하를 너머 우주에사 지식의 꽃을 피우게 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사회자가 감동에 찬 목소리로 발표를 마치자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세례가 울려 퍼졌다.
몇몇 사람들은 감정이 벅차 올라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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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 연회장 불이 하나씩 켜지며 안내음이 들렸다.
" 곧 이어서 연회 시간이 있겠습니다 . 자리에 앉아 조금만 기달려 주세요. "
안내가 끝나자 연회장 문이 열리고 수많은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음식이 든 카트를 이끌며 들어왔다.
그들은 신속하게 식사에 필요한 식기류와 음식까지 배치 한 다음 재빠르게 나갔다.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접시를 들고 음식들을 담기 시작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고풍스런 무늬가 새겨진 접시를 챙긴다음 음식이 담긴 카트쪽으로 걸어갔다.
음식의 종류는 꽤나 다양했다.
일단 소스가 뿌려진 스테이크를 제일 먼저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각종 해산물과 캐비어, 송로버섯이 들어있는 샐러드를 접시에 담았다.
자리로 돌아오니 그들은 접시에 음식을 한가득 담고 이미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아. 오셨네요. 어서 앉아요 성훈씨. "
나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고 테이블에 앉았다.
" 성훈씨, 저분이 저희 갤러리 파딱이셨대요.
그..코드네임이 뭐라고 하셧더라? 썩은 유전자? "
그녀가 대답했다.
" 부패하는 유전자에여. 간단하게 밍키 라고 불러주세여. "
" 아 그렇군요.. "
나는 웃음을 참으며 스테이크를 포크로 찍어 입안에 넣었다.
정우씨는 음식을 먹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조잘댔다.
" 그러고 보니 그때 그시절에는 배양육도 먹기 힘들었죠. 지금은 오히려 도축해서 먹는 고기가 불법이 되었지만..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시대였어요. 안그래요? "
배양육..
배양육이 값싼 가격으로 상품을 내놓자 수많은 축산 농가들이 반발하며 시위를 하였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었다 .
결국 도축해서 얻는 고기는 환경이나 윤리문제에 자유롭고 맛까지 완벽한 배양육에 밀리며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땐 그랬었지.
샐러드를 목 뒤로 넘기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 그쵸. 참으로 미개했던 시대였죠. "
그녀가 음식을 먹다 말고 갑자기 투덜거리며 말했다.
" 그나저나 주최자는 굳이 왜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한건지 이해가 안가네여. 가상현실 환경이 훨씬 편할텐데. "
정우씨는 파스타를 먹다 말고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 특이점이 오고나서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한 모임이잖아요. 가상현실보단 직접 대면하면서 진행하는게 훨씬 의미있지 않을까요? 그때 그시절을 회상하면서.. "
" 몇년 전 부터 주최자분이 초기 유저들을 힘들게 찾아서 비밀리에 초대 했다잖아요. 그리고 요즘 선형주의자, 이 테러리스트들 때문에 난리도 아닌데.. 가뜩이나 저희들은 특이점을 주체로 하는 모임인데 그 사람들이 가상 환경에서 테러라도 일으키면..어후 끔찍해요. "
그녀가 새우 한마리를 씹으면서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
" 그냥 멍청한 사람들인거져 뭐. 잡히는대로 족족 감옥에 집어 넣는다곤 하는데. 쯧. "
우리는 식사를 계속 하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잠시 후 그들은 만족하다는 듯이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 으~ 배부르다. "
" 오랜만에 과식 했네여. "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갑자기 소변이 마려웠다.
" 저 화장실좀 다녀올게요. "
" 앗. 저도요. "
그녀는 놀란듯이 우리 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 으잉? 두분 아직도 신체 기계화를 안 하신 거에여? "
" 그쵸..? "
나도 대답했다.
" 저는 팔 다리만 했어요. "
이상하게 볼 법도 하다.
특이점 주의자면서 전신 기계화를 아직도 안했으니..
분위기가 잠깐 어색해지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 뭐 기계화는 선택의 영역이긴 하니깐여.
