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의 발전은 그 속성상 보통 발전이 점진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한 번에 일어나는 경향이 있음 이는 AI과 달리 약과 치료법 개발에 돈과 시간이 꽤 소모되고 특허로 제약사의 경제적 권리가 보호되기 때문임 

또 질병을 예방 혹은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 뒤에 질병 자체는 낫게 할 수 있지만 이미 질병이 망쳐놓은 몸은 호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꽤나 있음


이 두 가지 요소가 겹친 단적인 예를 두 가지만 들고 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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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환자는 소아마비 때문에 전신이 마비되어 평생을 저 기계장치 속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살아온 사람임. 잠시 몇 분정도 나올 수는 있지만 그 이상 밖에 있으면 죽음. 어항 밖으로 꺼낸 물고기처럼 그런데 이 사람이 소아마비에 걸린 후 불과 몇 달 뒤에 백신이 개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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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속에 나오는 꼬마랑 저 위의 할아버지는 거의 비슷한 나이에 국적도 같음. 소아마비가 극도로 유행했던 당시 미국에서, 이 애도 소아마비에 걸렸으면 저 할아버지처럼 평생을 기계장치 속에 살거나 죽었을지도 모르고 그만큼은 아니라도 한쪽 다리가 마비된 채 살아갔을 수 있음

하지만 백신이 개발되는 바람에 소아마비로부터 자유로운 멀쩡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됨. 불과 몇 개월차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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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척수성 근위축염 마찬가지로 한동안 불치병이었고 걸린 사람들은 심하면 죽고 대부분 위의 사진 속의 남녀처럼 뒤틀린 사지를 가진 채로 휠체어 신세를 져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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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 멀쩡한 사지를 가지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는 이 여자애는 척수성근위축염중에서도 가장 심한 SMA 유형 1에 걸린 여자아이임. 약이 없으면 걷는 것은 커녕 사지가 뒤틀리다 두세살 쯤에 죽어야할 운명이었음 근데 위의 사진에 나온 남녀보다 훨씬 악성 척수성근위축염에 걸린 아이임에도 오히려 같은 환자는 커녕 일반아동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건강하고 활달한 삶을 영위하고 있음 불과 몇 년전인 2016년에 나온 약 누시네르센(스핀라자) 덕분에





자 그럼 생각해보자 그럼 기계장치 속에 살고있는 할아버지에게 소아마비 소크 백신을 주고, 휠체어를 타고다니는 사지가 뒤틀린 SMA환자들에게 스핀라자를 주면 갑자기 뒤틀리고 마비된 시체가 원래대로 돌아오고 휠체어나 기계장치 없이 살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건 안됨 병은 나아도 병이 남긴 장애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


비슷한 역사는 훨씬 과거에도 있었음 예를들어 소록도에 평생 갇혀 살던 한센병 환자들은 나백신을 맞아 나병이 나은 뒤에도 썩어문드러진 신체를 회복하지 못해서 문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평생 거기 살아야했음 반면 나백신이 나온 직후에 나병에 걸린 사람들은 처음에는 매번 약을 맞아가며 지금 에이즈 환자들처럼 만성질환처럼 안고살다가, 나중에는 결국 백신 한 번 맞고 평생 정상인으로 살수 있게되었음. 매독도 마찬가지.


이런 의학적 상황과 비슷한 비근한 예를 들자면 갑자기 내일 21년 6월 8일자로 징병제가 모병제로 바뀌었는데 21년 6월 7일자에 군대 간 사람은 1년 6개월 현역복무를 마쳐야 하고 6월 8일자 입대 예정이었던 사람은 일괄 완전 면제되는 것과 비슷함 


아마 앞으로의 유전병이나 암의 치료도 비슷한 루트를 밟을 가능성이 높음 


뇌종양에 걸린 A와 B, C가 있다고 가정하자

A는 2024년에 뇌종양에 걸려 죽음

B는 같은 해에 뇌종양에 걸려 수술을 하다가 후유증으로 평생 낫기 힘든 장애를 입게 됨

한편 1년뒤인 2025년에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 모든 뇌종양이 완치될 수 있는 질환으로 바뀜. C는 2025년에 뇌종양에 걸려서 암백신을 맞고 완쾌됨

그렇게 같은 병에 걸린 세 사람이지만 A는 죽고 B는 평생 장애인으로 살게 되고 C는 평생 비장애인, 정상인으로 행복하게 살아감


앞으로 생명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이런 시나리오를 주변에서 훨씬 자주보게 될거임 과거에 비해 치료약이 개발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러니 오늘 어떤 병을 앓는 사람이 어떤 운명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 특이점이 멀었다는 증거로 쓰일 수도, 가까워졌다는 증거로 쓰일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함 의학 역사상 늘 일어났던 일이기 때문

의약학 분야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뉴스는 누가 죽거나 장애인이 되었다는 소식이 아니라 어떤 약이 FDA허가를 받았는지, 임상을 통과했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것 뿐임