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댓글로 적고 있었는데 글 삭제됐길래 새로 글 씀

일단 생명체가 엔트로피 증가에 저항하는 것과 자동차 차체의 내식성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할 거 같네

자동차의 부식은 비록 소재와 도료에 의해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하고 비가역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임
현미경 같은 측정 장비로 주기적으로 관찰해서 데이터를 쌓으면 도장이 점점 마모되고 부식이 진행되는 과정이 결코 회복되지 않고 꾸준히 악화되기만 하는 걸 관찰할 수 있음
그리고 별도의 보수를 상정하지 않으면 대체로 기계의 복잡성과 작동 온도, 사용 빈도에 따라 물리학적으로 예상 가능한 범주의 속도로 노후화가 일어남
요컨데 비슷한 종류의 기계라면 수명도 비슷하다는 거지

반면 생명체의 노화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임
이미 언급했듯이 열역학적 특성이 거의 같아도 종에 따라 전혀 다른 수명을 갖는데다,
처음에는 한동안 전혀 노화하지 않다가(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유전자가 손상되지만 젊을 때는 유전자 복구 기전이 이를 보완해서 개체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의 엔트로피는 증가하지 않음)
생에 어느 시점부터 노화가 시작되지만 그 속도가 비선형적임
나는 이 부분을 노화가 본질적으로 열역학 법칙에 의해 제약을 받는 현상이 아니라는 뜻으로 언급한 것일 뿐, 노화 속도의 비선형성이 역노화의 증거라고 말하는 게 아님

결정적인 차이점은 생명체가 실제로 엔트로피 증가를 역전시키기도 한다는 것임

사용하던 자동차에서 부품을 뜯어내서 새로운 차를 조립하면 기존 차에 누적된 엔트로피는 2세대 차에 전달되고, 이런식으로 몇 세대만 반복하면 완전히 못 쓸 차가 만들어져서 이 차 ‘종’은 소멸하게 됨

반면 생명체는 분명히 부모 개체의 일부에서 유래한 존재임에도 탄생할 때 그때까지 선대에게 누적된 엔트로피를 계승하지 않고 리셋된 채로 태어남
이건 단순히 생식세포를 최대한 엔트로피의 영향에서 안전하게 보관한다는 수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임
생명체가 차와 같다면 세대를 거칠 때마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누적된 엔트로피는 비가역적으로 증가만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종국에는 개체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될 테니까

념글 간 글을 다시 읽어보니까 내가 역노화와 항노화 개념을 구분 없이 사용해서 오해를 자초한 면이 있는 거 같음
나는 싱명체에 본래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하는 기능이 있으니 그 연장선으로 이미 상당히 진행된 유전자를 복구하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보기 때문에
항노화와 역노화가 본질적으로 다른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무심코 그런 식으로 썼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음
참고로 노화의 원인은 유전자 손상이 아니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후성유전자 정보의 손상이라는 견해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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