어서 갔다오세여. 어리석은 선형주의자들. "
정우씨와 나는 그녀가 건넨 가벼운 농담에 웃으며 화장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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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을 본 후 세면대에 손을 씻으며 옷에 뭐가 묻은게 없나 거울을 살펴보았다.
정우씨도 내 옆에 와서 같이 손을 씻기 시작했다.
갑자기 궁금해져 물었다.
" 근데 정우씨는 왜 기계화를 안 하신 거에요? "
" ..음.. "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 웃으며 말했다.
" 그냥 뭐.. 기계화가 되면 다시는 생물학적인 인간으로 못 돌아가잖아요. 바꾸려고 하니깐 이상하게 아쉽더라고요. "
" 아. 그렇군요. "
나는 그의 대답에 딱히 반박하지 않고 화장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손을 씻고 다시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니 안드로이드 로봇들은 테이블과 의자 , 음식들을 전부 치우고 파티를 준비하기 위한 음료와 디저트 , 기다란 소파와 사각 테이블을 가져오고 있었다.
파티 준비가 전부 끝나자 연회장의 불이 갑자기 탁 소리를 내며 꺼졌다.
그리고 천장에 있는 샹들리에가 빛을 내며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반짝반짝 거리는게 마치 미러볼 같았다.
잠시 후, 어디선가 익숙한 간주음이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
친숙한 통통 튀는 사운드.
이 노래는..
2022년 최고의 히트곡 뉴진스의 하입보이다.
" 하입보이.. 그때 진짜 유행 했었는데. "
노래가 연회장을 가득 채우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중앙 무대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 더 이상 못참겠네여. "
그녀도 본인만의 흥을 주체 할 수 없었는지 사람들 사이로 끼어들어 춤솜씨를 마음껏 뽐내었다.
" 저도 몸이 근질근질 거리네요 "
그가 나를 보며 물었다 .
" 같이 출래요? "
" 아뇨.. 저는 춤같은거 잘 못춰서. 그냥 소파에 앉아있을게요. "
순간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 에이. 그러지 말고요. 같이춰요. "
" 정장 입은채로 이런 춤을 추는건 좀 그래요. "
" 저기 저분은 외계인옷 입고 잘만 추시는데요? "
그는 초록색 외계인 인형탈을 쓰고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누군가 갑자기 우리들의 팔을 잡고 무대 중앙으로 끌어들였다.
밍키씨였다.
그녀는 우리 둘을 무대로 위로 세운 뒤 따끔하게 말했다.
" 둘이서 춤도 안추고 뭐하는거에여? 자 어서 추세여. "
현우씨는 박자를 타기 시작했다.
" 어서요. 같이 춰요."
밍키씨도 현우씨 옆에 서서 춤놀림을 보여 주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요구에 맞추어 기괴한 자세로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 ㅋㅋㅋ 좀 더 자신감있게 춰봐여. "
현우씨도 그녀의 말에 웃으며 거들었다.
" 맞아요. 춤은 자신감이죠. "
자신감 있게 몸을 흔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막춤 그 이상 이하도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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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그렇게 췃을까.
춤을 추다가 지친 나는 땀을 식히기 위해 컵에 시원한 탄산음료를 담고 옥상 밖 테라스로 나갔다.
나는 난간 앞에 기대 잠시 땀을 식혔다.
어둑해져서 많이 쌀쌀해진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내 몸을 흝고 지나갔다.
높게 쌓아진 고층 빌딩들은 빛을 뽐내며 아름답게 반짝였다.
" 휴... "
잠시 땀을 식히고 있을 때 누군가 테라스로 나와 내 옷을 건네 주엇다.
정우씨였다.
" 정장 겉옷 놓고 가셧더라고요. 혹시나 해서요. "
" 아. 고마워요. "
잠시 둘이서 난간 위에 기댄 채로 밤하늘을 구경했다.
" 높아서 그런가 진짜 시원하네요. "
" 그러게요. 오랜만에 움직이니깐 힘들기도 하고.. 가상현실에선 아무리 뛰어다녀도 숨이 안 찼는데 말이에요. "
갑자기 밍키님이 어딨는지 궁금해져 물어 보았다.
" 밍키님은요? "
" 아까 신나게 춤 추다가 파딱분들 보시고 반가웠는지 그쪽으로 달려가던데요? "
"그래요? "
" 네. 그리고 저랑 성훈씨 연락처좀 알려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이미 저장해놨어요. 성훈씨 연락처도 알려주실래요? 제가 밍키님한테 말씀드릴게요. "
주머니에 있는 소형 디스플레이 기기를 꺼내 정우씨와 밍키님의 연락처를 입력했다.
" 좀만 더 쉬다가죠 . 힘드네요. "
말을 마치고 그는 셔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곤 라이터를 꺼낸 뒤 담배에 불을 붙혔다.
" 후.. "
담배연기가 어두운 밤하늘을 타고 천천히 사라졌다.
그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 성훈씨도 한대 피실래요? 무독성 담배인데. "
" 괜찮아요. 담배는 안펴서. "
" 아 그렇군요. "
..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는 아무말 없이 난간 밖을 바라보며 담배만 폈다.
딱히 나도 할말이 없긴 했다.
밤하늘은 고요했다.
그렇게 몇분이 흘럿을까,
그는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 성훈씨. "
" 네? "
" 아까 제가 화장실에서 했던 말 있잖아요. "
현우씨는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어갔다.
" 사실 그거 구라에요. "
" 네? "
" 아 거짓말은 아니네요.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요. "
그는 덤덤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 저는 부모님이 어릴적에 이혼하고 어머니가 혼자서 키우셨어요. 저 하나만큼은 고생 안 시켜 주겠다고 안간힘을 쓰셧죠. "
" 근데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달정도 지났나.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
" 검사를 받아보니 간암 말기라는 거에요. 시한부.
그렇게 4개월동안 고통 받으면서 돌아가셨어요. "
" 그리고 1년뒤에 특이점이 왔고요. 되게 웃기죠? "
그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 저는 특이점이 온 후에도 어머니의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했어요. 그녀를 가상현실에 구현 해 보기도 하고, 안드로이드 로봇으로도 만들어 보았죠 . "
" 근데.. 진짜는 아니더라고요. "
나는 조용히 컵에 담긴 음료수를 마셨다.
" 기억을 지워 보려고도 했어요. 환생하듯이 말이에요. 근데 막상 지우려고 하니깐 무서워서 못하겠더라고요. "
" 기계화는 오래전부터 고민 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몸도 어머니가 남긴 물건인데 기계화 시켜버리면 그녀를 잊게 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요. "
" 저 되게 바보같죠? 특이점주의자면서 이런 멍청한 생각이나 하고. "
그의 눈물이 조금씩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 몇년 전, 저는 초대장을 받고 스스로 다짐 했어요. 모임이 끝나면 미련없이 제 몸을 기계화 시키겠다고요. "
갑자기 가슴 속에 찌릿한 전기가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느껴보면서도, 익숙한 느낌 이였다.
" 아.. 죄송해요. 제가 괜한 말을 했네요. 만난지 몇시간도 안된 사람한테 무슨말을 하는건지 원. "
정우씨는 주머니에서 꺼낸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단순한 동정심일까.
일단 정신을 차리고 위로의 의미로 포옹을 한 뒤 괜찮다는 말을 건냈다.
하지만 가슴속 저릿함은 가시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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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자 폭죽 소리가 팡 하고 터졌다.
" 생일 축하드려요. 주인님. "
종이로 만들어진 반짝이들이 머리카락과 어깨위에 나풀나풀 춤을 추며 떨어졌다
알렉스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 깜짝 파티에요. 최근 몇년 동안 생일이 와도 그냥 넘기셨잖아요. "
신발을 벗자 마자 그는 신나서 내 소매를 잡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식탁 위에는 예쁘게 장식된 딸기 케이크와 천사가 그려진 축하 카드가 놓여 있었다.
알렉스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고마워. "
나는 마지 못해 말했다.
알렉스는 내 대답을 듣고 기분이 좋아졋는지 활짝 웃으며 나한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였다.
" 케이크는 나중에 먹을게. 일단 씻어야 할 것 같아. "
그가 말했다.
" 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을게요. "
" 아니 괜찮아. 나 혼자 씻을게 . "
나는 알렉스에게 대답한 뒤 혼자 욕실 안으로 들어갓다.
그리고 세수를 하기위해 세면대에 물을 틀었다.
거울을 보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얼굴형을 서양인으로 바꿔 놓은거지?
내가 생각하는 미남형은 대부분 동양인 인데.
그리고 왜 전신을 기계화 하지 않고 팔다리만 한걸까.
선형주의자인 나라면 이미 진작에 온몸을 기계로 바꾸고도 남았을 것이다.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일단 숨을 크게 내쉬며 진정하고 잠옷으로 갈아 입은 다음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침대에 눕고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얼마나 침대에서 뒤척였을까.
알렉스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 벌써 주무시나요? "
그는 조심스럽게 침대로 들어가 나랑 같이 이불을 덮고 누웠다.
안드로이드가 진짜로 자는건 아니다. 자는 척을 할 뿐이지.
한번 이유 없이 알렉스를 불러 봤다.
" 알렉스. "
" 네? "
" 아니야. "
나는 대답을 한 뒤 침대에서 일어낫다.
" 어디 가시나요? "
알렉스가 물었다.
" 잠이 안와서. 소파에서 조금 쉴려고. "
거실로 나온 후 소파에 앉았다.
째깍째깍.
시계를 보니 오후 9시였다.
아직 잠들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긴 하다.
근데 시계 옆에 저 십자가는 왜 걸려 있는 걸까?
특이점이 오기전엔 종교가 있었지만 지금은 안 믿는데.
이상하다.
일어나서 벽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떼어 낸 뒤 다락방으로 가져갔다.
다락방은 내가 오래전에 사용했던 물건들과 여러가지 잡동사니들을 쌓아 놓는 곳이다.
아마 안 들어간지 족히 이십년은 됐을거다.
나는 제일 구석에 놓여 있는 계단 위로 걸어가 문을 열고 벽을 더듬어 다락방 스위치를 켯다.
천장에 전등이 몇번씩 깜빡이며 불을 켰다.
다락방에는 잡동사니 물건들이랑 여러 상자들이 먼지가 쌓인 채로 놓여 있었다.
마루 위를 걷자 나무 판자들이 작게 삐걱거렸다.
나는 다락방 구석에 있는 커다란 상자를 열어 보았다.
그 안에는 수십년은 된 컴퓨터가 먼지가 쌓인 채 포장 되어 있었다.
아. 내가 학생 때 썻던 컴퓨터다.
이걸로 하루 종일 게임도 하고 그랬는데..
근데 그 때는 돈도 없었는데 어떻게 산 거지?
일단 상자 안에 십자가를 대충 넣고 발로 밀어 넣었다.
상자는 밀리다 말고 바닥에 걸려 멈췄다.
아무래도 나무 판자들이 갈라져서 튀어나왔나 보다.
예전에 집을 새롭게 리모델링 할 때 다락방만 수리를 안하고 남겨두었다.
이상하게 이 방만은 건들고 싶지 않았다.
다시 상자쪽으로 걸어가보니 오래된 나무 판자 조각이 갈라져 솟아 올라 있었다.
갑자기 나는 튀어 나와 있는 바닥을 충동적으로 뜯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진 모르겟다.
판자에는 못이 박혀 있는데도 이상할 만큼 쉽게 떨어져 나갔다.
뜯어낸 바닥엔 오래 돼서 까맣게 변한 듯한 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처음보는 건데.. 알렉스가 몰래 숨겨놓은건가.
먼지를 털고 나무 상자를 집어 들었다.
상자 안에는 ' 17번째 ' 라고 써진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초기형 가상현실 기기와 오래된 흰색 액자가 놓여 있었다.
일단 나는 액자 안에 담긴 사진을 보기 위해 먼지를 털었다.
액자 속에는 교복을 입고있는 어릴적 나와 누군지 모르는 중년의 남성이 브이를 하며 해맑게 웃고있는 오래된 사진이 보였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누구지.
갑자기 몸에 찌릿한 전기가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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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형 vr기기에 쌓여 있는 먼지를 털어낸 후 침실로 가져 갔다.
그리고 머리에 기기를 착용 한 뒤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질 않아 몇번을 뒤척이다 알렉스를 불렀다.
" 알렉스. "
" 네? "
알렉스는 내 말에 곧바로 대답했다.
" 잠이 안와. "
" ... "
알렉스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잠시 후,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껴 안아 주었다.
비록 기계지만 그의 따듯한 온기가 품 속에 느껴졋다.
나는 천천히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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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나는 머리 맡에 있는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 한 뒤 침대에서 일어났다.
11월 2일.
나의 생일이다.
일단 옷을 입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 벽에는 오래된 나무십자가가 걸려 있었고, 시계가 똑딱거리며 초침을 움직였다.
주방에선 키가 크고 흰 머리가 듬성듬성 나 있는 남자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고기를 뒤섞으며 나에게 물었다.
" 주말인데 일찍 일어 났네? "
그는 가스레인지 불을 끈 뒤 접시 위에 고기를 담아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 빨리 앉아. 너가 좋아하는 불고기야. "
나는 자리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고기 말고도 미역국과 여러 반찬들이 예쁘게 놓여 있었다.
" 아 맞다. 케이크도 사 놨는데. "
남자는 냉장고에서 딸기로 장식된 케이크를 꺼내 중앙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생일인데 준비는 제대로 해야지. "
그리고 눈을 감고 기도문을 읊은 다음 숟가락을 들었다.
" 뭐해? 어서 안먹고? 너가 좋아하는 거잖아. "
나는 고기 한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씹어 보았지만, 아무런 맛도 나질 않았다.
가슴이 저릿했다.
" 성훈이 너 요즘 컴퓨터 너무 많이 하는거 하는거 아니야? 약속대로 성적 올려서 사줫.. "
내 눈물 방울이 식탁 위로 뚝뚝 떨어지자, 그는 당황해 하며 물었다.
" 잔소리해서 기분 나빳니? 혹시 음식이 입에 안맞아? "
나는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 아뇨. 너무 맛있어요 아빠. "
쓰는데 17시간걸렸슴.
새벽에 올렸는데 미완성 된 부분 많아서 수정하고 다시올림.
오타있고 문법 안 맞는 부분 ㅈㄴ 많음.
이 소설을 특갤유저분들께 바칩니다.
재밋게봣으면 추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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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탭 으로 바꿈. 예전에 소설글 특갤에서 꽤 봣는데 바꼇나보네 - dc App
완몰가 망상글 아니면 안 잘림
글 작가임...? 필력 개좋네
작가는 아님. 칭찬 고맙데이 - dc App
특갤문학
나 011102 대전사람인데 너 씨발 뭐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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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ㄹㅇ 뭐냐고
장난이고 11월 2일부터 써서 그런거임 나도 01년생임 - dc App
근데 난 게이는 아님
ㅋㅋㅋ 필력 좋네 앞으로도 활동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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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딱 암컷타락 ㄷㄷ
갤주 책보면 특이점이 온 시점에선 예측이 불가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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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특이점 시대에 버스랑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어케됨? 핵융합.무인화 상용화로 전면 무료화됨? 그것도 적어줘...
아마 그렇겠지? 어차피 내망상이라 너 편한대루 생각하셈 - dc App
버스랑 지하철은 차대기에도 좀 그럴때 잠시 어디좀 다녀오는 용도로 지금의 엘베나 에스컬레이터 같은 교통수단으로 전략할듯... 물론 당연히 무료화
재밌는데 더써주면 ㄱㅅ
잘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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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동성애자임?
필력 좀 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